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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May 29. 2023

중요한 건 꺾여도 또 나가는 마음

나의 호구일지 2편(5월 24~25일)

소질이 있다고요?

여태 음악, 미술, 체육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아왔다. 불과 작년에 "운동 안 좋아하지?" 라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관상뿐 아니라 몸상(?)에도 운동이라곤 없었다. 그런데 검도장에 갔더니 "다른 운동도 잘하죠?" "영업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소질이 보인다" "잘하네" 라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초보 치고'라는 전제를 깔아야겠지만. 어쨌거나 살면서 처음 듣는 류의 칭찬이라 신기하다. 물론 지난 세월 내 몸이 쌓아온 역사를 알기 때문에 '어차피 곧 뽀록나겠지' 하는 생각에 그저 민망할 뿐. 가족한테 말했더니 100% 영업 멘트라고 믿지 않음(그럴만 함). 


레크레이션 데이라고요?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도장 학습 일정에 레크레이션 데이가 적혀 있긴 했지만 성인반인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웬걸. 성인반도 떡볶이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다과 타임을 진행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아싸가 체질인 나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전개(!). 30분가량 수업한 후 떡볶이를 즐기기로 했다. 고작 4일차에 풀타임 수련을 건너뛴다고 생각하니 왠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뭐든 멀리 봐야 하는 법. 검도장에서 수련한다는 게 꼭 몸을 쓰는 일만은 아니구나, 앞으로 결석을 예정해둔 날이 많아 조급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날 검도에 입문한 동기들 사이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는데 앞으로 검도할 날은 많으니 각자의 속도대로 수련하면 되는 거겠지, 하고.


결석해도 된다고요?

기합, 크게 내지 않아도 됩니다. 출석, 바쁘면 빠져도 됩니다. 진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계속 수련하면 됩니다. 일과를 마치고 검도하러 모인 저녁,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하면 된다는 관장님 말씀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머리!', '손목!'을 포함해 '하나', '둘', '셋' 구령을 붙일 때마다 왠지 뻘쭘했는데 크게 신경쓰진 않아도 되겠다. 


뭐, 이런 이유로 다음 수업을 빠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곧 결석하는 초보자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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