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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양 Dec 10. 2020

그냥 문득 조명을 바꿨습니다.

내 주변의 환기

 커피를 내리는 주방은 아주 작다. 가끔은 이 주방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미토스원 그라인더에 과테말라 엘소코로, 콜롬비아 히랄도 농장의 블렌딩 된 원두를 갈아 포터필터에 담았다. 디스트리뷰션 툴로 분배, 푹프레스 그런 다음 커피머신에 장착해 한 샷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이 과정을 정말 빠르게 하면 한 45초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많이 추출하는 날은 빠른 시간에 100번을 반복하기도 하고 종일 2-300번을 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좁은 주방이 더욱 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등을 봤다. 그날은 유난히도 천에 싸인 둥근 모양의 등이 싫었다. 천에 싸여있는 등은 예전에는 참 예뻐보였다.

 그래서 바로 등을 바꾸고자 마음을 먹었다.

 등을 바꾸는 것에 큰 결심이 필요한 것은 아니였지만 매너리즘 속에서 한 없이 묵어가는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동안. 별 것 아닌 동기같지도 않은 동기가 날 움직이게 했고, 평소 눈여겨보던 조명을 주문했다.

 조명은 월넛 원목이고 3000k 색온도에 30w 밝기를 가졌다. 기존의 것은  하나당 15w 밝기였고 2700k 조금  노란빛이 강한 등이였다. 나는 2700k 정도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000k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조명을 교체하면서 어려운 것이 하나 있었다면 천장의 구조재(각재)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 기존 조명은 서로 간격이 멀어 그 사이 중간쯤에 고정을 해야했다. 하얀 페인트 사이로 타카자국이 어렴풋이 보였고 그곳에 얇은 드릴비트로 밀어넣어보았다. 몇번을 하다가 각재가 닿은 듯한 느낌이 있는 두곳에 피스를 박아 고정을 했다.

 조명자체는 조립과 전선연결이 매우 쉽게 되어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조명 하나에 주변의 환경도 내 모습도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새로운 조명을 하나 더 구입했다. 원래 사용중이던 조명은 사진조차 남기지 않고 창고로 넣어버렸다. 그 자리는 새로운 조명으로 채웠다.

 매일 나에게 걸리는 시선들에서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손님들은 아마 모르겠지만 난 좋다. 그래서 그냥 문득 조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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