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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Aug 15. 2023

오늘도 오늘의 해가 떴다.

주말 동안 바람이 꽤 찼다. 가을 하늘인 듯 높이 새파란 그것은 쨍한 햇빛 만큼이나 따스한 느낌인데 바람은 어찌나 차던지 얇은 봄 옷을 부끄럽게 했다.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어디를 갈 거냐고 묻는 아이. 근처 호수까지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주말 동안 들었는데 오늘도 그곳까지 걸어가기는 틀렸다. 우리 아이는 호수로 가는 터널 입구까지 가면 거기가 한계. 어디까지 가야 하느냐고 묻고 또 묻고 옹알이를 해대며 더 이상 못하겠노라고 시위하는 걸 즐긴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방향을 틀었다. 길 오른쪽이 아닌 아래쪽으로 난 시내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차도에 길게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걷는 내내 틈틈이 도로가에 주차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무작정 걸어보았다. 걸어 내려가며 도넛 가게에 들를까 했더니 무척 좋아하는 아이. 

"큰 길 건너 아랫 동네까지 가볼까?" 좋다고 끄덕인다.

아파트 단지 내에 도로가 한적하고 걷기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대로를 건너 길따라 내려가자고 하던 참인데 건널목 앞에 공원에 눈에 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만났다. 호기심이 생겨 공원에 가보자고 손을 이끌었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변 인도보다는 여유롭게 산책하기가 무척 좋을 터였다. 


걸어서 안으로 들어간다. 공원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길 따라 새순이 나 아직 초록이 여리 여리한 이파리가 찬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간지러운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댄다. 아이의 따뜻한 손을 잡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본다. 좁은 길을 따라가니 테니스 장이 있다. 꽤 여러사람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레슨을 해주는 코치님 광고판도 붙어 있다. 오 테니스도 배우려면 배울 수 있겠네. 한참을 길따라 올라가니 높은 지대가 있어 넓은 테니스 코트가 다 내려다 보인다. 코트가 네 다섯개 쯤 되어 보였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작은 공원이 하나 더 있다. 공원 뒤로 성당이 보인다. 잘 가꿔진 정원은 아니지만 키가 크고 후들후들한 가지와 이파리가 바람에 넘실대는 모양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어 사진을 찍으니 눈이 시원한 장면이 연신 찍혀 나온다. 노란 꽃잎이 헤~ 벌어져 있어 이건 뭘까 하고 들여다 보았는데 노란 튤립니다. 아들과 웃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튤립의 모양 때문이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었길래 깔깔 대며 웃다 저렇게 턱이 빠져 버린 걸까?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보도블럭틈새에 노랗게 핀 들꽃, 하늘과 나무들의 빛깔이 너무 고와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눌러대니 아이가 사진은 그만 찍으라고 한다. 


"엄마, 남자 친구랑 데이트 나왔는데 데이트는 안하고 사진만 찍으면 좋아하겠어?"

엄마 손잡고 산책 나온 아들의 비유가 신선해서 엄마 미소하고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늘 그렇게 엄마에게 뜻밖의 미소와 행복을 전하는 아이. 


건널목을 건널까 하다 육교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눈에 띄어 그리고 손을 잡아 끌고 올라갔다. 

육교는 정말 오랜만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로와 아파트 전경이 눈이 부시다. 또 연신 사진을 찍었다.

도넛이 무척 고픈 아이는 사진을 그만 찍으라며 구박을 하지만, 찬 바람에 손이 시린데도 눈과 마음은 시린 줄도 모르고 마냥 좋다. 


도넛 가게에 들러 몇개를 포장하고 아이 머리를 깍이러 미용실에 들렀다.

그곳 미용사는 뚝딱 빨리도 깎는다. 

휘~ 만족스럽게 깍인 머리가 좋은지 아이 표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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