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들려주는 어른을 위한 초보 책 읽기
사서가 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고3 담임선생님의 "여자는 경영학과보다는 도서관학과가 좋지. 취업 잘되고, 시집도 잘 간다" 한마디에 대학 학과를 결정했다. 책을 좋아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공공도서관 관장'이라는 꿈을 꾸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서라면 적어도 일반인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청소년 시절에 읽지 않은 문학작품을 그때 읽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스인 조르바', '안나 카레니나',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주홍글씨' 등 낯익은 책을 읽었다.
도서관 초창기에 어린이자료실을 담당하면서 매일 그림책, 동화책을 한 권씩 읽었다. 젊은 엄마들은 "사서님, 우리 아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 추천해 주세요. 지난번 골라주신 책 좋았어요." 한다. 출판 잡지, 신문의 서평을 참고하면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았다. '강아지똥', '지각대장 존', '누가 내 머리에 똥 쌓어'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자주 읽어주던 책이다.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주세요'하는 어른의 질문에 '사서가 이 달에 권하는 책' 목록을 만들었다. 신간 위주로 보편적이고 재미있는 책을 선정했다.
시골의 공공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책을 읽지 않는 어른을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독서동아리를 만들었다. 처음엔 회원 모집이 어려워 도서관에 자주 오는 엄마들 위주로 반강제로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점점 책 읽는 즐거움에 빠졌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던 엄마들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하던 엄마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눈이 반짝거렸다.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하면서 드라마를 보던 엄마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
그때부터 1인 1 독서동아리를 꿈꾸었다. 도서관 사서 모임, 학교 엄마 모임, 동네 친구 모임, 성당 또래 모임 등에 1인 1 독서동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계가 지속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동네에서 자발적인 독서모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모임을 어떻게 만들고, 꾸려가면 좋은지, 어떤 책을 고르면 좋은지 차근차근 설명하려 한다.
이 책이 어른이 되어 다시 책 읽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