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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Apr 30. 2023

병의 소소한 유익

 세상에 얻기만 하는 경우도 없고, 잃기만 하는 경우도 없다.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이로 인한 방사통으로 건강과 일상을 잃었지만 이로 인해 나름 얻게 된 것도 있더라. 


1. 그동안 하루 이틀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길게 아팠던 적은 처음이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 병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니 신체를 이해하게 되고, 병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깨닫게 된다. 내가 앓고 있는 병에 있어서 만큼은 반쯤 의사가 된다. 

2. 유전적으로 더 튼튼한 허리를 가지고 태어난 이가 있고, 애초에 부실한 허리를 가지고 태어난 이가 있다. 하지만 부실한 허리를 가진 이들이라도 본인의 약점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젊어서부터 허리 건강에 좋은 습관을 길러 꾸준히 실천하면 100세까지 무탈하게 살 수도 있다. 비단 허리뿐이겠는가? 이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도 있다.

3.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대표적인 예가 과식이다. 소화불량에서 시작해 비만, 당뇨, 이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성인병들이 결국은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과로 또한 못지않게 삶을 병들게 한다. 더 성공하고 싶은 욕심,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더 완벽한 산출물을 향한 욕심이 사회에서는 널리 권장되는 미덕이지만 개인에 있어서는 악이다. 적어도 40대인 나에게 있어서는 악이 분명하다. 너무 열심히 일을 한 결과 디스크가 버텨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4. 동병상련. 몇 달을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으니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직장 내 환우, 그리고 이미 이겨내고 병을 다스리며 살고 있는 디스크 선배님들이 하나 둘 찾아와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이토록 허리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음을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으리라. 많은 주변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의 위로는 그 무게가 다르다. 나 또한 언젠가 치열한 인내의 시간으로 말미암아 알토란 같은 노하우와 묵직한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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