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프씨 Feb 21. 2024

도대체 IB가 뭐야?

내 아이가 경험한 IB프로그램 #7

다양한 행사와 학교생활 (1)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 만 해도 약 20여 개의 국제학교가 있고 IB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 외에 다양한 활동과 행사들로 각 학교마다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행사들이 많은 국제학교 중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유독 많은 행사로 유명한 곳 중 하나다. 모든 학교의 경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본 학교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고자 한다.


두 아이를 12년 이상 한 학교에 보내다 보니 이제 신학기만 되면 앞으로 진행될 일련의 행사가 죽 머릿속에 나열될 지경이다. 유치원에서 PYP 까지는 정말 학교에 행사를 하러 다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지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능한 모든 행사에 참여할 것을 권유받는다. 의무적으로 학기당 3가지 이상의 활동은 꼭 하라는 게 학교의 방침이며 이런 활동시간들도 연말 성적표에 모두 합산된다.


Sport Day

신학기가 시작하면 제일 먼저 Sport Day라는 행사가 치러진다. 앞서 설명한 각 House Captain(5학년, 8학년, 12학년)들이 대표로 자신의 하우스를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한다. 이어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각 반별로 정한 주제를 큰 광고판 같은 것에 표현하고 그것에 맞는 의상을 갖춘 아이들이 차례로 교장과 선생님들이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행진한다. 모든 학년의 행진이 끝났다면 드디어 하우스 별 대결이 시작된다. 


100미터 달리기, 이어 달리기, 멀리 던지기 등의 종목들이 PYP, MYP 별로, 여학생 남학생 별로 진행되며 모든 점수는 각 하우스에 따라 총합산되어 마지막에 올해 Sport Day의 우승을 차지한 하우스가 결정되는 것이다. 때문에 초등학생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장소에 중,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몰려와 귀여운 동생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고학년들의 이어달리기 때는 반대로 이 동생들이 목 터져라 각자의 하우스 선배를 응원하기도 한다. 이날 각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이 행사가 있기 몇 주전부터 각 학년의 체육시간마다 예선을 치러 당일 출전자를 미리 정해둔다. 


이 행사의 마지막은 CAS 점수가 필요한 11, 12학년 선배들의 다양한 봉사로 마무리된다. 현장 정리나 쓰레기 수거, 행사 중 아프거나 다친 아이들을 위한 응급치료 및 돌봄 등 학교의 가장 선배이자 경험자로써 후배들의 행사를 위해 곳곳에서 다양한 봉사가 진행된다. 물론 자신의 봉사 점수에도 관련되는 일이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남아 학교들은 일찍 시작하고 야외활동이 많지 않은데 이 행사는 야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해가 뜨기 시작하는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큰 아이를 입학시키고 처음 이 행사의 공문을 받은 날, 아침 6시까지 학교에 도착하라는 글씨가 오타인 줄 알았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 극성스러운 담임을 만나 더 일찍 가서 의상 체크와 분장까지 해야 했다) 몇 번이나 아이한테 확인한 후 미친 척하고 꼭두새벽부터 간단한 도시락까지 싸 들고 학교에 가서야 현실을 인정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학교 운동장은 그 시간을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첫 야회 행사를 치르고 나니, 왜 이른 시간부터 이렇게들 모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적도의 태양은 확실히 뜨거워서 해가 뜨고 나니 오전 8시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도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 행사는 오전 10시를 남짓하면 모두 끝이 나고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하교한다. 새벽부터 서둘렀던 탓에 보통 집에 오면 모두 뻗을 수밖에 없었다.


실내행사들

일 년 중 가장 일찍 일어나 참석해야 하는 이 행사가 지나가면 이제 주로 학교 실내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이뤄지는 행사들이 줄줄이 시작된다.


