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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r 04. 2024

수락산에서 외치다

도봉산역에서 당고개역까지

"오늘 코스는 난이도 상이야"


서울둘레길 1코스를 보니 난이도 상이란다. 중간만 걷자했다. 난이도 상이니 몽숼을 사기로 했다. 옆에서 보시던 엄마는 당신도 몽숼이 먹고 싶단다. 편의점에 같이 가기로 했다. 편의점 아메리카노도 주문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편의점 창가 의자에서 화섭씨와 엄마 그리고 나 셋이 나란히 앉았다. 묽은 편의점식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셋의 여유 좋다. 어릴때 말 못할때부터 화섭씨는 복권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화섭씨는 숫자를 좋아해서 그랬단다. 말보다 숫자를 사랑하는 화섭씨다.

짧지만 재밌는 가족대화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도봉산에서 시작해 노원구로 접어드니 계단이 많은 수락산이 나온다.화섭씨는 저멀리 달아뺀다. 계단에 지쳐 잠시 쉬었다. 쉬는김에 오랫동안 못 만났던 지인과 통화를 했다. 땀이 식어 추워지길래 다시 길을 나섰다. 걷기 편한 무장애길이다. 한참 걷다 손이 허전해 돌아보니 등산스틱을 놓고 왔다. 다시 돌아가 가져오니 화섭씨에게 문자가 와 있다. 어느 표지판에 있는데 언제 오냐고 한다. 통화해 위치를 알려준다.


우린 다시 만났지만 저멀리 다시 화섭씨는 내뺀다. 산은 높아지고 전망대가 멋지다. 사진 한장 찍고 나니 핸드폰이 방전된다.

한참 걷다보니 원래 잡은 목적지가 너무 멀다는걸 알게 되었다. 저녁 약속도 있어 이만 하산해야 한다. 화섭씨가 안보이는데 핸드폰은 방전이고, 이럴땐 원시적으로 이름을 부른다.


"화섭아-----------"


난 목소리가 큰 편이다. 다시 힘차게 불렀다.


"나 여기 있어."


다행히 화섭씨 소리가 들린다.


"돌아와!"


나도 소리나는 방향으로 가며 말한다. 얼마후 등산스틱을 한손에 쥐고 돌아오는 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스템프 찍는데까지 너무 멀어. 누나 저녁약속 있어 이만 내려가자."


당고개역 표지판을 따라 내려왔다. 오늘은 비록 스템프는 못 찍었지만 난이도 상을 무사히 걸었다. 땀도 많이 흘려 저녁엔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쌀쌀했지만, 산에 노란 산수유 꽃망울도 봤다. 확실히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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