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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pr 26. 2024

엄마가 처음으로 꽃을 사다

모녀, 갈등과 화해의 나날들

난 꽃을 좋아한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겨울 계절 우울증을 꽃 구독으로 푸는 수준이다. 관리를 못해 오래는 못 보지만, 생기 있는 꽃은 내 마음에 생기를 준다.


반면, 우리 엄마는 식물은 먹을 수 있는 것만 가치 있다 하신다. 여동생이 한 번은 생화를 사 온 적 있는데, 돈 아깝다고 하셨다. 그만큼 엄마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거지.


엄마가 뭐라 해도 난 필요하면 꽃을 사다 두었다. 지난번엔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분홍 프리지어를 샀다. 노란 것과 다르게 진달래 같은 매력이 있더라.

이번주 주말엔 아주 오랜만에 사촌 가족을 초대했다. 나와 동갑인 내 사촌은 시골에서 올라와  대학 입학시험을 나와 같은 해에 치고, 대학1학년 때 우리 집에서 1년 살았다. 우리 엄마에게 잘한다. 그런 사촌 가족에게 새조개 샤브샤브 해주겠다고 불렀다.


새조개는 지난 2월, 홍성 남당항 여행에서 처음 먹어봤다. 1kg에 7만 원이라. 엄마가 비싸다고 질색하는걸 내가 이런 건 보약이라고 사주겠다 했다. 실제로 처음 먹어본 엄마는 보약 같다고 몸이 편하다고, 다음날 시장에 가서 백합조개와 야채를 사서 조개탕을 끓이셨다. 새조개는 조개탕과 다르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마냥 새조개탕 흉내 내는 엄마가 귀여워 사촌을 초대해 어게인 새조개를 먹자 했다.


남당항 횟집에 새조개를 전화로 주문했다. 하루 만에 도착해 냉장실에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난생처음으로 장미를 사셨다. 엄마답게 함지박에 심고, 돌도 하나 꽂았다.


꽃은 돈 아깝다고, 뽕나무 대신 라일락 심자는 나에게 뽕나무는 오디가 나와 안된다는 엄마가 처음으로 꽃을 산 것이다. 물론 엄마가 좋아하는 손님들이 와서 그렇지만 엄마 마음에 여유의 꽃이 핀 것 같다. 꽃덕에 여유로우니 부자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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