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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 Jun 04. 2023

용접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_3

   전전편 및 전편에 이어 용접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계속합니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 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여객선이 출항 4일만인 4월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던 자정 무렵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했다. 충돌 2시간 40분만에 완전히 침몰한 이 배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난파선 RMS 타이타닉 호(RMS Titanic)다. 희생자 수는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미 상원 소위원회의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승객과 승무원 합해 2,224명의 탑승자 중 1,514명이 사망했다.

RMS Titanic

   타이타닉 호 사고가 역사상 최악의 해난사고인 것은 아니다. 1987년 필리핀의 연안 여객선 도나 파즈호(Dona Paz)가 침몰하여 4,375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단 26명이다. 1945년 1월 30일에는 독일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Wihelm Gustloff)가 발트해에서 소련 잠수함의 어뢰를 맞아 9,343명이 수장되었다. 이 때는 독일의 패색이 짙어진 2차대전 막바지였고 소련군은 지옥에서 온 악귀나 다름 없어서 독일군은 동부 폴란드 지역 민간인들을 서부로 이동시키는 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빌헬름 구스틀로프 말고도 1945년 2월 10일 여객선 슈트이벤호, 4월 16일에는 고야호가 역시 소련의 어뢰 공격을 받았고 각각 4,500여명, 6,000여명이 사망했다. 1941년 독소 전쟁 초기에는 나치 독일의 폭격기가 소련의 병원선 아르메니아호를 공격하여 5,000명이 넘는 부상병과 피난민들을 살해했다. 1945년 8월 22일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여객선 우키시마호가 의문의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해방을 맞아 귀국하던 조선인 승객들 중 최소 5,000명이 이 사고로 사망했다.


   타이타닉 호가 최악의 해상 참사로 기억되는 이유는 참사 규모 때문이 아닐 것이다. 1997년 개봉되어 대히트했고 센세이션을 넘어 일종의 사회 현상까지 되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 때문도 아닐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뱃머리에서 "내가 세상의 왕이다"고 외치기 전에도 타이타닉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객선이었고 타이타닉호 침몰은 대표적인 해난사고였다.

I'm the king of the world!

   그렇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 그 시대 세계 최대 크기의 여객선이면서 최첨단, 초호화,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의 벽을 깬, 그야말로 모든게 최고인 배였다.

   - 1912년 4월 10일은 이 배의 첫 출항일이었다. 유럽의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은 물론이다.

   - 승객들 중에는 갑부와 유명인사가 즐비했다. 선주(船主)사인 화이트 스타 라인의 대표 부르스 이스메이, 설계자 토머스 앤드루스, 억만장자 철강업자 벤저민 구겐하임, 소설가 아치볼트 그레이스 4세, 언론인 윌리엄 스티드, 그 외에도 영국 재계, 문화계, 스포츠계에서 이름 날리던 인물들이 이 배에 탑승했다.

   - 기록량이 실로 어마어마하고 기록의 디테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수많은 무전들, 사고 후 영국과 미국 정부의 조사 기록을 종합하면 분단위로 사고 재구성이 가능하다.

   - 영웅적인 죽음이 많았다. 구명보트 승선을 거부하고 배와 운명을 같이 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과 설계자 앤드루스, 조명이 꺼지지 않도록 끝까지 기관실을 지킨 선원들, 마지막 연주 중에 배와 함께 가라앉은 실내악단, 턱시도로 갈아입고 브랜디를 마시며 최후를 맞은 구겐하임 등, 영화에서 묘사한 '인간의 품격'은 대부분 사실이다.

   - 사고를 계기로 선박의 안전 조치가 강화되었다. 1914년 통상 SOLAS(Safety of Life at Sea)라 하는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이 최초로 체결되어 선박의 설계 기준과 안전 요건이 정립되었다. 그 뒤 SOLAS는 몇차례의 개정을 거쳐 1980년에 최종이자 현행 버전이 발효되었다.


