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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pr 28. 2024

진(辰)월의 성지순례

길을 잃어도, 늦어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진시 : 오전 7:30 - 9:30 / 진월 : 4월 4,5일(청명) - 5월 5,6일(입하)

진토는 아침의 힘이자, 늦봄의 힘이다. 진토는 음에서 양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힘이다. 즉, 진토는 음의 시간(밤,겨울)을 닫고, 본격적으로 양의 시간(낮,여름)을 열어주는 수문장의 힘이다. 음의 시간에 기반을 둔 채, 양의 시간을 관장하는 힘이다.


기본적으로 무토의 힘이 강해, 진토는 권력과 지배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명예와 체면을 중시한다. 진토가 남을 지배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허무맹랑한 미래 버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현실감각이 부족하고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 허세가 드러나는데, 이는 진토가 음과 양의 경계의 힘이라서 그렇다. 음의 양 한쪽에 집중하지 못하고, 경계 너머의 힘을 동경하는 것이다.


진토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다른 존재들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목소리가 다른 이들을 끌어안고 조율할때 진토의 진가가 드러난다. 비난을 수용하고, 불협화음을 조정한다. 그래서, 많은 이가 진토의 넓은 마당으로 모인다.


진토는 결단의 힘이다. 묵은 세력과 기운을 과감히 정리한다. 또한, 진로를 과감히 바꾸기도 한다. 이런 성향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가 도전하는 경우가 많고, 큰일이 닥쳤을때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상황을 전환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큰 위기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되어 은근이 위기와 혼란을 기다린다. 진토의 지장간은 양간인 무토가 을목과 계수를 품고 있는 형국이다. 표면적으로는 양간의 기세가 강해보이나, 내면에는 음간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진토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진토는 겉과 다르게 내면에 어둠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숨겨진 계수 때문에 위기에서 발휘한 영웅적인 힘을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겉으로는 해결되었지만, 남아있는 묵은 기운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진토속에 자리잡은 은밀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 진토의 키워드 : #음에서 양으로 경계의 힘, #권력과 지배욕 #허무맹랑한 버젼 #현실감각의 부족 #다른존재를 아우름 #위기때 전환하고 결단하는 힘 #내면에 어둠 #전환 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함 #진토의 은밀한 고민 해결과제


<나의 사주명리 > 진토 편에서 발췌



진토는 음에서 양으로 가는 경계의 땅이다. 물상으론 어린 모를 심는 논바닥처럼 물기를 품은 흙이다. 그래서 단단한 땅은 아니다. 계수를 품은 촉촉한 땅이다.


이런 진토가 두 개 있으면 갯벌을 걷는 듯 앞으로 확확 나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 번에 일이 안되고, 두 번 시도해야 된다. 오늘 갑진년 무진월에 한 성지순례가 그랬다.


4월에 일이 많아 4월 말이 되어서야 길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안양 수리산 성지이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는 곳이라 버스를 타도 되는데 안양역에서 한 시간 1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걷고 싶었다. 오래 걸어야 순례 같다.

문제는 날씨가 너무 더운 거다. 계절이 바뀐지 모르고 안 맞는 바지를 입고 나와 중간 지하상가에서 여름바지를 샀다. 한결 가벼워진 바지와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 한참 헤맸다.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을 초과해서 도착했다. 초행길이라 지도앱을 보고 방향을 잡고 걸었는데, 가다 다시 지도앱을 보면 엉뚱한 데로 와 있다. 이런 헛걸음을 세 번 정도 한 것 같다. 진진병존의 일진 탓으로 돌린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안양에 사는 도반들이 성지에서 반긴다. 같이 성지를 둘러보고, 초를 봉헌했다. 매일 혼자 순례했는데 오늘은 셋이서 초를 밣혔다. 기도를 할 땐 오늘 길을 헤맬 때, 늦어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실현시켜 주셔서 감사하다 했다. 앞으로 살 때도 한 번에 안 될 수 있다. 그래도 다시 시도하는 용기를 잊지말길 되새긴다. 그게 진진병존의 교훈일 테지. 아직 음기운이 있어 현실의 양기운을 모르는 땅이니 시행착오로 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

명리를 같이 공부하는 안양에 사는 도반들이 자기 동네 와주었다고, 식사와 커피를 사줬다. 사주명리반 반장을 하는 보람이 느껴졌다.


진토는 을계무 지장간으로, 을목의 희망과 지난 겨울 계수의 추위의 좌절이 같이 있는 글자 같다. 그래도 좌절뒤에 성취가 더 성숙한 성취임을 진토는 알 것이다. 연초록의 아름다운 진월의 숲은 많은 생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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