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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Mar 01. 2021

두 배우의 흥미로운 인터뷰

쉬이 잠들지 못한 일요일 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책임 프로듀서 겸 배우 스티븐 연과 그의 Interviewer 유아인의 영상을 우연찮게 접했다. 작품에서가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두 예술가가 현생에서 나누는 찐 대화를 보고 싶었다. 



이창동 감독 말 기억나? ‘영화는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 스티븐 연, 인터뷰 중


두 배우는 영화 ‘버닝’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났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둘의 대화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의 감독 정이삭과의 작업도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걱정이 없이 ‘Just doin’ it.’ 하면 됐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작품을 위한 소모품이 될 수 있는 배우라는 존재가 제작자를 통해 창작자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은 재능이자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향한 감독의 자신감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대하는 감독의 열망이 온전히 전해졌을 때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그랬을 때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작품’이 완성될 수 있고 오래 회자될 수 있는 가치들을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파도를 타는 것 같아. – 스티븐 연, 인터뷰 중


Creator로써 과도기에 반항하며 고뇌하고 있는 한 사람과 과도기라고 할 수 있는 순간에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긴 한 사람의 대화는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페르소나 중 하나에 ‘몰입’했을 때 보일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헤맨다’는 표현은 사실 좋은 의미로만은 보이지 않지만, 이 길이면 된다는 것을 안다면 헤매는 순간도 기꺼이 고뇌하며 버틸 수 있지 않나 싶다. 광활한 바다 위에 다른 모습으로 떠 있지만 사실 어디로 향해도 이 바다가 좋기에 끝없이 부유해도 상관없다는 느낌. 그래서 그들의 과도기가 부러웠다. 그만큼 몰입하고 고뇌할 수 있는 애증 관계의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무엇’을 잘하는 두 사람이.



(미나리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침투되겠지. 그런 또 하나의 백신이 되어주지 않을까? - 유아인, 인터뷰 중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는 일상화가 됐고 마음을 소비하는 일도 드물어졌다. 그렇기에 영화 ‘미나리’가 담고자 하는 사랑이라는 가치가 인터뷰 중 유아인이 묘사했던 ‘백신’처럼 더 빛을 발하는 것일 수 있겠다.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 테고. 거슬러 돌이켜보면, 인간 자체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포용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온갖 종류의 혐오가 점차 정당화되어가는 무관심의 사회를 나마저도 눈과 귀를 가린 채 외면하고 살았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보다는 편히 가까워질 수 있는 때가 되면 나누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배로 나눌 수 있도록 침전되어 있는 마음들을 자주 흔들어줘야겠다. 



배우로써 담아야 하는 다양한 세계, 그것에서 오는 혼란과 고뇌는 그들만의 특권이란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이 인터뷰도 나와는 다른 세상의 존재들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지켜보려 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우리는 한 인간으로써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크게 다른 결을 지니지 않았다. 다를 수 있다면, 자신에 향한 고찰과 이해를 동반한 내뱉는 이야기의 깊이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 앞에서 다양한 가면을 쓴 채 진정한 자신을 갈망하고 그 속에서 혼돈을 동반하여 인생을 걷고 있다 느꼈다. 그제서야 관찰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공감하는 자세로 그들의 대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다 보고 난 뒤 흘려 쓴 글씨체로 ‘파도’라고 쓴 나의 메모지에 눈이 잠시 갔으나 이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밝은 달빛을 조명삼아 깊게 잠들 수 있었다. 사라질 수 없는 고뇌에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인터뷰는 ‘씨네 21’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cx7hHfRH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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