   그러나, 전지구적 관심과 방대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침몰의 기술적 원인규명은 상당히 늦었다. 그도 그럴것이, 타이타닉이 가라앉은 해저는 깊이 3,800미터고 살아 숨쉬는 인간이 그정도 깊이까지 도달한 때가 1950년대다. 타이타닉의 선체를 해저에서 처음 확인한 시점은 1985년, 사고로부터 무려 73년이나 지났을 때였다. 실체적 진실은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 탐사팀이 수중로봇을 이용해 처음으로 찍은 타이타닉의 잔해 사진으로 드러났다.

   놀랍게도 거대한 여객선은 선체가 반으로 뚝 쪼개져 있었다. 선수와 선미가 800미터 정도나 떨어져 따로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다.

타이타닉호 선미(上)와 선수(下) 잔해. 실사(實寫)는 아니고 사진 자료를 3D로 모델링했다.

   그 때까지는 배가 온전한 형태로 가라앉았다는 게 정설이었다. 일부 생존자들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도 용케 배가 두동강 나는 상황을 목격했고 그렇게 증언했으나 거의 모든 조사기관이 무시했다. 어떻게 그 덩치 큰 배가 도끼로 쪼갠 듯 반으로 갈릴 수 있을까?


   영화 [타이타닉]이 나왔을 즈음에는 두동강 난 이유에 대해 기술적 해석이 어느정도 내려져 있었다. 영화에서는 할머니가 된 로즈에게 한 과학자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배가 두동강 나다. 영화에서 사용된 시뮬레이션 화면

   배는 선수(船首)가 먼저 가라앉았다. 가라앉으면서 서서히 기울어, 45도쯤 기울었을 때는 물에 잠긴 선수부와 잠기지 않고 하늘로 뻗은 선미부의 길이가 거의 반반이었다. 선수부는 부력이 작용하고 선미부는 배 무게 그대로 허공에 매달린 형태, 즉 수면을 기준으로 선미부가 외팔보(cantilever)가 되어버렸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해수면 위치에서 선체가 부러진 것이다.


   영화가 나온 이후로도 연구는 계속되어 현재의 다수설은 영화상의 시뮬레이션과 약간 다르다. 잉여력 충만한 외국 공대생들은 여전히 이 문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45도보다는 덜 기운 상태에서 쪼개졌고, 선미부 외팔보의 굽힘 응력과 함께 압축응력이 작용했으며, 반복되는 하중으로 선체 한가운데 강판에 피로(fatigue)가 누적되었다고 보고 있다. 쪼개진 후 선수부가 급속히 바다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남은 철판도 찢어져 나갔다.

   문제는, 그렇다 해도 어떻게 그 큰 배가 반으로 쪼개질 수 있느냐는 거다. 타이타닉의 설계도 검토 결과 선체 외장은 두께 1.25인치(31.75mm) 강판이었다. 원래 대형 선박은 강판 두께도 두께지만 내부 층층히, 칸칸이 철판이 질러져 있고 수없이 많은 보강재(bracing)가 덧대여져 있다. 이 강판들이 우두둑 부러지는게 가능한 일일까?


   많은 연구자들이 답을 리벳(rivet)에서 찾는다. 타이타닉이 건조된 1910년 연간에 철강 구조물의 접합법으로 용접은 보조의 보조 수단이었고 주된 접합은 리벳으로 이루어졌다. 용접으로 선체를 건조하기 시작한 시기는 1930년대다.

선박 건조 광경. 촘촘한 리벳 구멍를 보라.


   타이타닉의 잔해에서 수거한 리벳의 재질 분석 결과 다량의 불순물을 함유한 저품질 소재의 리벳이 대거 사용되었고 조선소의 내부 회의록에서도 만성적인 리벳 부족에 시달렸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타이타닉은 선수에서 선미까지 16개의 격벽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그 중 4개 구획 정도를 완전히 물로 채운다 해도 떠 있을 수 있는 설계였다. 그러니까 빙산이 몇개 구획에 구멍을 냈다 해도 침몰하지 않거나 침몰하기까지 승객들을 구조할 시간은 충분했어야 했다. 선수쪽으로부터 순식간에 침수된 이유는 충격과 반복 하중으로 불량 리벳이 한꺼번에 터져 나간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외팔보가 되어버린 선미부의 하중이 선체의 리벳 구멍을 찢었고, 리벳이 원래 받던 전단(剪斷) 응력 외에 굽힘과 인장 응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안그래도 불량한 리벳이 훨씬 작은 하중으로도 파단되었다. 그것이 선체가 두동강 난 주 원인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리벳이 파단되면 남은 리벳만으로는 하중을 버틸 수 없다.




