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글쓰기]의 3 대장(르포 인터뷰 칼럼) 중 인터뷰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OT) 1, 2, 3]에서 소개했고, 반복해서 강조해 온
[미디어 글쓰기는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
[남의 말을 잘 들어야 내 글이 잘 써진다-굿 리스너(Good Listener∙잘 듣는 사람) 되기],
[시작이 좋은 글이 끝까지 좋다-좋은 첫 줄(Good Lead) 쓰기]를 잊지 않고 잘 간직하고 계시죠.
인터뷰는 위 세 가지 핵심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 대상자, 대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듣고, 잘 준비된 질문과 현장 분위기를 반영한 호응 등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야 합니다.(Good Listener)
인터뷰이(interviewee)를 직접 만난 사람은 저널리스트 같은 인터뷰어(interviewer∙인터뷰 진행자,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독자나 시청자는 인터뷰어의 글을 통해 인터뷰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
1, 2 시간을 인터뷰했다면 그 전체분량은 거의 단편소설 한 권(200자 원고지 70∼100장, 1만 4000∼2만 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이고 인상적인 부분을 글의 도입부(리드∙lead)로 뽑아내서 허락된 분량에 맞춰 소개해야 합니다. 그 리드가 인터뷰의 핵심이고, 인터뷰어가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입니다.(Good Lead)
미디어 글쓰기 강의 시간에 아래와 같은 인터뷰 과제를 추석 연휴 직전에 내준 적이 있습니다.
내가 감사한 사람(엄마 아빠 등등)과 '감사'를 주제로 인터뷰한 내용을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쓰시오
분량 : 1400자 이내
1) 추석 연휴 기간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등을 상대로 인터뷰 연습을 하되
2) 너무 벙벙한 얘기로 흐르지 않기 위해 ‘감사(感謝)’라는 주제를 정해준 것입니다.
‘아는 것(to know)’과 ‘가르치는 것(to teach)’이 다른 차원이듯, 인터뷰 관련 강의나 글을 보고 ‘저렇게 쓰면 되는구나’하고 아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to write)은 분명 다른 차원입니다.
아쉬움의 리뷰를 먼저 보시죠.
<총평 : 아쉬운 마음을 담아>
쉽지 않은 주문인 걸 알지만 ‘숙제를 하지 말고, 글을 쓰세요’.
여러분은 현직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닙니다. 강의 시간에 인터뷰 형식을 소개하고 설명드렸지만, ‘감사한 사람’과의 대화(인터뷰)를 그런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여러분 글을 읽을 땐 그런 걸 다 감안합니다. 그런데 어쨌거나 ‘글’입니다. 형식이 좀 맞지 않아도, 그 내용이 좋으면 독자는 궁금해하고 기대하며 그 글을 계속 읽게 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러분이 쓰는 글은 나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나 내가 나눈 대화나 내가 생각하는 내용 등을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읽으라고 내놓은 글입니다. 그러니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독자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친절하기 위해 스스로 쓴 글을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세요. 내 글을 읽은 독자가 내 글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고, 무엇을 느끼게 될지를 생각하며 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습관을 가지세요. 그 습관의 위력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개별 리뷰>
좋은 내용인데 인터뷰가 아니라, 에세이처럼 돼버린 것 같아요. 감사의 ‘내용’이 담기면 되는데, 감사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한 것처럼 읽혀요. 감사 1, 감사 2, 감사 3, 감사 4가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의 생생한 워딩(wording)을 좀 더 잘 살리고, 혹시 워딩이 부족하다면 질문을 통해 더 이끌어냈어야 해요.
생생하고 구체적인 얘기가 없어요. 친절하지 않아요. 첫 줄에 등장하는 ‘최소 8년의 학교생활’은 어떤 8년인지요? 인터뷰 자체가 부실했으면 충실해질 때까지 더 해야 하고요, 그것도 어려우면 인터뷰이(interviewee)를 바꿔야 했습니다.
[“나에게 네가 힘든 부분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엄마의 이 워딩으로 글을 시작했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인터뷰 느낌이 더 살고, 엄마의 의미 있는 워딩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글의 설계가 아쉬워요. 인터뷰보다는 에세이나 ‘엄마랑 함께 읽는 일기’처럼 전개된 느낌이에요.
