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태리 Sep 06. 2020

계미일주, 소탈하고 섬세한 화섭씨

있는데 없다고 할 수 없다

명리학을 공부한 후, 가족들 사주부터 풀어봤다. 화섭씨는 계미일주. 계수는 음의 수기운으로 총명하고, 내성적이다. 미토 편관의 관성은 자신을 통제하고 보호하는 글자. 강헌의 명리2에서 나온 계미일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계미는 계수중에서 특이하다. 편관인데도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하다. 성격도 온순하고 소박하고 부드러우며, 특별히 드러나는 재능이 없어보이며,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부드러운 성격에 소박한 행복철학을 가져 돈이나 건강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산다. 다만 작은 일에 집착해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화섭씨가 계수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몇가지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덩치는 산만한데 가끔 섬세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줄때가 있다. 화섭씨는 엄마를 무척 사랑한다. 해가 진 후 엄마가 집에 없으면 전화통에 불이 난다. 엄마가 언제 들어와야하는지 알아야 안심이 된다. 이는 어릴적 아버지가 저녁때 엄마가 없으면 화를 냈던 기억과 관련이 있다. 아버지의 분노에는 저녁밥이라는 욕구가 있다는걸 알아낸 후 화섭씨는 전기밥솥에 한가득 밥을 해 놓는다. 본인의 불안을 방어하기 위한 영리한 대책이다. 단, 쌀을 너무 많이 넣어 꼬들밥이 되기 일쑤지만. 부엌 도구를 하나도 못 쓰는 가부장적인 남자들에 비하면 아주 멋진 남자라고 생각된다.


여하튼, 화섭씨에게 엄마의 존재란 하늘이 내 머리위에 존재하느냐 아니냐와 같다. 시골에 가시기위해 며칠 집을 비울때면 미리 언제쯤 돌아온다고 언질을 주어야한다. 엄마의 부재의 시간동안 엄마를 그리워하는게 눈에 보인다.


한번은 이렇게 엄마가 안 계실때, 욕실에 들어갔다 나온 화섭씨가 "토끼 그림보고 나니 엄마 보고싶어."라고 표현한적이 있다. "무슨 토끼 그림?" 나는 욕실에 들어가 어떤 토끼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칫솔꽂이에 그려진 그림은 피터래빗 토끼 일가족 그림이었다.


이 작은 그림을 보고 엄마를 떠올리다니..!! 저렇게 덩치가 산 만한 친구의 마음속에서 가능한 일인가 생경스러웠다. 계미일주라는걸 알고나니 막내같은 부드러움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것 같다. 화섭씨의 인생핵심은 [소박한 행복철학]이다. 경품응모에 일관되고 규칙적으로 응모해서 가족들이 좀 더 편리한 가전제품을 쓰는것이다. 특히, 엄마와 누나를 글 속에 많이 판다. 미세먼지가 많은데 밖에다 빨래를 너는 어머니를 보면 불효자의 마음이 든다는게 화섭씨의 레파토리다. 나도 가끔 판다. 음식이나 공연이 걸린 경품에는 누나, 같이가자! 그러면서 SNS에 소환한다. 그래, 팔아라. 네가 소박하게 행복하다면야 그깟 아이디 얼마든 제공하마.


오늘도 그 소박한 면이 드러나는 일이 있었다. 요즘 나의 욕구는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히 글을 쓰고 쉬는것이다. 열대야에 잠못드는 식구들이 TV며, 인터넷이며 틀어놓고 새벽소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화섭씨는 오후근무라 잠을 늦게 자는 편이라 새벽늦게 본인이 좋아하는 광고를 틀어놓고 본인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곤했다. 그러면 나는 화섭씨에게 누나 잠 좀 자고 싶다고 부탁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덕성여대앞에 원룸을 얻어 작업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이천 산책도 하고, 조깅도 하고, 소리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잠도 자고. 이런 바램을 엄마에게 말하고 출근했다.


퇴근길에 온 문자 하나.


"영진 누나 책쓰려고 나간다고 하니 화섭이가 마스크  쓰고 입다물고 있겠다고 하네. 나간다니 서운한가봐."


이런..! 서운한 감정을 마스크에 담은 막내 화섭씨의 소박한 애교에 웃음이 나왔다. 에고 어쩔까나.


이전 05화 템플의 자폐장애의 각기 다른 생각하는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