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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Oct 19. 2022

사는(buy)집이 아닌 사는(live)집을 향한 시작

어릴 적 산골 생활의 자연을 기억하는 남편은 도시생활의 삭막함, 답답함을 힘들어했다.  

   

"아파트는 정말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고, 몸이 아프네요.

땅을 밟고 살면 좋겠어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면서 자유롭게 작업도 하고..."    

 

처음엔 남편을 보며 왜 이렇게 예민할까, 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너무 공간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지금의 공간에 대한 불만이 없고, 남편이 원하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비용에 대한 문제가 따르기에 남편을 그렇게 규정지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도시라는 공간의 여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인간은 자연스레 둔감해진다고 한다. 밖에 있는 것을 감각하지 못하면 자신의 감각에도 둔감해지고 내가 나 자신을 감각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자신을 깎아 내리며 타인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남편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익숙함과 편리함이라는 가면 뒤에 둔감한 사람이 나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주택으로의 이사를 생각해오다 몇 년 전부터는 매물이 나오면 가보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방문하면 복잡하지만 생활이 편리한 위치에 어느 정도 수리가 되어있는 깨끗한 집을 소개해주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니 당연히 그런 집을 찾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저희는 좋은 집보다는 집은 오래되고 허름하더라도 마당이 있고 조용한 동네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살면서 빚을 지는 일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 지어졌거나 잘 고쳐진 예쁜 집이 아닌 수리가 필요하더라도 작은 마당이 있고 가까운 곳에서 푸르름을 대할 수 있는 장소였다. 전학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과 차가 없는 우리 부부를 위해 교통의 편리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이런 조건을 다 충족시켜 줄 만한 집을 찾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이 곳 저곳을 알아보다 어느 동네가 좋겠다는 생각이 굳혀졌고, 4년 전 마음이 가는 동네의 한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벽돌 위에 합판으로 마감이 되어 있어 단열부터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고, 내부 계단은 누수로 엉망이었지만 웬일인지 아이들도 이 집을 마음에 들어했다.  

                

작은 텃밭과 함께 할 수 있는 마당이 있고,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집..

사진 속 유리창이 깨진 문보다는 자연 속 새들의 지저귐에 집중하며 좋은 점만을 크게 보았던 우리, 어쩌면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즐거움 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주택이었지만 이전에 살던 24평 아파트보다 매매가는 높았다. 오래된 주택 구입 거기에 집을 고치며 들어간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경제적인 부분만 따졌을 때 우리의 선택은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의 결정은 단순히 집을 사는 일이 아닌 우리의 삶을 선택하는 일이었고,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 셀프리모델링의 과정은 우리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철거부터 모든 과정을 남편과 둘이서 온전히 이어오고 있는 4년의 시간, 사는 (buy) 집이 아닌 사는 (live) 집, 화려함 대신 가족의 땀과 사랑이 채워져가는 우리 삶(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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