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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완주!

마지막코스(사당역-석수역)

by 긍정태리

갱년기 불면증이 요란하다. 맨발걷기로 새벽에 깨는건 잡았는데, 7시간이상 자도 아침에 피곤하다. 비몽사몽하는데, 화섭씨가 둘레길 가자고 내 방 문을 연다. 걷다가 졸더라도 화섭씨가 있으니 간다.



어제는 동네에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이 오셨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죽음 앞에서도 품위있게 살아간다는것>이란 강의를 하셨다. 숲에 오면 지구가 아름답다는걸 알게 된다. 죽음은 최근 겪은 갱년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있게 살아간다는건 뭘까? 교수님께서는 법의학자로서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고령화를 수치로 알려주셨다. 55년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세대가 노인층으로 가고, MZ 젊은이들이 일하게 된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는 출산율이 높았고, MZ는 낮아서 15년후에는 한해에 80만명이 죽고, 20만명만 태어난단다. 즉, 노인인구가 젊은이들에 비해 많아지니 의료비는 더 올라간단다. 그러니, 지금 여기 더 집중해서 잘 살아야 한다. 후회없도록 주변분들과 좋은 관계와 시간을 나누고, 건강관리도 잘하라고.


이 말을 들으니, 내몫의 건강관리가 더 많이 와 닿았다. 둘레길을 걷는게 필수가 되었다. 우리 남매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사당역으로 와서 둘레길 코스를 찾았다. 관악산은 계단이 많다. 초반부터 관음사 올라가는 코스가 계단이 많고,경사가 가파르다. 그런데, 화섭씨가 투덜거리지 않는다. 오르락 내리락 코스도 잘 탄다. 중간에 쉬면서 사과를 나눠 먹으며 물어봤다.



“오늘은 왜 이리 산을 잘 타?“

“컨디션이 좋아서 그래.”


순식간에 관악산 코스를 걸었다. 실제 걸은건 2시간이지만 느낌이 순식간인것 같았다. 내친김에 마지막 코스도 갈까하고 물어봤다. 화섭씨는 다시 오기 힘드니 가자고 했다. 우리집은 서울 북쪽에 있고, 남은 코스는 서울 남쪽이라 다시 오기힘든것 맞다.

마지막 호암산 코스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갱년기 발열이 심해진다. 얼굴은 뜨겁고, 눈은 건조하고. 이럴땐 맨발걷기가 최고다. 등산화를 벋어들고, 맨발걷기로 한참 걸었다. 머리가 시원해진다. 한달동안 동네 근처에서 맨발로 걸었더니, 발아래 따금거리는것도 덜하다. 흙바닥이 익숙해졌다.


앞서가던 화섭씨는 의자가 나오면 앉아 있다 내가 오면 바로 걸어갔다. 몇번 그러다, 누나도 좀 쉬고싶다고 같이 기다려달라고 했다. 화섭이 입장에선 바로 나가고 싶을텐데 느린 나를 기다려 주니 감사하다. 앉아서 새로 취직한 직장 이야기를 했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사전수업도 시켜줬는데,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환자가 내리면 병원까지 안내해주는 일이었다. 처음 하는 일인데 할수 있을지 걱정되어 이리저리 이야기해봤는데, 화섭이를 믿기로 했다. 가르쳐주면 잘 따라하는게 몇십년 그래왔으니.


같이 그렇게 쉬다 등산화를 신고 다시 걸었다. 중간에 서울둘레길 표시도 잊지 않고 잘 찾았다. 그렇게 쉬엄쉬엄 내려오니 어느덧 완주! 마지막 스템프찍는 곳인 석수역이 보인다.

마지막 스템프 꽝!

다 걷고 언제가 제일 힘들었는지 물어봤다. 봉산, 앵봉산 코스를 이야기한다. 그때 철조망을 따라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 둘레길 리본을 놓치고, 다른 길로 한참 잘못 갔었다. 다시 돌아와 길을 찾았던 코스. 그때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앞서가는 화섭씨를 따라가다 넘어져 바지가 찢어졌지.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 완주했다. 초창기엔 길을 잃기도 하고 오르막엔 힘들어서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화섭씨는 성실하게 걸었다. 찾아보니 첫코스는 2021년 11월이었다. 근 4년만에 다 완주했구나. 여름과 겨울은 걷지 않았으니 이리 오래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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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섭씨와 나의 인생도 둘레길 걷기처럼 가자.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다시 길을 찾고 오르자. 늦어도 꾸준히 가자. 그럼, 노년기도 잘 보낼수 있겠지.


화섭이에게 정식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화섭아, 정말 고마워. 잔소리 많고 늦게 가는 누나랑 가는게 힘들기도 했을텐데 발 맞춰줘서 고마워.“


이렇게 동행하며 정이 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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