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형광팬 캠프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웃고 떠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구
름 떼처럼 몰렸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하면 몇몇 사람들이
쫓아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실제로 만나는 꿈도 이
뤘으니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은 한 달도 안 돼 바닥으로 추락했
다. TV에 내가 나온다 한들 나는 무릎이 나온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은 늦깎이 수험생이었다. 관심을 한 몸에 받다가 며칠 만에 밥
벌이를 걱정하는 수험생이 된다는 건 마치 늦게 찾아온 고산병을
앓는 것 같았다. 높이 올라갔을 때는 멀쩡하다가 바닥에 내려오
고 나서야 찾아온 열병. 그렇게 병에 걸린 마음으로 공부를 해나
갔다.
마음이 비틀거려서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다. 그래도 앉
아서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이를 악물었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
이 아까워서 나중에는 물 없이 커피 가루만 삼켰다. 날이 갈수록
속은 시커멓게 망가졌고 명치는 타는 것처럼 아팠다. 그게 커피
때문인지 조바심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체중이 날이 갈
수록 줄었다.
시험 당일 아침에는 갈비뼈가 허옇게 드러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