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2년차
별 생각없이 배춧잎을 뜯고 있을 때였다. “밑을 따야지”하는 조언이 들려왔다. “앗, 이렇게요?” 하면서 다시 시도해보자 “그게 아니라 이렇게!”라며 손수 시범을 보이시는 한 어르신. 뭐든지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따내야 양분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며 가지, 고추 등 다른 작물에 대해서도 한 말씀씩 해주셨다. 곁순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키우고 있으니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못한다는 것. 다른 동료들의 말을 들으니 지난 번에도 다른 어르신께 이런저런 도움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 밭은 밤일마을의 ‘밤쪽이’로 찍힌 듯하다. 관리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고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작물들은 지멋대로 자라서 정글을 이루고 있고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마침 일하는 애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사실 우리는 되는 대로 키운다. 씨앗을 거두기 위해 계속해서 자리를 차지하게 두는 작물도 있다. 그러니 오며 가며 보다가 뭔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을 법하다. 우리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잎 한 장 한 장이 소중해서 그렇다. 여기저기 벌레 먹은 깻잎 한 장을 버리기까지도 수십 번 고민하곤 한다. 지들 나름 커보겠다고 나온 가지를 잘라내는 일도 참 마음이 아프다. 막 자라기 시작했을 때 뽑아내지 않아서인가? 글 쓰다 깨달은 건데 난 원래 잘 못 버린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으면서 서른 중반인 지금, 이제는 버려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나,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그동안 에디터로 일하면서 쓸데없는, 혹은 쓸데는 있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나 문장을 지우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이제 어느 한 문장도 아까워하지 않고 잘 버림), 분야가 달라지니 또 다시 출발선이다. 올해 주말농장 2년차, 주변 어르신들의 귀한 가르침을 양분 삼아 성장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