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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08. 2020

Lockdown 15일차, 어느 흔한 인도의 아침

Lockdown이 시작된 후 인도 방갈로르의 거리풍경.  전세계 트래픽순위 1위도시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바람에 집 근처를 십여분간 거닐다 들어왔다. 올해도 예년처럼 지독한 프리몬순이 시작될 예정인지 어제는 밤새 비가 쏟아졌고, 그 탓에 새벽을 맞은 거리마다 흙냄새와 풀내음이 진동했다. 


아침 6시. 아직 동트기 전이지만 밤처럼 어둡지도 않은 시간. 

이땐 홀로 잠시 바깥공기를 마실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3월 25일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3주간의 Lock down을 선언했다.

당시 13억 인구 중 확진자수는 천여명 가량이었기에, 외부의 시각에선 다소 당황스런 조치일수도 있겠으나

의료 인프라가 미비한 인도에서는 감염경로 추적, 검사, 확진자 격리 및 치료 등이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기도 했다.


어느덧 Lockdown 3주차, 염려와는 달리 우리네 삶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가족들과 근교로 벚꽃을 보러가거나, 카페에서 봄신상음료를 마시며 수다떠는것은 불가능하지만 꽤나 일상적 삶의 영위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Lockdown기간 연장관련 각종 루머, 교민 및 여행자들 사이에서 전세기 탑승에 혼란 등이 불안감을 조성하는것을 제외하면 Lockdown의 시간은 나름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다.

새벽에는 잠시 집근처를 걸어볼수도 있고, 여느날과 같이 아침엔 치크망갈라에서 재배한 커피콩을 내려마시고, 조용히 랩탑앞에서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몇가지 눈에띄게 달라진 점들이 있다.

우선 길거리에 즐비하던 천막촌들이 사라졌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는 외곽에 위치한 신규 개발지역이기에 최근 몇달간 가열차게 신축인프라 공사를 시작했는데, 보통 공사에 참여하는 일꾼들은 아파트단지 근처에 천막촌을 이루고 살았다. 천막 하나에 4-5인 가족이 같이 살아가는 식이였다. 근래 정부차원에서 지침이 있었던 것인지, 어느순간 천막 및 천막 안에 살고있던 가족들은 모두 사라졌다.


또 Lockdown초반엔 경찰을 피해 이른시간대 암암리에 영업하는 릭샤꾼들이 간혹 보였지만, 근래 며칠간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길거리엔 건축 노동자들, 아파트나 마트 직원, 새와 개 무리 뿐이다. 앞서 말한대로 아파트 근처가 외곽지대라 도보거리엔 주거단지가 전무하기에 노동직 종사자들은 집에서 릭샤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할수 밖에 없었는데, 엊그제부터 한층 강화된 주정부의 단속으로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진듯 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일하기 위해 20-30km이상 걸어서 와야한다. 하지만 그도 다행일 수 있는것이 대부분이 길거리 장사꾼들은 일자리를 잃었으며, 뭄바이 최대 슬럼가에 코로나 확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그들에 대한 공포심도 암암리에 조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이따금씩 그리워지는 인도 도로의 흔한 일상 풍경.



Lockdown기간동안 온라인의 도움으로 글로벌 지구촌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절실히 느낄수 있었다.

베를린 가장 힙한 클럽의 테크노 디제잉 생중계를 들으며 홀로 불금을 보내고, 인도 최대부촌 뭄바이 오케스트라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혼자 근사한 저녁을 차려먹고, 브라질 유투버의 아날로그 LP선곡을 들으며 집에서 홀로이 보내는 긴 하루를 버텨낼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늘 내 주변에 있었지만 멀어지고 있는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윗집 사모님댁에서 일하던 가정부와 운전사, 그 많던 집주변의 천막촌들은 어디에 있을까. 언젠가 다시 볼수는 있을까.  

처음 그들을 보았던 기억이 희미한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들을 보았던 기억도 어느덧 희미해졌다.


2020년 4월의 인도. 이곳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점 심리적 경계두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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