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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Jul 04. 2020

여원의 작사 : 나의 첫 instrumental

모두의 작사 4주 차

점점 여름이 짙어진다.

와중에 약간 추울 정도로 선선했던 지난 수요일.


수업 하루 전인 화요일 저녁, 선생님이 기타 반주로 음악을 만들어 보내주셨다.

수강생들이 보낸 가사와 레퍼런스 곡에 맞게 한 명씩 반주를 짜주시는 건데 정녕 그는 작곡 기계인가... 하루 만에 곡을 호로록 뽑아서 수강생들에게 뿌려주셨다.


나는 두 곡을 레퍼런스로 보냈다.


가을방학- 3월의 마른 모래

브로콜리 너마저 - 편지


잔잔히 밝은 분위기에 너무 빠르지 않은 미디엄 템포 정도의 곡을 생각했는데 딱 그런 느낌으로 반주를 만들어주셨다.

나는 노랫말 있는 음악을 좋아해서 가사 없는 Instrumental Ver.은 굳이 찾아 듣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내 노래라고 생각하니 선생님이 보내주신 반주를 계속 듣고 있는 나를 발견.. 지금까지 한 500번쯤 들은 것 같다.


수업시간 동안 한 명씩 가사를 띄워놓고 반주와 함께 들어봤다. 코드만 짜주신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멜로디는 우리가 불러야 하는데 이게 참 막막하다는 것이 문제다...


나의 C파트(후렴)는 이렇다. 반주를 들으며 부르기 편하게 내 가사의 마디수에 맞게 끊어주셨다.


c
아무것도 아닌 나인데 왜 행복할까
너와의 세상은 왜 커져갈까
아 네가 나를 꿈꾸어줘서
내 꿈은 너야 네가 날 위로해
c
|D      |Dm     |A        |F#m     |
|Bm    |E        |A        |A7       |
|D      |Dm     |A        |F#m     |
|Bm    |          |E        |            |


수업에 가기 전엔 이 코드 진행 안에서 ‘멜로디를 어떻게 해야 하나’, ‘반주를 가사로 어떻게 채워야 하나’ 너무 고민이었다. 그런데 수업 때 선생님이 멜로디를 만드려고 하면 힘들다고,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멜로디는 단순하고 리듬이나 음률이 재미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셨다. 그러니 노랫말의 ‘위아래’, 즉 음의 높낮이 너무 생각하지 말고 리듬인 ‘좌우’를 생각하라는 말.


또, 반주에 텍스트가 잘 안 붙는 것 같을 때는 텍스트를 좀 더 소리적으로 좋은 것으로 바꾸기. 이게 작사의 반 이상인 것 같다고도 말하셨다. 가사는 무미건조한 ‘글’이 아니고 결국 ‘노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내용이 탈락되는 것 같고 문맥이 이상한 것 같아도 음악에 찰떡같이 들어가는 발음의 단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알겠지만 입으로는 모르겠는) 응원의 말을 남겨주시고.. 우린 다음 주를 기약했다.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 모두 다음 주가 두려울 것이다. 왜냐면 다음 주는 마지막 수업이고 마지막 수업이란 곧 녹음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멜론에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 인생에 재밌는 경험 한 번이라 생각하고 잘 준비해봐야겠다.


월화수목금 회사를 다니는 내가 갑자기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러 녹음을 하는 신기한 날들이다. 첫 숙제할 때 짧은 산문이었던 내 글은 점점 다듬어져 가사의 모양이 되었다. 너무 어색하고 낯설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부분의 뚜껑을 여는 거라고. 처음이라 불순물도 많고 어렵겠지만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쓸 줄 몰랐던 근육도 자연스레 사용하게 되는 것처럼 점점 내 것이 되겠지.


앞으로 내 인생에 작사라는 말이 계속 남을지 그냥 잠시 반짝 쓴 근육이 될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처음이라 잘 기억하려고 브런치에 매주 기록하고 있다. 그럼 다음 주에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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