Solo Singing (노래 부르기), Dance Talentime (댄스대회), Musical Instruments Talentime (악기 연주대회), Music from our Hearts (음악연주회), Choir Presentation (반별 합창대회) 그리고  PYP 행사인 Bee in my Bonnet(모자 꾸미기)과 Kitten walk Presentation. Kitten walk Presentation은 주어진 주제를 의상에 최대한 표현하여 마치 모델처럼 무대를 워킹하고 자신이 입은 의상에 대한 설명을 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들 중 가장 생소했던 게 바로 Bee in my Bonnet이었다. 다른 건 대충 어떤 행사일지 예상이 가는 것들이었지만 이건 생전 처음 들어보는 행사여서 처음 접했을 때 무척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외국 학교들에서는 종종 있는 행사 중 하나였는데, 쉽게 말해 어떤 주제를 모자에 표현하여 쓰고 나와 자신이 만든 그 모자가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  포스터 그리기 대회 같은 게 있었는데 방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심벌이 될 수 있는 표현을 모자에 꾸며 나타내면 되는 것이다. 이곳도 초등학교 행사는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라 간혹 욕심이 많은(?) 엄마가 너무 거대한 모자를 만들어 씌우는 바람에 무대로 나오던 아이의 모자가 그 무게를 못 이기고 기울어 떨어지거나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가끔 일어나기도 한다.


단체행사

그 밖에 Drill Presentation(PYP), Cheer leading Competition(MYP) 행사는 체육 선생님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행사로 PYP는 학년별, MYP는 반별 단체 치어리딩 행사이다. 위의 행사들이 대부분 개인이 참여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에 비해 치어리딩은 단체로 준비해야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보통 한 달 전부터 연습에 들어가는데, PYP의 경우는 각반 담임과 체육 선생님이, MYP의 경우는 각 반별로 Senior(9,10학년) 선배들 중 멘토를 구해 대여섯 명의 시니어 멘토들이 맡은 반 아이들을 연습시키게 된다. MYP의 경우 6, 7, 8학년까지는 반별 치어리딩에 참여하고, 9, 10학년이 되면 멘토가 되어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행사의 경우 매년 아이들이 커가고 있다는 게 아주 잘 드러나는 행사 중 하나인데, PYP 때만 해도 오합지졸로 움직여대던 꼬마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줄도 잘 맞추고 나름 단체 대형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러다 MYP가 되어 반마다 각자의 멘토들과 함께 준비한 걸 보면 초등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6학년 보단 7학년이, 7학년 보다는 8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확실히 볼만한 치어리딩을 선보여 행사를 관람하는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MYP 치어리딩이 있는 날에는 각 반을 담당했던 멘토들도 응원 차 방문하여 행사가 끝나고 등수가 발표될 때까지 함께 남아 자축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같은 학교 선배가 어떤 행사의 멘토가 되어 진행되는 행사들이 참 좋다고 생각되는데, 멘토가 되어 아이들을 연습시키는 동안 그 아이들도 좋은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춤에 관심도 있고 꽤 재능을 보였던 큰애도 9, 10학년 멘토로 치어리딩에 참여하였는데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어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MYP 아이들을 통솔한다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확실히 덜 부담스러워하여 웬만한 카리스마로 이끌지 않는 한 되려 아이들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도 소리를 질러 이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내내 목이 쉬어 있기도 했는데, 서로 이런 힘든 과정이 지나 행사를 마치면 전과는 다른 연대감에 서로 아는 체 잘하는 선후배들 사이로 남는 경우가 많다.


PLAY

치어리딩처럼 이렇게 한두 달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행사가 또 있는데 바로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PLAY(연극)이다. 중간중간 노래도 들어가니 뮤지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전 학년이 일 년에 걸쳐 학년별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게 되는데, PYP의 경우는 가능한 전 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게끔 한다. 


연극 준비에 앞서 1주일 전부터 각자 준비한 대사로 오디션을 치르고 선생님들의 심사로 연기를 할 배역과 노래나 춤을 출 역할들이 나뉜다. 보통 1시간이 넘는 분량이기 때문에 PYP의 경우 한 배역에 서너 명의 아이가 캐스팅되어 연습하게 된다. 공연은 교장선생님들과 해당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허설 공연을 먼저 하고, 본 공연은 보통 토요일 저녁 그럴싸한 초대장, 팸플릿과 함께 초대된 부모님들을 모시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거창하게 진행된다.


MYP가 되면 PYP를 거치며 연극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준비된다. MYP부터는 한 배역에 한 명의 아이가 캐스팅되는데 모든 대사를 다 외워서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 와중에 연기자처럼 감정 연기를 하는 아이도 가끔 눈에 띄어 숨겨진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 06화 도대체 IB가 뭐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