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을 통해 도전을 배우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기에 지금 이렇게 한국이 아닌 홍콩에서의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어릴 때는 운동을 전혀 좋아하지도 관심 갖지도 않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우선순위가 되고 그 이후 웨이트를 배워 꾸준히 하는 내가 되었고 심지어 아마추어 피트니스 대회도 나갔던 경력까지 만들었으며 지금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운동 전도사로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은 어쩌면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 맞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인지도.
그러함에도 물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나는 수영을 배워 보겠다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었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가 물놀이를 하는 와중에 순간 파도가 밀려와 나를 덮친 것이다.
더욱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기에 허우적거리는 그 짧은 몇 초 동안 나는 깜깜한 물속의 공포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 이후 친구들이 물놀이를 가자하면 늘 뒷걸음질 치는 나였더랬지.
20대 초반인 캐나다 유학시절 홈스테이 가족과 함께 근처 수영장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다. 홈스테이 맘이 물에 뜨는 방법을 알려 주시겠다며 나를 붙들고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을 붙잡고 시도했으나 물에 대한 공포가 크게 있는 수영장 물만 배불리 먹으며 몸은 굳을 대로 굳어 계속 가라앉게 되었고 자신하던 그녀도 포기하게 된 순간이 있었지.
그러했던 내가 작년 6월 말경 홍콩에 와서 친구들을 따라 또 수영장을 가게 된 것이다. 분명 여전히 나는 물에 대한 공포가 있었고 내 몸은 절대 물에 뜨지 않을 거야란 믿음을 안고 있었는데.
수영을 잘하는 두 친구가 물에 안 뜨는 몸은 없다면서 도전해 보자고 권유하는 것이 이번에는 왠지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드는 것이었지. 그래서 무엇에 이끌린 듯 함께 홍콩에서 가장 큰 공용 수영장인 Kennedy Town Swimming pool로 향했다. 공용이용 시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상당히 넓은 야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을 구비하고 있었다. 사실 바다로 둘러 쌓인 홍콩에 와서 한 번은 수영을 배워 봄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하는 마음이 더 커졌었는지도 모른다.
우선 결론은 이 날 처음으로 난 친구들의 친절하고 꼼꼼한 수영강습 덕에 물에 뜰 수 있었으며(최고의 순간이었다.) 발차기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수영을 잘하고 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나의 이 감격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물에 대한 공포를 몇십 년 동안 안고 왔던 나였기에 드는 기분은 성충이 나비가 되기 위해 거 번데기 한 꺼풀을 힘겹게 벗겨낸 듯한 느낌이었다.
변화는 이제부터였다. 물에 뜰 수 있다는 자신감에 나는 바로 숙소 아파트의 클럽 하우스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그다음 날부터 수영장으로 혼자서 킥판을 들고 연습을 하러 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독 할머니 할아버지들인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수영장. 그분들은 자유롭게 인어처럼 멋지게 수영을 잘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고 킥판을 들고 어설픈 발차기를 하면서 그분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작도 더 어설프고. 물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있다 보니 숨은 좀처럼 쉽게 쉬어지지 않고.
그냥 포기할까 싶다가 어디서 올라오는 마음인지 될 때까지 꼭 하고 말 거야 라는 의지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바로 수영강사에게 티칭을 배우면 되었을 텐데 그때는 왜 혼자서 먼저 연습하겠다고 그렇게 호기를 부렸는지...
그런데 그 덕에 나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더랬지. 내가 혼자 연습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시는 60대 정도의 어르신이 한마디 한마디 조언을 해주신다.
그분은 젊은이 못지않은 탄탄한 수영선수 같은 몸매를 가지고 수영을 정말 잘하셨는데 특히 접영을 하실 때는 정말 돌고래가 수영하는 것만 같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홍콩 내에서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셨다고 한다. 어쩐지... 그의 이름은 Danny였고 그 이후부터 내가 어떻게 수영 연습을 하면 되는지 하나하나 자세 등을 보시고 알려 주시기 시작하셨다.
난 그분의 티칭 중 제일 좋았던 부분이 마인드 컨트롤 부분이었다.
"Strong Mind" and " The practice is the key"!
짧은 영어로 깊이 있는 경험치의 조언을 해 주실 때 그 확고한 억양과 빛나는 눈빛. 점진적 연습량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며 무엇보다 해낼 수 있다는 긍정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난 사실 Danny에게 수영을 배우게 아니라 그의 인생 경험을 배우는 것 같아 그와 함께 수영 연습을 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더랬다. 항상 강조하시는 것 중 하나는 "쥬디 너 자신을 믿어. 잘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처음에는 50m 그다음에는 100m 그리고 200m 그다음에는 300m 그렇게 늘려가다 보면 너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을 거야."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도전할 때 모든 것에 적용되는 법칙인 듯하다. Danny는 매일 수영 연습을 하러 온다고 한다. 나 조차도 웨이트는 그렇게 거의 매일 꾸준히 하지 않던가.
자유형만 배우는데 비록 몇 개월이 걸렸지만 결국은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현재는 어설프지만 자유형을 할 수 있는 이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 개인강습을 몇 번 받음으로 자세를 교정하면서 연습했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나는 이 홍콩에서 내가 수영을 배워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큰 기적을 이뤘다고 말하곤 한다.
이곳 홍콩에서의 소중한 인연들이 하나 둘 쌓여가는 것에 나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가득 갖게 된다. 여전히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수하다. 그들의 삶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경험을 해가며 좋은 부분을 닮아 가기에 조금은 더 성숙해진 듯하다.
물론 원칙주의에 벽처럼 느껴지는 홍콩인의 특유함에 일할 때 있어서는 답답할 때도 많지만 그러함에도 한 발 뒤로 물러나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금 그들에 대한 사랑이 생기며 분리됨이 아닌 하나 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까.
오늘도 홍콩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