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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Aug 09. 2024

퇴사 날짜, 인사팀 직원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인사팀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니 인사팀장의 퇴사도 두 번 경험했다. 두 분의 인사팀장님은 공교롭게도 모두 4월에 퇴사했다. 우연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께 직접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유리한 퇴사날짜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인사팀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퇴사도 봐왔고 퇴직금도 정산한 경험이 있으며 퇴사와 관련된 노동법도 빠삭하기 때문이다.


우선 4월은 퇴직금이 가장 많은 달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퇴직금은 최근 3개월치 월급의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내가 다녔던 회사는 1월에 성과급을 지급했기에 1월~3월 월급의 평균이 가장 높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찾아보니 성과급은 연봉계약서에 고정으로 지급하기로 약속된 임금이 아니라 경영성과에 따른 일시적인 격려 목적의 금액으로, 일시적이기에 퇴직금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판례들이 많았다.


성과급은 안 되지만 상여금은 가능하다. 연봉계약서에 상여금의 금액이 고정적으로 포함된다고 명시된 경우에는 월급으로 간주돼 퇴직금에 반영이 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회사 입장에서 성과급을 퇴직금에 포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성과급을 몇 천만 원씩 주는 회사도 있는데 이것이 퇴직금에 포함된다면 퇴직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인사팀에서 10년 근무한 결과, 꼭 이런 좋은 것들은 노동자에 유리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연차에 대해 생각해 본다. 퇴사를 할 때에는 남은 연차를 돈으로 받거나 마지막 출근일 이후 다 소진해 버리고 퇴사일을 최대한 뒤로 늦춘다. 그러나 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입사일이 지나고 퇴사해야 가능하다. 만약 내가 4월 13일에 입사했다면 이 날짜가 지나야 연차를 소진하고 퇴사할 수 있다. 이 연차를 쓰는 기간에는 주말도 주휴수당(1주일 만근 시 추가로 주는 임금)도 나오기 때문에 연차개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4월 13일 이전에 퇴사한다면 오히려 그동안 쓴 연차를 뱉어내야 할 수 있다.


내 연차 기준일과 회사가 운영하는 연차기준은 원래 다르다. 연차는 1년 만근을 해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지급일자가 다르다. 모두 입사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회계연도를 기준 삼아 일괄적으로 연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편의상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연차가 발생하는 날짜와 인사 시스템에서 보이는 연차가 다른 것이다. 두 분의 인사팀장님들의 입사일은 모두 4월이었다. 그리고 퇴사일은 입사일이 갓 지나서였다.


결국 금전적으로 유리한 퇴사 날짜는 연봉계약서에 포함된 상여금이 많은 달을 최대한 포함하면서 입사일이 지난 날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 날짜에 퇴사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물론 이 날짜 전후에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하루 이틀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없으니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날짜를 기다리자고 내 소중한 몇개월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인 퇴사를 단지 워킹데이 15일 정도 더 월급으로 받는 날짜에 끼워 맞춰야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내게 수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무엇인가에 도전해 보고 후회가 없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창업을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던데 창업이 아닌 다른 것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무엇인가에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이것들이 누적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해도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시간은 자신감과도 관련 있었다. 30대 후반인 내 경험으로는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작아지고 두려움은 더 커졌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임에도 그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10년 뒤의 내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이든 도전해봐야 했다. 주식투자에 위험한 달을 말하는 아래 유명한 주식짤처럼 모든 순간이 다 위험하다. 그럴 바엔 빨리 경험해 보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어린 날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린 때다. 그래서 내가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 그 시점을 내 퇴사일로 결정했다.



* 12년차 직장인이 2024년 6월 무계획 퇴사를 하고 퇴사 전후의 생각과 회사로부터 자립하는 과정을 이야기 합니다.


[퇴사자 일기]

https://brunch.co.kr/magazine/resigndiary


(매거진 수록글)


- 12년 차 직장인, 퇴사했습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6


- 대기업 이직 면접에 떨어진 날,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7


- 조직개편 발령날은 대개 퇴사하고 싶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8


- OO 하기 싫어서 보다는 OO 하고 싶어서 퇴사했어요

https://brunch.co.kr/@beibringen/129


- 퇴사하면 건강보험료 폭탄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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