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직장인이 무계획 퇴사한 근본적인 이유
유튜버 신사임당의 동영상을 가끔 봤다. 돈 많은 것도 부러웠지만 그로 인해 얻은 자유가 더 부러웠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것은 부자 되는 비법을 맹신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후 달라진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말해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의심 많은 나이기에 강의를 팔기 위해 꾸며진 이야기일까 처음에는 쉬이 믿지 않으려고 했다. 반문할 거리를 찾으며 계속 봤는데 볼수록 그가 예시로 들어주는 사례와 인사이트들이 제법 와닿았다. 박봉의 직장인이었던 그의 이야기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그래서 거짓말 같지 않았다.
특히 아침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가 30억을 벌고난 뒤 가장 달라진 것이 아침 시간이란다. 그는 출근 전 매일 운동, 독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여유롭게 커피와 빵을 사 먹기도 하며, 하루 스케줄 체크도 한다고 한다. 이는 돈 없을 때는 하나도 못/안 했던 일이었다. 박봉의 직장인 시절 그는 아침에 이중 어떤 것도 안 했음에도 바빴는데 경제적 자유를 이룬 지금은 그걸 다 하는데도 지각 한번 안 한다고 했다.
비결은 본인에게 잘 맞는 생활 패턴을 찾으려 노력한 덕이었다. 그는 본인의 회사를 만든 뒤 오후 1시에도, 오전 11시에도 출근해 보았다고 한다. 실험을 거듭하며 본인에게 잘 맞는 출근 시간이 10시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출근 시간을 찾은 뒤에는 그 시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현재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의 효율성과도 관련 있지만 그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직장에서 규칙으로 통용되던 것들이 사실은 회사를 만든 사람이 정한 것임을 깨달았다. 남이 만든 기준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해서 살고 있었다. 남이 만든 기준이 나와 맞을 리가 없었다. 물론 맞을 수도 있지만 안 그럴 확률이 더 높다. 맞지 않는 남의 틀에 자신을 맞추면 나를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원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 때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사장은 월급쟁이라기보다는 창업주, 고용주일 것이다. 또한 자율출근제를 하는 회사들도 요즘엔 더러 있지만 그런 회사를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런 곳으로 매번 이직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출근 시간은 고용을 하는 사람이 피고용인에게 대가를 주고 출근을 하라고 요구한 시간인 경우가 많다. 남이 정한 기준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크게 공감한 이유는 나 또한 출근 시간에 10년 넘게 고통받은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내가 8시까지 경기도로 출근해야 해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사춘기 때도 없던 만성 여드름과 여드름 흉터를 얻게 됐다. 출근 시간이 9시인 회사에서는 58분, 59분 간당간당 출근해 늘 팀장으로부터 눈칫밥을 먹었다. 10시까지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내게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학생 때도 직장인일 때도 고역이었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12시에서 1시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고, 내가 배가 고픈 오후 3-4시에는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탕비실 군것질로 배고픔을 잠재우고 군살을 얻었다. 회사가 정해놓은 시간에만 먹고 종일 앉아 있는 삶을 사니 입사 후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이후 주체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하자 인생 최저 몸무게가 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업무나 사람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루틴이 흐트러졌다. 루틴을 지속할 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퇴사하기 직전에는 식단 조절과 운동할 힘도, 의지가 바닥이었기에 몸은 붓고 살이 쪘다. 몸에 두드러기가 6개월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자유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책임이 따른다. 신사임당도 언급한 부분이다. 주체적인 삶은 책임도 크다. 반면 직장인의 삶은 자유도 적고 책임도 적다. 그래서 완전히 쪽박 차지는 않는다. 직장인의 삶이 잘 맞다면 계속 그 길을 가도 좋겠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만 가보지 않은 주체적인 삶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의외로 자유도 얻고 쪽박을 차지도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여태까지 살았던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내가 결정적으로 퇴사를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일도 싫고 사람도 싫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최적의 생활 패턴을 찾고 싶었다. 가장 컨디션 좋은 시간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만한 음식을 먹고, 여가 시간에 운동할 에너지가 남아 있는 삶을 원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불가능했다. 나는 회사가 정한 출퇴근 시간, 식사 시간이 맞지 않아 고통스러운 사람이었다. 회사 스트레스는 그나마 지탱해온 루틴마저 흐트러뜨렸다. 결국 일이 하기 싫어서 보다는 내 삶에서 최적의 루틴과 최대의 성과를 찾고 싶어서 퇴사를 결정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rBSRjhP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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