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강을?
무양주택을 자주 찾아주시던 한 손님이 계셨다. 매번 조용히 커피 한 잔과 휴식을 하고 가셨다. 때론 동료분들과 같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다 가시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손님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고 여쭤보셨고, 그렇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상주공고에서 근무 중인데, 혹시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한 번 제안드리고 싶어서 말씀을 나누자고 했습니다.”
대략 이런 뉘앙스의 말씀이였던 것 같다. 더 구체적인 말씀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운을 떼셨고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어.....음............. 하하......한번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린 후 명함을 받고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며칠을 고민했다. 사실 이전에도 경북대학교나 다른 기관에서 강연을 요청해주신 적이 더러 있었는데 때마다 거절을 해왔다. 그 이유는 내가 별로 특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아닐 뿐 더러 누구 앞에서 내 사업을 소개할만큼의 성과를 이룬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특강을 한다고? 우엑,, 들으러 온 사람은 뭔 봉변이야,,’라는 생각?
‘내가?’
여러번에 걸쳐 선생님께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다.”, “제가 무언가 메시지를 전할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럴 준비가 안되어 있다.”, “괜히 학생들 귀한 시간만 뺏는건 아닐지 걱정된다.” 등등으로 거절의 의사를 은연중에 전했지만 선생님은 “그냥 지금 무양주택이 하고 계신 일들만 소개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라며 가볍고 자연스럽게 해주길 바라셨고,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또 며칠을 후회했다. ‘아 괜히 한다고 했다.’
며칠을 할애해서 준비했다. 사실 이 기간동안 일주일에 6일을 일했고 시간을 쪼개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을 마무리하며 여러 행사에 참여했고, 서류의 압박에 시달렸고, 집을 이사했고, 상견례를 했다. 오우 살인적인 일정 그리고 그 마지막에 강연이 있었다.
2020년 8월 4일 오후 3시에 특강은 시작됐고, 참석한 학생은 58명이였다. 그 중 희망한 학생도 있었고, 인원수를 맞추기위한 학생도 있던 것 같다. 준비한 나의 이야기와 무양주택이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재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준비하면서 일부러 말을 천천히 하려고 준비했는데 하다보니 말도 빠르게 되고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은 티가 났다. 학생 중에는 시작과 동시에 자는 학생도 있었고, 중간에 자는 학생도 있었고, 처음부터 똘망하게 바라봐주는 학생도 있었고, 제일 먼 자리에서 경청해주는 학생도 있었고, 친구끼리 떠드는 무리의 학생도 있었다. 이것이 남고지.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살아온 몇년간을 정리해 볼 수 있었고, 예상대로 아쉽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가 1년, 2년 더 지나고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하면 그때는 이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나와 나의 일과 나의 가정이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