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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동 사적식사 Mar 22. 2019

오로시 장인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

회를 뜨기 위해 생선 살점을 떠내는 것을 일본말로 “오로시”라고 합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fillet 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횟집이나 시장에 가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주워 들은 이야기인데 전국의 뛰어난 오로시 기술자들은 모두 노량진과 가락시장으로 몰린다고 하더군요. 임금이 전국에서 가장 세고 5년 이하의 경력자는 아예 업장에 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생선을 자주 받던 가게에 20년 넘는 경력의 정말 기가 막히게 오로시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 요즘 오로시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면서 그 분 생각이 납니다. 과장이 아니고 광어 오로시하는 과정을 보면 정말 메시가 축구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오래 보지 않은 누군가에게 형님, 형님하고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분 오로시 솜씨를 보면  형님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생선 만지며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의 엄청난 간극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배움이 익힘으로 완전히 전이되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어떠한 경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광어 오로시가 생각만큼 잘 안되어 답답한 마음에 써 본 뻘글이네요. 하긴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 이야기에 나오는 포정이 칼을 19년 쓰고 소를 해체하며 장단과 음률이 맞을 지경이었다는데 20년 넘는 경력의 실력자를 보며 오로시가 안된다고 답답해 하는 게 우스운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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