엄마와 나눈 대화가 ①②③④⑤⑥⑦⑧⑨⑩ 10개라면 글을 쓰기 전에 ‘리드는 ③으로 시작하고, 이어서 ⑦과⑨를 쓰고, 마무리는 ⑤로 해야겠다’는 식으로 설계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하면서 이런 구상이 함께 진행되면 더 효과적이고요. (허락된 분량(1400자)의 3배인) 4200자(200자 원고지 21장)를 쓰셨는데 어떤 구상과 설계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인터뷰와 리뷰도 소개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주부 K 씨(48)는 남편과 딸과 살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중증 치매에 걸렸고, 그녀는 한순간에 ‘치매환자가족’이 되어 버렸다. 막중한 책임과 가족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지만, 그녀는 이제 인생 제2막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녀는 “이젠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삶에 감사를 느끼려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혼란스러웠나?
“그렇다. 아버지의 치매가 점점 심해지며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이제는 나와 가족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시고, 완전히 아기가 되어 버리셨다. 갑작스레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많이 놀랐다.”
-아버지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실 때, 서운한 감정이 드나?
“서운하다기보다는 밉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치매 환자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씩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밉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이 느껴지며, 아버지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형제들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데… 이제 마음 놓고 쉬실 때가 되었는데 치매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시니 말이다. 그런 면을 생각하면 참 감사한 분인데, 막상 아기가 되어 버린 아버지를 보다 보면 그 감사함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아버지에 대해 감사한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나?
“가끔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예전에 대학생 때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받아야 하는 돈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업체에 찾아가서 항의를 하셨다. ‘우리 딸이 얼마나 고생해서 번 돈인데, 어떻게 어린 학생의 돈을 뜯어먹냐’라고 화를 내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결국 돈을 받아내었고, 나와 아버지는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아버지는 참 든든하고 따뜻했는데… 그렇게 나를 항상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셨다. 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때에는 이것이 그냥 웃기고 평범한 일화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너무 그립다. 항상 나를 지켜 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셨다.”
-주말마다 형제들과 돌아가며 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많이 힘든가?
“힘들다. 그래도 항상 아버지가 예전에 나에게 해주셨던 고마운 일들을 생각하며 이겨내려고 한다. 그리고 항상 집에 오면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
-가족이 가장 고마운 사람들인가?
“그렇다. 혼자라면 살아가는 방향이 많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이 있어서 나의 인생 방향이 중심을 잃지 않고 나 자신을 주축으로 가족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 특히 남편과 딸은 지금까지 나의 삶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할 때 나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 같다. 그들을 챙겨주는 것이 나에게는 나의 쓸모를 재확인하는 일이다.”
-평소에 가족들에게 감사를 많이 표현하는가?
“사실 나는 많이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만 느낄 뿐이다. 그런데 남편과 딸은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이 하는 감사하다는 말이 쌓여 나에게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다시 한번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이 상대방한테 한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되새겨보게 된다.”
-곧 딸이 6개월 간 교환학생을 간다. 그동안 직접 만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지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가?
“처음에는 걱정되었다. 딸보다는 내가. 처음으로 딸과 떨어져 보는 시간인데, 이제는 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독립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딸보다는 나 자신을 더 신경 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는 중이다. 딸이 없는 동안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할 계획이다.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새로운 언어들을 배워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항상 해보고 싶었는데,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이제 챙겨야 될 사람이 하나 더 줄어드니, 시도할 때가 된 것 같아 기쁘다. 하하. 그래서 딸의 교환학생은 딸에게도 도전이지만, 나한테도 새 출발이기도 하다. 내 주변에는 아직 신경 써야 할 가족들이 많지만,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고자 한다.”
리뷰
생생한 사연이 있고, 주옥같은 워딩(wording)을 쏟아내는 최고의 인터뷰이(interviewee)를 인터뷰했네요. 거의 모든 워딩에 밑줄을 긋게 돼요. [“막상 아기가 돼버린 아버지를 보다 보면 그 감사함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등등. 문답 인터뷰 중간에 분위기 스케치를 곁들이고, 존댓말로 정리했으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봐요.
“감사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좋다. 이거 매달 할까?”
이달 15일, 온라인 회의 공간에서 아버지 S 씨, 어머니 L 씨를 만났다. 말을 잘 못한다며 인터뷰 제의에 주저하던 이들은 30분에 가까운 대화가 끝날 무렵 이런 이야기를 매달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하루의 안부를 물으며 멋쩍게 시작된 인터뷰는, 웃음꽃으로 번져갔다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가, 끝내 아쉬움을 자아내며 마무리되었다.
