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엄빠 Feb 08. 2022

7살 사나이의 썸은 이런 것...

캠핑장에서 피어나는 썸

엄마 아빠와 인제 산골로 캠핑을 온 7살 온유는 심심하다.

화장실에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다 옆에 있던 흔들의자를 발로 찼다

삐끄억 삐끄억 재밌는 소리가 난다

엄마 이거 봐 응애 응애 하는 소리가 나는 거 같아

엄마는 바쁜지 대답도 반응도 없었는데

어머 진짜?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핑크색 잠옷 위에 분홍색 땡땡이 패딩을 입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다.

니가 그런 거야?

너 몇 살이야?

6살

내가 오빠네

심심하던 차에 대화가 순조롭게 이어진다

여자아이는 온유의 의중을 파악한 듯

우리 캐치볼 할래? 라고 말한다.

온유는 속으로 놀 사람이 생겼다고

아싸아! 라고 외쳤지만 큼큼 표정을 가다듬는다

그래 뭐

내가 갖고 올게 잠깐 기다려 라고 하고 뽀르르 달려간다

그 사이 엄마! 엄마악!! 소리를 질렀다

왜 왜 하면서 엄마가 헐레벌떡 나오자

그냥 옆에 있어

왜?

그냐앙!

그런 실랑이를 하는데 여자아이가 캐치볼을 갖고 왔다

헐. 이 여자아이랑 놀고 싶어서 그랬구나

엄마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캐치볼을 하면서 온유는 점점 산 위쪽으로 올라간다

오빠 여기가 내 텐트야

오 그래? 쫌만 더 가면 돼

오빠 어디가?

와 보면 알아

엄마는 온유가 어딜 가는지 알고 있다

한 열 발자국 더 걸으니 엄마와 온유가 찾은 작은 눈밭이 나왔다

적당히 경사가 져 있어서 눈썰매를 타기 딱이라

어제부터 엄마와 한참을 놀았던 곳이다

여자아이가 깜짝 놀란다.

우와~~~~

온유는 비밀의 화원을 보여준 양 의기양양하다

온유는 누가 버리고 간 망가진 눈썰매를 타고 먼저 시범을 보인다

이제 너 해봐

여자아이가 꺄~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달려간다

완전 재밌다 오빠

오빠 소리에 도취된 온유의 어깨가 하늘로 치솟을 때

여자아이의 엄마가 서둘러 달려왔다

여자아이가 한 번 더 타려는데

잠옷 바람으로 왔다고 엄마 손에 잡혀 간다

오빠 기다려 옷 갈아입고 올게

기다리다 찬바람이 부니 엄마가 주머니에 있던 손난로를 꺼내 온유에게 준다

엄마 이거 하나 더 있어?

아니

음... 생각하다 여자아이가 간 쪽으로 달려간다

아주 낮은 언덕이지만 엄마가 따라가기엔 힘에 부친다

엄마가 따라가니 온유는 여자아이의 텐트 앞에 서 있다

텐트 앞에서 여자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가

온유에게 담에 놀러와 라고 차갑게 말하는 게 얼핏 들린다.

온유는 손난로만 매만지면서

그냥 여기 있을게요 라고 한다.

엄마가 어리둥절 상황파악을 하고 있자니

옷을 다 갈아 입은 아이와 아이 엄마가 나와서

지금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오후에 놀자고 말한다

아. 저희는 지금 퇴실이라. 잠깐이지만 반가웠어요~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온유의 발길이 무겁다

온유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손난로를 준다

이거...

여자아이는 해 맑게

괜찮아 나도 있어

큼큼 손이 무안해진 온유가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아 7살 남자 아이의 첫 번째 실연이라니

그걸 목격하는 엄마는... 입술을 깨물며 웃참 중이다

엄마 손을 잡고 몇 발자국 걸었나 여자 아이가 부른다

오빠 이거 먹어

온유는 손에 놓인 초콜릿을 보고 얼굴이 환해졌다

고마워 잘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7살 사나이의 을 목격한 엄마가 아빠에게 이 얘기를 전하니

아빠는 ‘하지마 - - 애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괜히 지어내지마 괜히 차인것처럼 그러지 말라고!’

풉....

풉...

작가의 이전글 40대 아줌마들의 킥복싱 수업시간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