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양 Dec 27. 2020

끊임없이 다리를 저어 물 위로 고개를 내민다.

우아한 백조는 아니지만, 우려스런 자영업자지만

 2인 공동대표로 작은 가게를 이끌어간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갈 무렵, 우리는 문득 이대로 머물다가는 서서히 도태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지난 밤 거실에 앉아 유툽을 보며 이런 말을 들었다. "실제로 가게가 망하는 건 그렇게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서히 망해가는거죠. 대부분은 잘 몰라요. 그렇게 망해가는거에요."

 실제로 우리는 장사가 꽤 잘되는 편의 가게라고 생각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러한 불안감은 늘 가슴에 있다. 세상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고 어느 때에는 좋다가도 싫어지기도 하고 그런거 아닌가?

 그럼 지금부터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하나/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주고 받았다,

<문제점>

-디저트가 적은 가게(유일한 디저트는 스콘 5종류)

-신메뉴는 거의 없고, 메뉴 변화가 적음

-문화컨텐츠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움

-가게에는 반드시 머물러야함으로 다른 시도 조차를 못한 시간적여유

-가게 주방은 실제 60cm 남짓한 작업공간이 전부

-전문성이 떨어짐

<대응방안>

-디저트 개발을 해야한다.

-둘 중 한명이 디저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 확보(직원고용)

-다양한 디저트보다는 한 두가지의 디저트를 선택 집중

 그냥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둘의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디저트'와 '직원고용'에 맞춰졌고 이 부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첫번째는 당연히 직원고용. 파트타이머를 생각했다. 오지랖이지만 만약 우리들과 새로운 분과의 여러가지 합의가 생긴다면 4대보험을 하여 직원으로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바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채용공고를 냈다.

 코로나시국때문인지 감사하고 죄송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께서 연락을 주셨다. 우리는 그 중 우리의 기준을 더해 두분께 연락을 드렸고 그 중 한 분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파트타이머 구해서 일하는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유난을 떠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지금 이 분은 4대보험을 적용한 후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밀크티를 만들었고 디저트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것 처럼 가지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한 두개에 집중해보는 방향으로 정했다.

'우리는 어떻게 다리를 저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을까'

 밀크티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메르시보니 대표님 덕분에 탄생했다. 밀크티는 사실 작년부터 해보고 싶었다. 가장 처음 유투브로 검색해서 여러번 만들어봤지만 우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명하다는 카페의 레시피를 구매한 지인으로부터 레시피를 받아 제작해봤지만 그 마저도 우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티브랜드인 메르시보니 대표님을 만나게되었고 비로소 밀크티를 완성했다. 우리가 사용한 티는 메르시보니에서 판매중인 홍차다. 스리랑카 담블라 지역의 고산지대 재배 홍차이고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차를 판매하시는 대표님도 티의 맛과 품질은 정말 자부하셨다.

 티를 담을 병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플라스틱용기에 담을지 유리용기에 담을지를 시작으로 모양, 무게, 용량 등을 고려했다. 지금은 약 270g의 내용이 담기는 유리병을 사용 중이다. 위생을 위해 1차로 고온 열소독하고, 2차로 고온에 소독하는 과정을 거쳐 준비한다. 이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 참 뿌듯하다.

 디저트는 2가지를 선택했는데, 바로 '에그타르트'와 '바스크치즈케이크'다.

 두 디저트를 선택하는 과정은 단순했다. 에그타르트는 추억여행을 하던 중 우리가 리스본에 있을 때 먹었던 에그타르트를 떠올렸다. "오! 에그타르트 진짜 맛있었는데, 바스코다가마 공원에서 먹을 때 분위기며 바삭하면서도 풍미있던 에그타르트 생각나지?" "오 좋다! 우리 이걸로 만들어보자!" 물론 pasteis de belem의 원조 에그타르트와는 다르지만 우리는 그 맛을 떠올렸고 크기, 식감 등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그렇게 완성한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의 높이는 보통 2cm 남짓인데, 우리는 두배인 4cm 틀을 사용하여 높였다. 너비 또한 보통의 틀과는 차이를 뒀다. 이유는 넓어지는만큼 자연스럽게 필링(내용물)이 더 많이 들어가게되고 바삭거리는 식감 외에 풍미를 느꼈으면 하는 의도에서 이렇게하게 되었다.

 반죽은 매번 손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몇개월을 펴다보니 이제 반죽을 보기만해도 과연 이게 손으로 한 반죽인지 공장에서 찍어낸 반죽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반죽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모양은 손반죽보다 훨씬 예쁘게 나온다. 그렇지만 공장에서 나오는 반죽들은 대게 원가절감을 위해서 마가린을 사용하거나 식물성크림을 사용하기때문에 결과적으로 풍미가 조금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에그타르트는 어쨌든 식물성재료보다는 동물성재료(유크림, 버터 등)를 사용해 만든 것이 풍미며 맛에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바스크치즈케이크는 더 간단하다. 이유는 '우리가 좋아해'서.

 바스크치즈케이크는 영어로는 basque burnt cheesecake 인데, 스페인 바스크지역에서 만들어진 케이크로 장작불에 구워서 겉이 바싹 탄 부분에서 오는 스모키한 향과 꾸덕하고 크리미한 식감이 어우러지는 치즈케이크다. 우리는 밀도있는 식감을 추구했고, 속을 완벽하게 익히기보다는 약간 흘러내리는 크리미함을 목표로 했는데 지금은 여러 피드백을 통해 중간 정도의 흘러내림을 만들었다.

 바스크치즈케이크는 보통의 케이크와는 달리 검게탄 모습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끼는 손님들도 계시지만 자체에 밀가루가 전혀들어가지 않고 치즈와 유크림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먹어도 정말 맛있다.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물 밑에서 발을 구르며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오늘 0시를 기점으로 연말연시 방역 특별대책으로 매장이용이 금지되고 포장배달만 허용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려운 시간들이지만  이겨내서 좋은 날들을 마주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라인더 청소는 게을리하면 안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