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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May 31. 2020

아빠 우리도 또 만나요

아빠와 마지막으로 보냈던 하루가 생생히 기억난다.

30일 된 아이와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서울로 떠나던 날이었다.

“아빠 온유 기저귀 좀 사다줘”

“응 총알처럼 다녀올게. 아빠는 총알배송이야”

라며 룰루랄라 나갔다가 점심때 아빠는 빈손으로 왔다.

“기저귀는? 총알이라며?”

“아 총알이 출발을 안했네 흐흐”

하면서 바로 사다주었다. 점심을 먹고 남편이 와서 애 짐을 옮겼다.

고작 일주일 있었는데 보행기며 태교 라디오며 짐이 많았다.

아빠는 손자를 안고 더운 날 진땀 흘리며 짐을 옮기는 사위를 보고 있었다.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이었는지 괜한 농담도 건넸다.  

“온유야 할애비는 예전에 저런 거 다 해서 이제 안 해도 돼.

너만 이뻐하면 돼“ 라며 흐믓해 했다.

환한 햇살이 아빠의 등 뒤로 들어왔다.

햇살 아래서 손자를 안고 있는 아빠는 평온해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차에 태우려고 할 때

품에 안은 손자를 떼어놓기 힘들었는 지 오래 인사를 했다.

“온유야 또 와. 자주 와.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거야.”


밤낮으로 우는 신생아를 아빠는 기가 막히게 잘 재웠다.

품에 쏙 안고서 혼자 지어낸 자장가를 곁들여서

“니가 자야 나도 잔다. 어이야~ 니가 자야 나도 잔다 어이야”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는 아빠의 품 안에서

안정을 느낀 아이는 어느새 곤히 잠들었다.

나도 저렇게 재워줬겠구나. 알게 된 행복의 순간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순간순간이 남아 나를 위로해준다.

아빠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제 나눠주라고

기운을 내서 환한 햇살을 등지고 충만하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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