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육아 휴직을 하면서 아빠로서 겪는 일들을 정리하자는 취지였다. 아기가 잠을 제대로 못 잔다는 사실에서 시작된 육아 휴직이었던 탓에 아기의 잠을 재우기 위한 노력들을 기록하였던 것이 초창기의 글들이었다.
이후에 육아에 대한 글이 조금 뜸해졌던 것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24개월 영유아 검진에서 우리 아이의 검사 결과는 제법 많은 항목에서 또래의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과 의사는 심화 검사를 권했고, 이런저런 검색과 조사 끝에 서울시 어린이 병원에서 베일리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결과는 이런저런 항목에서 또래보다 떨어지고 있고, 몇몇 항목은 상대적으로 발달이 아주 많이 느리다는 내용이었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우리 아기의 발달 지연은 아이의 탓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보지는 않겠지만 내 아기가 조금 느려요라고 하는 것을 부모가 글로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아기에 대해서 기쁘지 않은 일을 아이의 허락 없이 부모가 마음대로 글로 써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리 아들에게 우리의 아이가 되고 싶냐고 물은 것이 아닌데, 정말 아이의 이야기를 아빠 마음대로 써도 될까? 우리 아이가 나중에 커서 이 글들을 왜 아빠 마음대로 썼냐고 화를 내며 삐뚤어지면 어떻게 하지? 정말 나는 좋은 아빠인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고민이 고민을 낳고 있었다.
하지만 고민 또한 내 삶에서 엮어낸 사고(思考)의 결과물이기에 결국은 내 삶과 나의 사고에서 하나씩 해결이 되었다.
아기의 일을 글로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은 왜 시작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엄청 유명해져서 나의 글로 인해 아이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허황된 거만함에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았다. 아이를 소재로 조회수나 라이킷 숫자를 모으려고 글을 시작한 것이 아니잖는가.
기억으로 그냥 두면 잊힐지도 모를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었잖아.
아이가 컸을 때 생길 수 있는 불만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최대한 이 글에서 내 아이의 정보는 노출하지 않고 담백하게 육아의 과정만 담자고 결심했고, 아이가 컸을 때 이 글을 보여주고 지우기를 원한다면 지우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기로 했다.
부모로서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유튜브에서 <응답하라 1988> 동영상 클립을 보며,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라는 글이 적힌 물티슈 뚜껑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또 살면서 고민을 지워나간다.
그렇게 또 하루를 살고, 부모로 살아지고 있다.
아들아,
아빠가 아들의 허락 없이 아들의 이야기를 먼저 써서 미안해.
나중에 아들이 커서 아빠의 이 글이 부끄럽다고 느끼면 아빠는 언제든지 이 글들을 지워줄게.
아빠가 아들에게 우리 아들이 되어줄 것인지 묻고 낳은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아빠와 엄마의 아이인 것을 언젠가는 항상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지금 너를 기르는 이 모든 순간 나의 최선을 다해서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할게.
이 글들은 그렇게 너를 키웠다고 생색 내려는 것이 아니야.
아들이 반드시 자랄 것처럼, 결국은 시간에 지워질 수밖에 없는 우리 아들과의 하루하루를
휘발되지 않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아빠의 바람이야.
왜냐하면 아들과 함께 있는 지금의 모든 순간순간이 아빠와 엄마에겐 행복하거든.
그 행복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
그걸 이해해 줄 수 있는 아들로 자라기를 빌며,
2022년 12월 매우 추운 어느 날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