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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pr 02. 2024

상처 있는 도시에선 호텔에 가자

통영의 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방법

4월 1일은 음력으로 아버지의 기일이다. 통영에 수목장을 해서, 남동생과 엄마와 통영을 찾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텔에 숙소를 구했다.


사촌동생은 친척들 집이 있는데, 왜 호텔에 묵느냐 했다. 나는 서울 내 친구들은 통영에 관광하러 오는데, 통영의 예쁜 곳은 다 가는데 나만 제사만 지내고 붉은 흙만 보고 오기 때문에 새로운 통영을 보고 싶어 호텔로 간다 했다.

올해 예약한 호텔은 벚꽃길과 전혁림 미술관으로 유명한 봉수골이란 곳이었다. 웃돈을 주고 오션뷰를 예약했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뷰에 탄성을 내질렀다. 통영이 고향인 우리 엄마도 이런 통영은 처음이라 했다.


호텔 로비 1층은 층고가 높고 유리가 투명한 카페였다. 여기 친척이 와서 엄마를 만났다. 이 호텔 근처에 사는 고모는 이 호텔이 성수기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 있다 했다. 약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배들이 눈앞에 지나가는 풍경을 봤다. 벚꽃길을 따라 걸어 아버지 모교인 통영고등학교도 보고, 오늘은 문을 닫은 미술관과 휴일이라 고양이가 자고 있던 봄날의 책방을 봤다. 아쉬워야 또 온다 하니 미술관과 책방은 다음에 오기로 했다.


잘 쉰 후, 점심을 사촌에게 잘 대접받은 후 올라왔다. 올라와 알쓸신잡에서 호캉스를 가는 이유에 대한 영상을 봤다.


“우리가 항상 지내는 일상의 공간은 마음에 걸리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또한 상처가 있어요. 그런 마음의 짐이 없는 호텔은 마음이 편해지는 곳입니다.”


이 대목을 읽고 왜 내가 통영에 가면 호텔로 가고 싶은지 알았다. 그곳은 일부 가족들에게 받는 상처가 있는 곳이었다. 강하진 않지만 가족 간의 갈등과 비난으로 세세하게 균열이 간 일상의 기스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기억을 소환하는 친적집은 가기 싫었던 것이다.


이번엔 홀로 아름다운 곳을 산책하며 통영에 대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꽃과 나무와 새가 푸르름과 호수 같은 바다가 있어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고 많이 나온 곳이다. 나도 그 예술가들처럼 통영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통영의 와인바에 가보련다. 통영국제음악회 관람도 좋고. 이 장소에 좋은 기억들을 가득 채워서 옛 기억을 희석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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