   이제는 선박이나 대형 철구조물에서 리벳이 퇴출되고 그 자리를 용접이 대신하게 되었으니 위와 같은 말도 아닌 사고는 없어지지 않을까?


   그럴 리가 있나.


   용접은 접합하지 아니한 소재 강도의 100% 이상 강도를 실현하는 유일한 접합법이다. 숙달된 용접사가 설계자의 지시를 준수하면 철판 원판 수준 이상의 강도가 나오는 것이다. 수밀(watertight)은 물론 기밀(airtight)도 가능하고 작업 효율은 리벳 같은 기계적 이음과 비교 자체가 안된다. 그러나 이런 장점과 함께 취약점이 존재하는데,

   - 용접부에는 취성(brittleness)이 생기기 쉽다. 즉, 충격으로 균열이 생기기 쉽다. 이 점은 열처리로 커버 가능하지만 선박같은 거대 구조물을 무슨 수로 열처리하겠는가.

   - 용접열에 의해 잔류응력이 생긴다. 잔류응력이란 외력을 가하지 않아도 재료에 내력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금속 재료라는게 완전탄성, 완전소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말하자면 재료에 변형을 가하면 탄성변형과 소성변형이 동시에 생겨 두가지 변형이 맞서는 것이 꼭 힘을 가하는 효과처럼 되는 것이다. 용접열에 의한 변형과 열팽창이 잔류응력을 낳는다. 이 응력 역시 열처리로 해결 가능하지만 거대 구조물이라면 제거 방법이 마땅치 않다.

   -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용접이 잘된건지 어떤건지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고 후술할 비파괴검사(非破壞檢査)를 실시해야 한다. 용접량이 어마무시하면 비파괴검사는 선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 응력 집중에 예민하다. 작은 결함이라도 조건이 잘 맞으면 균열로 성장하고, 용접부는 선형으로 연속되어 있기 때문에 균열이 용접선을 따라 확대되기 쉽다.

용접부에 생긴 균열(crack). 이렇게 육안으로 보이면 다행이다.


   그러한 고로, 애시당초 용접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불량을 잡아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용접 품질관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기술군(群)이 탄생하게 된다. 수많은 서적과 논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매년 국내외 많은 컨퍼런스에서 기술교류와 표준화가 활발하다. 품질관리 인력을 무한정 갈아넣는 것은 물론이다. 현장에서는 매일같이 용접사(with 용접 관리자)와 검사원들의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가끔은 분을 참지 못한 용접사가 헬밋을 팽개치고 다시는 용접으로 먹고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용접 품질관리의 첫걸음은 용접 업체 검증 및 인증이다.

   그 다음으로 용접사의 기량을 테스트하여 인증한다.

   용접 절차(시방) 검증 및 인증도 한다.

   마지막 인증은 제품 검사 자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용접으로 기기나 구조물을 제작하는 모든 업체, 모든 용접사의 검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조선이나 발전-특히 원자력, 교량, 압력탱크(pressure vessel)처럼 용접이 핵심이 되는 분야에서는 위 네가지 검인증을 모두 하는 반면 대부분의 기계류는 제품의 용접 검사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주자는 제작 계약과 별도로 품질관리 기관을 한곳 이상 지정 계약하여 용접 품질에 만전을 기한다. 


   용접 업체 검증은 식품의 HACCP, 의약품의 GMP, 제조업의 ISO 9001처럼 제작업체의 인적 물적 자원이 용접을 수행하기 위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품질관리 기관이 제작사를 실사(實査)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데, 제작품 종류에 따라 명확한 기준이 있다. ISO 14731, ISO 3834, ASME section3 등이다.다. 한국공업규격(KS)에도 있긴 하지만 적용하는 일은 못보았다. 대개 인증서는 업체의 기술 수준을 과시하거나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요건으로 작용할 뿐,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특정 제품의 도급 계약시에 발주자의 자체 기준으로 또 한번 실사를 한다.


