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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l 03. 2024

12년 차 직장인, 퇴사했습니다.

무계획 퇴사했어요. 마침내,,,


직장인라면 으레 그렇듯 퇴사와 관련된 유튜브를 이따금씩 봐왔다. 그중 한 유튜브에서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퇴사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진짜 퇴사할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바로 퇴사한다.” 맞는 말인 것 같았지만 반신반의했다. 내가 전자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늘 퇴사할 것이라는 마음은 있었고 실행은 못했지만 퇴사에 대한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진짜 언젠가 퇴사할 나를 그렸다.


12년의 직장생활 중 10년은 퇴사할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정작 퇴사는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년을 미적거리던 내가 진짜 퇴사하려고 결정을 내리니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퇴사는 퇴직 의사를 밝히고 2주 뒤 신속히 이뤄졌다. 인수인계와 마무리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마저도 처음에는 길어 보였지만 금세 지나갔다. 눈떠보니 퇴사자가 되어 있었다.


내 퇴사는 일반적이지 않다. 이직할 곳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용기가 대단하다, 멋지다, 부럽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좀 더 직설적인 친구들은 ‘어쩌려고 그러냐, 그러다 큰일 나.’ 등의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보통은 이직할 곳을 정해놓거나 사이드잡 소득이 본업을 뛰어넘었을 때 퇴사가 이상적이다. 그래서 지인들의 이런 반응이 이해된다. 유튜브에도 ‘이때 퇴사하면 됩니다’, ‘퇴사할 때 고려해야 할 것’ 같은 콘텐츠에도 수도 없이 나와 있다. 내용을 들어보면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고, 세상에서 도태되어 굶어 죽을 것처럼 말한다. 그들이 직접 겪은 경험담이고, 머리로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골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왜 내 퇴사를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기준으로 정해야 하지?’ 이름도 얼굴도 가린 유튜버이거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인생에 많은 시간을 들여 ‘퇴사’라는 것을 연구한 저명한 학자도 아니고, 60대 이상 인생 선배들도 아닌 분들이 내 인생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퇴사의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을 떠올리고 그것을 가시화해 나갔다. 안정적인 월급 빼고는 단 하나도 만족할만한 것이 없었다. 물론 그게 가장 커서 그동안 퇴사하지 못했다.


퇴사의 이유 중 하나는 후회하기 싫어서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계속 이렇게 살면 10년 뒤에도 똑같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러면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후회하겠지. 37년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늘 있었다. 이를 떠올릴 때 아쉬운 푸념이 되고 그 시간들이 아까웠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이고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단호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있다. 내가 원래 후회와 뒤끝이 많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때 원했던 그 길을 갔더라면 실패하고 깨졌을지언정 지금 탄식으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회는 내게 백해무익했다.


무계획 퇴사를 하기에 지금 나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지금은 가장 빠른 때였다. 할까 말까 했을 때 안 했던 것들이 지금 나이에도 무척 후회되는 일인데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100세, 120세 시대라고 하는데 지금이 아니면 내 인생을 바꾸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리고 100세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의 내 나이가 더 창창해 보여 더 용기가 생겼다. 퇴사 후 펼쳐질 날들이 불안하기도 하면서 흥미진진하기도 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좀 더 어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실패의 경우도 생각해 봤다. 쫄쫄 굶어본 뒤 회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회사에 더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야생의 쓴맛을 모르기에 지금 나름 좋은 조건으로 다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진짜 퇴사할 사람은 이미 퇴사하고 없다는 유튜브의 말을 믿지 않았다가 믿게 된 것처럼 그냥 퇴사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중에 믿게 될까? 겪어 봐야 깨닫는 나는 어리석을까, 아니면 나를 잘 아는 사람일까. 이 또한 답을 찾는 과정일 테다.


퇴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본 뒤 정 안 돼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인생에 치명적인 일일까? 시청역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날 줄 몰랐던 것처럼 나 또한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감옥같이 느껴지는 회사에서 안 맞는 사람들과 하기 싫은 일을 하다가 삶을 마감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나는 이러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이 외에도 퇴사를 결정한 배경과 나름의 이유는 더 다양히 있다. 지난 4개월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찬찬히 그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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