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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수 Oct 09. 2021

궁금하면 공부하는 모임


 한 번 만나고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만남이 다음에 또 이어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겨울, ‘산복도로 북살롱’에서 독립출판 수업을 들은 1기부터 4기까지의 수강생들이 송년회 자리에 모였다. 모두가 모인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수업이 끝난 내가 포함된 4기 팀이  주를 이뤘고, 각 기수에 1명 또는 2명 정도의 인원이 참가해 어색한 듯 재밌는 송년회를 보냈었다. 사장님의 제안으로 단톡방까지 만들어졌지만 모두가 만났던 그 한 주정도 단톡방은 활발했다. 그 뒤로는 가끔 좋은 정보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흥미로운 제안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제안자는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요즘 한국 근현대사 공부가 갑자기 하고 싶어 시작을 했는데 혼자 잘 되지 않는다며 혹시 같이 할 사람들이 있는지 물었다. 당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나 배편이 급격히 줄어들고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여기저기서 폐점을 하는 시기였다. 이런 시국에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돼 함께 하기로 했다. 


 역사학연구소에서 펴낸 ‘함께 보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두꺼운 책을 중심으로 분량을 나눠 각자가 맡아 하루의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소 모임이라고 하면 또래들과의 모임이 익숙했는데 이번 모임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했다. 평소 가족이 아닌 다른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고 광복 이후 부분은 아무래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불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그날 자신이 이끄미가 아니더라도 추가 자료를 챙겨 오거나 그 시절과 관련된 소설집이나 시집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현대 부분에서는 실제 본인이 겪은 부분이나 자신들의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해주기도 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친 지 2년 정도 지난 때라 아직은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었다. 공무원 한국사 시험이 워낙 세세한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개인적으로 점수가 제일 잘 안 나와 심혈을 기울여 공부했던 과목이라 모임 때마다 책에는 없지만 이런 일도 있다며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자연스레 추가로 이야기할 부분이 없는지 물어봐주시기도 했다. 그게 신나 매번 공부했던 책들과 노트를 뒤져가며 내용을 정리해가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는 그렇게 미웠던 과목인데 모임에서 이렇게 빛을 발하니 새삼 고마운 과목이 되었다.


 무더운 여름 시작해 두꺼운 옷을 두 겹 입을 때쯤 모임은 끝이 났다. 또래 모임보다 더 좋았던 모임은 그 해 송년회도 함께하고 그 후로도 간혹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더 이상 모임은 할 수 없어 간간히 서로의 근황을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았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와 함께 자신의 일들을 묵묵히 하고 지내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끝난다면 오랜만에 내가 또는 다른 누군가가 먼저 툭 단톡방에 말을 건네 다시 한번 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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