   용접사 테스트는 일정 규격의 시편과 특정 용접절차서, 특정 용접자세로 실제 용접을 시킨다. 용접 자세는 기본이 되는 아래보기부터 정면 수평, 정면 수직, 위보기, 파이프 용접까지, 제작에 필요한 부분만큼만 한다. 용접한 시편은 비파괴검사는 당연하고 구부려서 균열 생기는지 보기도 하고 잘라서 부식시켜 현미경 검사까지 해본다. 기준에 따라서는, 가령 DIN 8563의 경우 용접사의 이론 지식까지도 확인한다. 그래서 합격하면 자격을 부여하는데, 대상 제품을 용접해서 만들 수 있는 자격일 뿐이고 국가기술자격증처럼 포괄적인 기능 인증은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용접기능사 자격증은 이력서에나 필요하지 현장에서는 관심도 없다. 그리고 코드가 다르면, 예를들어 압력용기를 제작하는 ASME section9 자격을 땄다 해도 조선이나 철구조물에서는 관심도 없이 그들만의 코드로 검증을 한다.

   자격을 부여받은 용접사는 그 제품에 한해 그 자격 범위만큼의 용접 작업만 가능하다. 아래보기 용접에 합격하고 수평은 불합격했다면 아래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위의 자격 보유자는 하위 작업을 할 수 있다.

용접 시편에서 인장시험을 위한 시험편을 따내고 있다.


   용접 절차 검증은 용접절차서(Welding Process Specification; WPS)와 용접절차기록(Procedure Qualification Record)의 검증으로, 용접사 테스트와 동시에 이루어진다. 용접절차서는 용접의 모든 요소, 즉 모재, 용접봉, 자세, 용접전류, 예열 및 후열 등을 총망라한 작업지시서다. 용접사는 WPS에 따라 용접을 수행한다. 용접절차기록이란 용접작업의 실제 데이터를 기록이며 시편의 검사 결과까지 포함한다. 시편 검사 결과가 양호하면 WPS의 적합성도 검증이 되는 것이다.


   나는 품질관리는 해본적이 없지만 설계와 생산관리, 공사관리, 구매, 영업까지 여러 직능을 경험하면서 품질이란 무엇인가, 좋은 품질은 어떻게 나오는가 수없이 연구해 왔다. 내가 얻은 결론은, 품질은 작업자의 기량과는 크게 관계 없이 관리의 문제며 궁극적으로는 경영의 문제라고 본다. 경영자가 품질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온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품질관리를 비용(cost)로 여기는 경영자가 부지기수다. 사실 돈이 많이 드는데, 업체의 품질 인증서 따는 것부터 인력과 시간, 설비비, 그리고 수수료를 투입해야 한다. 인증서의 인증 범위(scope)는 매우 좁아서, 발전설비 하나 제대로 생산 라인업을 갖추려면 ASME stamp 대여섯가지를 따야 하는데 stamp 하나에 1천만원 이상 소요된다. 양질의 용접사를 채용하는 것 역시 돈이다. 용접 품질검사도 당연히 비용이 든다. 경영자가 이들 비용을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되는 돈으로 인식하는 회사는 좋은 품질이 나올 수 없지만, 문제는 중소기업 경영자 대다수가 이런 마인드다. 이것도 일종의 법칙으로서, 품질 펑크를 자주 내는 제작사는 납기도 못지키고 안전사고도 잘 난다. 예외를 본 적이 없다.

   경영자는 품질관리를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이바닥은 뿌린만큼 거두게 되어 있고 기계공업처럼 정직한 분야도 없다.


   그리고 이제 제품을 접합한 용접 자체를 검사한다. 먼저 외관검사. VT(Visual Test)라 한다. 용접이 예쁘게 되어 있는지 보는 것이다. 용접 비드(bead) 양쪽 골이 패이거나(undercut) 용접봉이 과도하게 녹아 그루브 밖으로 넘치거나(overlap) 불똥이 점점이 튀어있지(spatter) 않아야 한다. 기량이 좋은 용접사가 한 용접은 보기도 좋다. 설계도 마찬가지인데 도면을 한눈에 봐도 균형잡힌 아름다움이 보인다면 그 도면으로 제작한 기계는 성능이 잘 나온다.


