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을 거면서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한 일화를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 수입 조명에 관해 물어온 젊은 부부에게 상품에 관한 설명을 하던 중이었다. 가격에 대한 문의에서부터, 용도에 맞는 조명 종류와 사이즈에 관한 것까지 찬찬히 물음과 답을 해나갔다. 주로 여성 고객이 질문하고 함께 온 동행 남성은 한 발자국 뒤에서 듣고 있었다. 천장에 다는 펜던트 조명을 구입하려는 고객이었기 때문에 설치 서비스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도권이라고 불리는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출장 비용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는 분명한 지역불균형이라 생각하고, 지방 거주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함을 먼저 밝힌다.
지방은 출장비가 발생함을 설명하고, 별도로 스위치를 설치한다던가, 전선 위치 이동 등 전기 설비 시에는 설치 비용이 추가적으로 청구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동행이 대화 도중 끼어들었다.
“아니 근데 아까 이야기했던 가격 안에 설치비용이 포함되는 거잖아.”
그러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고객이 황급히 나서서 동행자에게 대답했다.
“아까 말씀해 주셨던 가격은 제품 가격만을 이야기해 주신 거야.”
잠시 당황했지만, 함께 대화를 나누던 고객이 출장비에 대해 이해해 주셨기 때문에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맞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가격은 제품만을 말씀드린 거고요, 제품 설치 같은 경우는 브랜드 사에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해 드리는 것인데, 지방의 경우 거리상 문제로 별도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같은 값을 치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인데 도시 거주자에겐 설치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에겐 비용이 청구되니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각되고 다소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면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선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드렸다. “입주 전에 인테리어를 새로 할 예정이라고 하시니, 인테리어 업체에 요청하셔서 설치하시면 보통 추가 금액 없이 다실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당 조명 같은 경우는 이런저런 특징이 있으니 기사님에게 이런 부분만 유의해달라고 말씀하시고 설치하시면 무리 없이 설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야기를 듣던 고객이 “설명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돌아서기까지 동행자의 불만스러운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서비스의 부족함에 관한 불만족이었을까? 분명 그 지점도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해되지 않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다. 이야기 도중 불쑥 끼어들어 공격적인 언사로 누구를 향한 질문인지 모호하게 내던진 말속에는 비난의 기색의 역력했다. 당신의 경험과 이것에서 비롯한 사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단정 짓는 말이었다. 본인의 생각에서 벗어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 그러하기에 당신이 틀렸다 결론짓는 성급함. 상품을 팔려면 당신이 나를 이해시켜야지라는 식의 오만함.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언사. 비용을 지불하였다면(혹은 할 예정이라면)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을 자신의 밑으로 보는 계층적 사고. 여타의 것들을 짧은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비약적으로 일반화하여 해석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한 가지 사례에서만 경험한 것이 아닌, 수많은 사례를 몸으로 경험하며 쌓아온 데이터를 토대로 낸 결론이다.
어떤 고객은 상품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는, 설명 도중 끼어들어 "아 그건 알겠고요."라고 말하곤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물어오기도 한다. 황당한 일이다. '당신이 묻고 있는 것을 지금 설명하고 있잖아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시 설명을 반복해 이어나갈 수밖에.
어떤 이는 당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디 한번 봅시다 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본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거나 본인이 더 많이 알고 있다 생각되면 즉시 말을 끊고 함께 있는 동행자에게 열심히 설명을 이어나간다. '이럴 거면 왜 설명해 달라고 한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누가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나 뽐내는 대회에 참가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참 이상하다. 듣지 않을 거면서 설명을 요구하는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