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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Judy Mar 21. 2022

홍콩의 향기

잔잔한 향기를 머금은 홍콩인들

홍콩에서 머물고 있는지 2년째인 요즘 코로나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홍콩의 강력한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나의 활동은 작년 대비 극히 최소화된 삶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관련해서 홍콩은 현재 세계 선진국 중 가장 보수적으로 폐쇄적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위험국으로부터의 비행을 금지한다던지, 6시 이후 모든 식당은 닫고 배달 서비스 등만 허용하고 공공시설 이용 금지, 헬스장, 수영장, 클럽 하우스, 해변 입장 금지 등의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입국 시 외국인의 경우 비자가 있어야 되며 입국을 해도 2주간의 지정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해야만 한다. 비행에 오르기 전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 하더라도 입국을 해도 홍콩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양성으로 나올 시 바로 정부 격리시설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에 있다.

이는 main land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 의외로 한국인 대비 홍콩인들은 이러한 홍콩의 강력한(?) 조치에 수용하며 자신들의 삶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각자 불편함과 힘듬이 있겠지만 이들은 굳이 겉으로 힘들다는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는 듯하다.

이것도 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국민성인 것 같기도 하여 새로웠다.


홍콩섬 쪽에 살고 있는 한국 친구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그들이 경험한 홍콩인들은 이기적이고 드세다고들 하는 경우도 있는데 행운인지 내가 만나고 있는 홍콩인들은 참으로 순수하고 예의가 있으며 정이 가득하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홍콩 친구들로부터 느껴지는 따스한 마음이기에 더욱 나는 홍콩인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숙소 근처 몰에 단골인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는 두 명의 홍콩 친구들이 있다. 아침에 근무하는 친구는 내가 가끔 들러 음료를 살 때마다 인사하게 된 친구인데 자연스레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안부를 전하며 그렇게 마음을 나누게 되었지. M이란 이름의 그녀는 한동안 내가 들르지 않을 때도 다른 한국 동료(그녀도 가끔 편의점을 들른다.)에게 나의 안부를 묻곤 했다 한다. 오랜만에 방문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지는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반겨준다.

저녁 퇴근 때는 다른 홍콩인 친구가 나를 환영해 준다. 단순한 손님인 나인데 얼굴을 익히고 늘 밝은 어투로 인사를 건네준다. 홍콩의 세븐 일레븐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데 매 월 스티커를 다르게 만들어 일정 수량을 모으면 행사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스티커는 구매 금액에 따라 그 수량이 달라지는데, 나의 경우 귀여운 스티커를 모아 나의 다이어리에 꾸미는 것이 좋아서 유독 이 스티커를 받을 때마다 기분이 한층 더 좋았더랬지.

눈썰미 좋은 편의점 아주머니는 그 이후부터 내가 소액의 물품을 구매해도 늘 많은 스티커를 선물로 주곤 했다. 그 진심의 잔정이 내게는 큰 선물이기에 그날의 퇴근길은 더욱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이 된다.

세븐 일레븐 친근한 홍콩인 친구와 그녀의 애정 증표.




회사 근처에는 단골 일본음식 레스토랑이 있다.

홍콩의 기름지고 특유의 향이 있는 로컬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나이기에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그 식당을 자주 가곤 했는데 나의 메뉴는 늘 같았다. 반숙의 계란이 있는 함박스테이크 메뉴. 완숙의 계란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어느 날은 지점장님에게 계란 완숙을 요청했더니 그 이후 식당에 가면 내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연스레 완숙으로 나의 메뉴를 만들어 주는 그 세심한 마음이 참 감사하다.

한번 더 웃어 주고 챙겨 주는 그 친절함이 홍콩인들에 대한 나의 애정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것인지도.

단골 일본음식 레스토랑

자주 가는 카페의 직원들도 비슷하다. 오트밀 라테가 맛있어서 자주 가는 로컬 홍콩 카페인 NODI 커피숍, 두유 라테만 마시러 가는 회사 근처 STARBUCKS지점.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계산대 앞에 서면 나와 나의 메뉴를 기억하여 알아서 주문해 주는 센스 있는 이 친구들이 난 참으로 좋다. NODI에서 근무하는 친구는 더불어 웨이트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라 같은 공감대 형성에 운동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었고, 회사 근처의 스타벅스 지점 홍콩 직원들과는 볼 때마다 안부 인사를 나누는 그런 친구가 되었다. 한국인들이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들 하는데 내가 경험한 홍콩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진실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많았음이다. 또한 자신들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마음을 전하는 특별함이 있다. 다양한 이들이 공존하는 홍콩에서 이렇듯 좋은 이들을 만날 수 있고 인연으로 함께 하는 것이 참으로 큰 행운이지 싶다.

오트밀 라떼 단골 NODI 커피샵 & 두유라떼 단골 회사 근처 스타벅스 지점



어느 날은 퇴근길 걸어가고 있는데 낭만적인 홍콩인들의 또 다른 흔적을 길 위에서 발견하게 되었었다.

이름 모를 꽃나무 아래 떨어진 꽃들로 누군가 하트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거리의 꽃잎을 누군가는 사랑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다른 이들에게 나눔까지 한 멋진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대방이나 사물의 존재감은 달라지게 된다. 내 마음의 상태가 곧 외부세계의 바라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떨어진 꽃들로 하트를 만들어 놓은 홍콩인들의 낭만



타국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내 삶을 좀 더 성숙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주는 듯하여 그 자체가 인생의 선물 같은 기분이 든다. 쉽게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을 오늘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누리며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축복한다. 그들을 위한 예찬은 곧 나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알고 있음이니.

이 로맨틱 홍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아름다운 인연들과 함께할지 더욱 기대되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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