   비파괴검사(Non Destructive Test; NDT, Examination을 써서 NDE라 하기도 한다.)는 많은 방법이 있으나 제품에 관계 없이 두루 하는 검사는 4가지가 있다.

   염료 침투 검사는 현장에서 다들 PT라고 한다. Dye Penetration Test의 약자다. 비파괴검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용접사 스스로 할 수 있다. 용접부 표면에 생긴 작고 가는 균열(crack) 혹은 작은 구멍(pinhole)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데, 침투액을 뿌리고 좀 기다렸다가 닦아낸 후 현상액을 뿌리면 흰색 현상액 위로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염료침투검사(PT)

   표면 또는 표면 바로 밑의 결함을 보기 위해 자기(磁氣)의 성질을 이용하는 자분탐상검사도 한다. Magnetic Particle Test라 하여 MT라 부르며 자성체에만 할 수 있다. 자성체에 자장을 걸면 N-S간 자속이 형성되는데, 만일 결함이 있다면 결함 좌우로 자극(磁極)이 만들어진다. 즉, 결함이 하나의 자석이 되어 이곳에 철 분말을 뿌리면 결함 주위에만 분말이 붙는다. PT로도 볼 수 없는 결함를 잡아내는 검사법이다. MT부터는 전문 검사원이 수행한다.

자분탐상검사(MT)

   보다 깊은 곳에 있는 결함은 초음파로 검출해 낼 수 있다. Ultrasonic Test, UT다. 초음파는 내과나 산부인과 진료부터 수중 탐사, 지하에 매몰된 고대 유적 탐사까지 사용처가 무척 많은데 용접 UT는 초음파 탐촉자를 용접 표면에 접촉시키고 초음파가 반사 또는 굴절되어 나오는 파형으로 내부 결함을 보는 검사법이다. 파형은 결함 형상대로 나오는게 아니라 펄스 신호이므로 이를 분석하여 결함의 형태와 깊이를 집어내는 일은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도면 또는 WPS에 용접부 UT가 지시되어 있으면 용접사나 관리자나 바짝 긴장한다. 용접선이 길어질 경우 UT를 다 할 수는 없고 '전체 용접길이의 10%'라는 식으로 샘플링 검사를 지시하지만 어디를 검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100%나 마찬가지다. 차이가 없는데도 조금이라도 검사 개수를 줄여보려고 생산 담당자는 설계와 싸우고 검사원과 싸운다. 내가 만나본 가장 성질 더러운 고객사 감독관은 도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가 UT 지점을 정했다. 도면에 UT가 지시되어 있으면 검사 당연히 해야 하고 지시되어 있지 않으면 용접사가 신경을 덜 쓸테니 검사를 해야 한다는 신박한 논리였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용접 UT 에코(echo) 파형


   내부 결함 검사법의 끝판왕은 뭐니뭐니 해도 방사선투과법, RT라고 하는 Radiographic Test다. 흉부 X선 사진을 찍듯 방사선을 조사(照射)하고 반대쪽 필름에 감광하는 검사로, 용접부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검사법이지만 용접부 형상이 복잡한 곳은 검사하기 어렵다.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설계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 카드다. 방사선을 다루다보니 전문 검사원이 방호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주로 야간에 한다. 공장 작업자들 다 퇴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파괴검사는 이 외에도 물을 담가서 누설을 보는 수밀테스트, 구멍을 모두 막고 압축공기를 불어넣은 뒤 압력계를 설치해 장시간 보는 기밀테스트가 있다. 아주 마이너하지만 초음파 비슷하게 와전류(eddy current)를 이용하는 와전류탐상법(ET), 음향탐사법(AT)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용접은 박사가 아주 많은 분야다. 대학에서 학위를 딴 박사가 아니라 자칭 박사들이 한국에만도 최소 일만명은 될 것이다. 기능이 우수한 용접공을 뽑아 교육을 보내려고 하면 "내가 박사인데" 교육이 왜 필요한가 어이없어 한다. 사실은, 그 분들이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쓴 글이다.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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