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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Mar 21. 2021

온라인 개학식

2020.4.9.




모눈판에 걸린 스물일곱 칸


누구는 당당하게


누구는 반쪽이 벽


또 누구는 새카만 네모


말 한마디 않아도 그 마음 전해져요.


나실 나도 숨고 싶은데


나 홀로 활짝 웃고 있어요.




                     -2020.4.9. 줌 온라인 개학식







작년 4월, 3월이 아닌 4월 개학은 내 생애 최초의 경험이었다.

얼마나 조심스럽고 떨리던지...  

그날의 감상을 적어 놓은 몇 자를 읽으니 줌 개학식을 하던 그 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줌이라는 온라인 도구도 낯설고, 아이들도 낯설고,

비대면 개학식이라는 그 장면은 보도 듣지도 못한 첫 경험이라 나도 아이들도 긴장되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상당히 둔 채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출발점의 거리감이 그대로 작용한 것인지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관계가 지속되는 듯했다.


그래서였는지,

그 아이들은 내게 최고로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예쁜 아이들로 자리 잡았다. 

헤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등교와 원격 수업을 번갈아 하는 것은 학생과 교사 간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가 유지되기에도 적합한 시스템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매일 보고 낱낱이 속속들이 서로에 대해 알게 되던 대면 수업할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으리라.


이렇게 보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도 물리적 거리두기와 마음의 거리두기는 꼭 필요한 일상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안전하고 예의를 갖춘 균형 잡힌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게 해 줄  유용한 방법이다.



다양한 삶의 경험은 지혜를 준다.





오늘의 문득 떠오른 인생의 팁은 '거리두기'이다.



적당히 거리두고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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