-언제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들 말합니다.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S 씨 =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내가 어릴 때, 동네 교회의 여름 성경학교에서 성경 구절을 암송하면 미숫가루를 나눠줬어. 그걸 받고 싶어서 제일 짧은 구절을 친구한테 물어서 이 구절을 외워갔지. 미숫가루를 받으려고 외웠던 그 구절이 40년이 지난 아직도 그대로 기억이 나. 이후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리게 되더라.
-그렇게 보면 감사한 일은 매일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감사한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L 씨 = 오늘 대전에 출장을 갔다가 대구로 돌아왔는데, 같이 간 선생님이 우리 모두를 각자 역에서부터 집까지 차로 태워주셨어. 그게 고맙네. 그래서 나도 고맙다고 커피를 쐈지.
S 씨 = (웃으며) 엄마가 출장을 갔다가 잘 돌아와 줘서 고마워.
-이렇게만 보면 고맙다는 마음과 표현을 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뿐만 아니라도, 지금까지의 삶에서 크게 고마운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L 씨 = 인터뷰 부탁을 받고 나서부터 계속 생각을 했는데, 딱 떠오른 사람이 언니였어. 나는 내 커리어에서 의미 있는 뭔가를 하고 있기도 하고, 인정도 받고 있잖아. 그런데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언니가 아니었으면, 언니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오빠나 나나 대학을 가기에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게 많이 고마워. 언니는 거기에 대해서 어떤 대가를 바란 적도 없거든. 그 마음이 늘 빚처럼 남아 있기도 하고.
-그 고마운 마음을 전달해 본 적도 있나요?
L 씨 = 언니나 조카들 생일 같을 때, 해줄 수 있는 건 뭐든 아깝지 않은 마음으로 하게 돼. 너희가 다 큰 지금, 경제적으로도 조금 더 여유가 생기니까 웬만하면 기회 있을 때마다 그렇게 하려고 하지. 또 마음속에는 ‘언니 하고도 꼭 한번 여행 가야지’ 이런 마음이 늘 있어.
-보통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셨군요. 고맙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왜 어려웠을까요?
L 씨 = 고맙다는 말이 이 마음을 전하기에는 너무 작게 느껴진 것도 있어. 또, 고맙다는 말이 언니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언니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집이 너무 어려워서 자퇴를 했거든. 언니가 학교를 더 다니고 싶다고 표현하던 게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표현은 안 하지만 언니한테도 되게 상처로 남아 있을 수 있지. 눈물이 나네. 그래서 섣불리 그런 표현은 못하지.
-어떤 고마움은 미안함과 닮아 있어서, 쉽게 표현할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고마움과 닮아 있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면, 그건 어떤 마음일까요?
S 씨 = 이해인 것 같아. 너희들을 키우면서 ‘나도 이렇게 컸겠구나. 다들 이렇게 컸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고, 낮밤이 바뀌는 걸 나도 부모가 되면서 경험을 했지.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게, 내가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그래서 너희들 키우면서 한 번은 어머니한테 ‘이제 알겠다. 고맙다’는 말을 했어. 그랬더니 원래 다 그렇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시지 않고 씨익 웃으시더라. 또, 내가 40세 무렵이 됐을 때야. 늘 엄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그때는 미안했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때 정말 충격을 받았지. 늘 무서웠던 아버지였는데, 내가 아버지가 되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 그러면서 고맙기도 했고.
고마운 마음이 언제나 즉각적인 ‘고마움’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안함과 닮아 있는 고마움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보이는 고마움도 있다. 그래서 고마운 것에 대한 이야기는 미안한 것, 안쓰러운 것, 사랑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있다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인터뷰의 끝인사는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잘 커준 너한테 고마워.”.
“잘 키워줘서 내가 고맙지.”.
“인터뷰해줘서 고마워.”.
“잘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리뷰
글을 읽으면서 웃다가, 울다가 했네요. 생생한 워딩(wording)이 많아서 좋고, 리드와 마무리도 좋네요. [“고맙다는 말이 이(감사한) 마음을 전하기에는 너무 작게 느껴진 것도 있어. 또 고맙다는 말이 언니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이런 워딩은 그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만 할 수 있죠. 잘 이끌어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