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기동 사적식사 Mar 26. 2019

김금화 만신 이야기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굿

김금화 만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한 달 전쯤 기사로 접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한 것 중 하나가 대학 시절 풍물패 활동이었는데 풍물치는 것도 풍물’굿’이라 지칭하듯 그 형식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굿’, 즉 보다 근원적인 무굿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무굿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 3학년 즈음에는 여기 저기 무굿을 보러 다녔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접했던 무굿이 김금화 만신의 내림굿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김금화 만신이 누군지도 몰랐고 무굿의 형식에 대해서도 일자무식인 터였습니다만 무대굿이 아닌 펄떡거리는 진짜배기 내림굿의 힘, 내림받는 박수 가족들의 체념에서 인정으로 넘어가는 듯한 아련한 표정들, 그리고 김금화 만신의 정말이지 환상적으로 우아한 춤사위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본 무굿이 김금화 만신의 굿이었으니 그 이후에 찾아다닌 무굿판들이 눈에 차지 않아 참 곤란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무굿을 보여주고 싶어 전역 후에도 이런저런 자리를 만들었는데 무대굿이 아닌 김금화 만신의 진짜 굿을 볼 기회란 게 누구에게나 오는 행운은 아니더군요.

신비함과 전문성의 결합은 항상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영험한 힘과 위력적 신들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마음의 힘과 삶의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믿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김금화 만신을 좋아합니다. 신비함과 전문성이 공존하는 진짜배기 무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웃음과 몸짓에 회한이 묻어나는, 거대한 삶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내 온 사람의 힘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본 그 굿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김금화 할머니, 편안히 잘 가세요.

작가의 이전글 오로시 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