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인 우리 아들은 굉장한 투머치토커이다.
평일에도 물론 말이 많지만 유치원 안 가는 주말이면 엄마를 하루에 백번도 훨씬 넘게 부른다.
가령 변기에 앉아서 볼 일을 보는 시간에도 나를 불러서 계속 말을 걸고, 양치를 하는 그 틈에도 나에게 말을 하기 바쁘다.
양치할 때만큼은 양치 끝나고 나서 얘기하라고 말을 막으면 울먹이면서 "저 언제 말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 아이다.
어제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엄마한테 섭섭했던 거 있었어?'라고 물으니 '네. 아까 양치할 때 말을 못 하게 한 거요.'라고 대답해서 어이가 살짝 없었음은 안 비밀이다.
이처럼 아스퍼거 아동은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거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말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 많은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자기 표현력과 주도적인 태도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특히 또래 관계에서 말이 많음은 사회적 소통과 분위기 파악 부족 등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불안정해지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스퍼거는 ADHD가 동반된 확률이 높은 신경발달장애로서, 행동뿐 아니라 언어에 대해서도 억제력과 자기 통제력이 떨어져 대화 중 상대방 말 자르기, 끼어들기, 과다하게 말하기, 과장되게 말하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일방적이고 장황하게 설명하기 등 대화의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
(평소 신랑과 대화할 때나 내가 타인과 전화 통화 할 때 끼어들 때가 많아서 계속 지도중에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매일 특정 주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기분이다.
하루는 아이가 건전지 이야기를 2시간 내내 하는 걸 듣고 있다가 공황이 온 적도 있다.
이처럼 말이 많은 아스퍼거 아동을 둔 부모는 이러한
고충이 있을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싶다.
아이의 말을 듣고 있느라 귀에서는 피가 날 거 같고
아이 말에 대답해 주고, 설명해 주느라 목이 쉬거나 아플 때가 다반사다.
가끔 챗 지피티의 힘을 빌릴 때도 있지만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좀 더 보충해 주거나 맞고 틀린 것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단계라 지금으로서는 큰 파이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런 아들을 다룰 때, 나는 '우선순위'를 적용해서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것이 1번, 말하는 것은 2번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아이에게 상기시켜 주면서 해야 할 일을 우선 할 수 있도록, 하던 일을 끝까지 끝맺음할 수 있도록 "oo 하고 나서 말하자." 또는 "지금은 무엇이 우선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방법을 통해 아이 스스로 말을 조절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두 번째 방법은 "지금, 여기"의 법칙을 말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있는데 아이가 버스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하면 "지금은 밥을 먹고 있으니까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밥을 다 먹고 나면 버스 얘기를 하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아이의 말을 현재 상황에 집중시킨다.
즉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시간과 횟수나 주제를 어느 정도 정해줄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아들은 버스 타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타서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해서 주변 승객들에게 눈치가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버스를 승하차할 때 기사님한테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인사를 하는 걸로 버스 에티켓을 실천하고, 버스에 타서는 "ㅇㅇ정류장까지는 말을 할 수 있고, ㅁㅁ정류장까지는 말하지 않고 가보자."를 연습하고 있는데 목소리 크기와 말을 참는 것이 조절이 잘 안 되다 보니 쉽지가 않다.
지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내년인 7세 때는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며 무한 반복 중이다.
이 무한 반복의 루트가 날 너무 지치게 하지만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될 때까지"를
외치며 남은 하루도 파이팅 하고자 한다.
< 다음화 예고 >
아스퍼거 아들, ai 애니메이션에 캐스팅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