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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Jan 13. 2019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것

상처 받은 것들에 대한 기록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의미 없는 말이 오가는 대화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의미 없는 대화는 대화의 의미를 잃게 한다.

가끔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아무 말이나 뱉을 때가 있다.

우선 말을 뱉고 나서,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원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건지. 그냥 말이 꺼내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그럼 상대방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한다.


“음, 나도 모르겠어요.”


의미 없는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난 가끔은 생각보다 말이 앞설 때가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음에도 무작정 말을 뱉을 때가 있다.

뱉은 말을 수습하기 위해 덧붙인 이유들은 더 최악의 대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사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내 생각대로만 행동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얕고 넓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나에겐 어려웠다. 나를 불편한 듯 대하는 사람들을 보니 내 마음 또한 불편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적당히 어울리며 웃고, 대화하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모두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 사이에서 겉도는 내 모습은 그 속에 있으니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우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진심을 적당히 감췄다.

적당히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적당히 억지웃음을 지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그 속에서 했던 대화들은 엉망진창이었고 어찌 되든 상관없는 대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대화들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남을 위한 대화와 알맹이 없는 대화는 나에겐 어떤 의미도 주지 못했다.             



특히 한 명을 소재로 삼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얘기하는 대화는 일상이었지만,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거 알아? 마케팅 부서에 이 팀장, 아직도 결혼을 안 했대!”

“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냐?”

“아, 진짜요? 난 당연히 결혼한 줄 알았어요!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우와 그럼 그 사람 돈은 진짜 많이 모아 뒀겠다.”

“에이~언니 그건 모르죠. 이상한 데 돈 쓰고 있을지도 모르죠. 빠칭코 같은”


그날의 소재는 ‘마케팅 부서 이 팀장’이었고,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팀장의 문제였다. 여자 동료들은 쉬는 시간에 둘러앉아 ‘이 팀장은 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상상을 하며 각자 의견을 얘기했다. 20분이란 짧은 순간만에 이 팀장은 ‘무언가 문제가 있어 결혼도 못하고, 빠칭코에 돈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서 하는 대화가 고작 이런 거 라니. 사람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험담. 이런 대화는 사실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환경이 놓이면 너도 나도 불편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화의 주제부터 내용, 생각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불편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사한 지 1년도 채 안된 나이 어린 신입 주제에 언니들의 말에 화내며 비난하는 것은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길이었기에 귀를 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척을 했다. 아, 이미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하지만, 사회에 적응한 것 같은 느낌도 잠시, 대화가 이어지니 곧 예전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대화를 하게 된 걸까, 돌아가고 싶었다. 예전의 나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런 대화에 끼고 싶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까 두려웠다.

더욱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가 나에게 필요해진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할 말이 있기에 말을 하고,
멍청한 사람은 무엇이든 말을 해야 하기에 말을 한다.
                                                                               <플라톤>



멍청한 짓은 이만하면 됐다. 이제, 진실한 대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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