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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Aug 02. 2024

퇴사하면 건강보험료 폭탄 맞나요?

퇴사자, 직접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봤습니다.


수영을 가지 않는 날이었다. 종일 집 안에서 글도 쓰고 청소도 했다. 오후가 되자 혈액순환이 안 되고 찌뿌둥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퇴사 후 건강보험 처리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사는 집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백수라 시간이 많으니 이 정도는 걸어서 다녀오기로 한다. 뙤약볕인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땀을 잔뜩 흘려도 집에 와서 샤워하면 그만이었다. 산책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건강보험은 퇴사 후 생활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고정으로 나갈 돈이다. 무계획 퇴사이기에 꽤 오랜 기간 수입이 없을 예정이라 중요했다. 생활비는 지난 몇 달간 쓴 금액으로 예상하면 됐는데 사대보험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나머지 보험은 소득이 없으면 큰 지출은 없을 것 같았는데 건강보험료는 걱정됐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신분이 바뀌며 계속 보험료를 내야 했다. 그래서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퇴사 전부터 스터디를 해두었다.


언젠가 퇴사하면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기억났다. 회사에서 50% 지원해 주던 금액이 사라지면 온전히 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의가입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퇴사 후 2개월 이내 신청하면 기존에 내던 보험료 그대로 최대 3년까지 낼 수 있는 제도였다. 이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근처 건강보험센터에 직접 가야 했다.


무작정 신청할 것은 아니었다. 내 상황에서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험료는 얼마나 나오는지, 임의가입제도를 적용했을 때와 그냥 지역가입자일 때 보험료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혹시 동생 밑에 피부양자로 들어갈 수 있는지, 지역가입자는 건보료를 어떻게 납부하는지 궁금한 점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궁금한 내용을 건강보험공단에 인터넷으로 문의했다. 그런데 아직 이전 직장에서 자격상실 신고가 되지 않아 확인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상실신고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서류상 퇴사일로부터 2주 뒤, 네이버 전자문서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경됐다는 알람을 받았다. 처리방법에 대해 인터넷이나 유선으로 공단에 문의할까 하다가 이런저런 궁금한 점도 많았고, 임의가입제도가 유리하다면 현장에서 바로 신청도 할 겸 직접 건강보험공단 지사로 가보기로 했다.



지사는 구마다 하나씩 있다. 생각보다 작았다. 건물에서 두세 개 층을 쓰고 있었다. 그중 보험료를 처리하는 층으로 올라갔다. 은행처럼 입구에 번호표를 뽑는 기계가 있었다. 창구는 세 개가 있었고 창구마다 자격득실확인, 보험료 납부 등 기능이 다른 듯했다. 손님은 나 하나였다. 우선 임의가입제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로 안내받았다. 상담 결과, 내 예상 보험료는 월 2만 원대였다. 기존에 냈던 보험료보다 훨씬 저렴했다. 소득도, 재산도 1인가구였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청약된 아파트였다. 내년 완공으로 현재는 무주택자로 간주되기 때문이었다. 완공이 되면 전세를 주든 직접 들어가든 일단 등기를 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재산으로 잡혀 보험료가 올라갈까 싶어 직원분에게 상담을 하니 2~30억대 아파트가 있지 않는 이상 주택은 보험료에 타격을 줄 거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올해 소득이 생긴다 해도 내년 9월 이후 건강보험료에나 반영될 것이라 더 오를 것도 없었다. 안심하고 지역가입자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는 5월 종합소득신고 결과를 반영해 매년 9월 재산정된다고 합니다.)


옆옆 창구로 다시 안내받아 보험료 자동이체 신청까지 하고 왔다. 회사에 다니는 동생 밑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형제자매 밑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보험료가 월 2만 원대라 부담은 전혀 없었다. 이체 날짜는 말일과 10일 두 날짜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말일로 신청했다. 신청 알림 메시지를 받고 완료되었다.


보험료 처리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다시 집까지 걸어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1년 반정도 됐는데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을 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재개발하는 곳, 시장, 오래된 노포, 신축 아파트, 자동차 정비소 등을 지나 30분을 걸어서 집에 왔다. 시간은 1.5배 정도 더 걸렸다. 이렇게 직접 구석구석 발로 딛으니 제법 우리 동네 같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역과 집만 왔다 갔다 해서 우리 동네라는 느낌은 없었다. 이렇게 동네 사람이 되어간다.


집에 돌아와서 자동이체 가능한 날짜가 왜 두 개 인지 찾아봤다. 걸어오며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답이 있었다. 10일이 진짜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날이고 말일은 연체될 것을 대비해 여유 있게 이체신청을 하는 날짜였다. 연체되면 연체료가 붙는다고 했다. 연체료라고 해봤자 보험료가 워낙 적으니 얼마 안 되는 돈이겠지만 내 성향상 미리 나가는 게 더 안심이 돼 말일로 잘 신청한 것 같았다. 궁금증을 해결한 뒤 뙤약볕에 흐른 땀을 샤워로 말끔히 씻어내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퇴사 후 건강보험 관련 유튜브를 찾아봤다. 이미 본 내용이지만 실제와 달랐기에 다시 보고 싶었다. 많은 영상에서는 보험료 폭탄을 맞는다고,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분들은 주로 노무사 등 관련 법을 아는 분들로 이론과 매뉴얼의 내용을 이야기해줄뿐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이야기한 경우는 적었다. 내가 직접 지사에 가서 상담을 받고, 자동이체까지 신청하고 오니 이제 보인다. 물론 주식과 부동산으로 자산이 꽤 있는 분들은 임의가입제도가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2~30억대 부동산, 수억 이상의 주식자산이 있지 않는 한 지역가입자로도 괜찮은 것 같다.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은 직접 가보고 판단해야 한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매와 많은 사용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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