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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Aug 09. 2023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개소리

나의 호구일지 9편

금요일 아침, 세수를 하는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전날 술을 먹은 탓인가. 자다가 눌려서 부었나? 같은 생각을 잠깐 하다가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별 일 없이 잠들었다. 토요일 아침, 또 다시 손가락이 말썽이다. 이불 속에 안전하게 몸을 숨긴 채 ‘근육 강직’ ‘손가락 움직임 이상’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 결과는 관절염. 30대 중반에 관절염이라니? 근래에 2030세대에게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접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제일 가까운 내과에 들렀더니 정형외과로 가라고 한다. 초등학생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팔뚝을 다친 이후 정형외과 방문은 처음. 대기 시간은 왜 이렇게 길고, 진료비는 왜 이렇게 비싼지. 정형외과는 원래 이런 건지. 그땐 몰랐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과잉진료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거두절미하고 진단 결과는 방아쇠 수지 증후군. 예전에 어느 의사와 인터뷰할 때 들어본 질병 같다. 나한테 발병할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지난 2달간 겨우 마흔 번의 수련을 하면서 죽도를 쥘 때 왼손 새끼손가락에 과도하게 힘을 준 탓이다. 확실한 원인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왜 항상 힘 조절을 못할까. 2주간 이틀에 한 번 물리치료를 받으러 나오라면서 왜 야간 진료를 안하시나요(흑흑). 검도가 정 하고 싶으면 살살 하라기에 검도장에 나가 발구름만 하고 있다. 혼자 덩그러니 연습하다 보면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이번엔 결석할까 매시간 고민하는 중. 저녁엔 다 나은 듯해도 아침이면 다시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보면 쉬는 게 답인 것 같기도.


호구를 쓰기도 전에 여기저기 아픈 몸치는 슬픕니다. 과연 호구를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검도 초보자의 호구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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