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도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입니다.
그동안 수 백 개의 자기소개 키워드를 리뷰했는데요,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을 지적했던 리뷰 내용을 모아서 3개의 조언으로 분류해 봤습니다.
1. 구체적이고 생생해야 친절한 글입니다
2. 뷔페처럼 쓰지 말고, 나만의 일품(一品)요리를 만드세요
3. 불필요한 겸손과 쓸데없는 글 버릇은 소중한 분량만 잡아먹습니다
1. 구체적이고 생생해야 친절한 글입니다
글쓴이의 자기소개서 전략이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의 특징과 장점을 알리는 자기소개서 문법에도 맞지 않습니다. 미디어 글쓰기는 '자기 혼자 읽는 일기나 에세이'가 아니라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독자들)을 향해 쓰는 편지'와 같습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해야 그 글을 통해 독자들은 글쓴이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를 짐작하고, 떠올리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 글 1000자를 읽고 독자(채용 담당관 등)는 도저히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합니다. 기자의 꿈을 꾸고 계신 만큼, 앞으로 쓰시는 모든 글에서 육하원칙(5W1H)을 기본으로 깔고 전개하십시오. 그런 습관이 장착되시면 기자생활 하시면서 그 위력을 체감하게 되실 겁니다.
'철학과 인류학 사이'도 흥미로울 수 있는데, 구체성이 결여돼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어려울 수 있는 얘기일수록 구체적 사례, 생동감 있는 코멘트 등으로 쉽게 풀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듭 말씀드리지만 혼자 읽는 '일기'가 아니라, 타인이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편지'이니까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경우도 화목한 가족은 축복임에 분명하고,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표적인 일화나 사례를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어떤 역경이나 슬럼프가 있었는데 가족의 사랑 덕분에 이겨냈다 등등.
더 구체적이고 더 생생해야 합니다. 농촌활동 부분에서 '농촌사회 여러 문제들' '날카롭게 날 선 말들' '여성농민 삶에 대한 기사' 등등 모두 추상적입니다. 글쓴이는 1) 그 문제들이 무엇이고 2) 날 선 말들이 어떤 워딩(wording)인지 3) 언급된 기사가 무엇인지를 다 알지만 '독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아무것도 모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70-200mm 렌즈'는 흥미로운 키워드인데요. 두세 번을 다시 읽어도 정확한 내용이 들어오질 않네요. 카메라가 글쓴이의 소유인지, '매우 비싼 친구'라고 소개한 사람은 누구인지, 인턴 PD로 활동한 것 같은데 카메라가 글쓴이를 괴롭히고 압박할 정도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가 잘 안 그려집니다. 좀 더 심플하고 명료하게 재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공감력' '논리성' '표현력' 3개의 키워드 모두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뒷받침하고 보여줄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나 코멘트, 장면 등을 서술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에게 '그냥 내 말을 무조건 믿어주세요'라고 강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 3개의 키워드를 쓰지 않아도 글쓴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짐작할 수 있도록 글을 쓰셔야 합니다.
강사가 강의실에서 글쓴이에게 '어디 사세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지구촌에 삽니다'라고 대답하지는 않으시겠죠? 그런데 '사랑' '사람' '이야기'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쓰시면 '지구촌 삽니다'로 읽힙니다. 더 구체적으로,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세요. '사랑의 경험이 큰 힘이 됐던 구체적 사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 능력을 키웠던 사례' 등등을 동영상처럼 묘사해 보세요.
'빈틈없는 준비성'을 뒷받침하기엔 빈틈이 많아 보입니다. 시험공부를 미리 한다는 내용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지나친 일반화'나 '자의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성실함' '책임감' '소통 능력' '낙관적 자세' 모두 좋은 덕목들인데요, 글쓴이가 그런 사람이란 걸 느끼거나 짐작하게 만드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팀 프로젝트 때 내가 잘했다'는 주장만 있습니다. 신문기자를 지망하시니까 신문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 묘사나 취재원들의 생생한 코멘트 등이 없으면 '제대로 된 기사'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중일 3국 학생 교류 단체에서 임기응변의 문제 해결력을 보인 것을 강조하셨는데 어떤 문제였는지 명료하지가 않습니다. '회의 도구 사용과 시험 기간 문제'라고 했는데 이 단체나 회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도 글쓴이의 글을 읽으면 '아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글쓴이가 이렇게 저렇게 슬기롭게 해결했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당시 상황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다음 자신의 장점(유연한 문제해결능력)을 어필하시면 됩니다.
2. 뷔페처럼 쓰지 말고, 나만의 일품(一品)요리를 만드세요
'온갖 요리 다 있는 뷔페식당'과 '음식 한 종류만 파는 일품요리 맛집' 중 어떤 식당을 더 좋아하시나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디어 시장에서는 '일품요리 맛집'이 좀 더 각광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키워드 3개 모두 '정갈한 뷔페'처럼 잘 정리하셨는데, 막상 '주문&계산'하기는 망설여지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눈길과 호기심을 끄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가 잘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K팝 전문가'에서는 어떤 K팝 가수를 어떻게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런 경험이 글쓴이 삶의 다른 영역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가 잘 안 보입니다. '동분서주'에도 다양한 경험이 담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치열한 현장 경험'을 글의 50% 정도 자세히 쓰고, 나머지 사례는 그 뒤 50%에 간결하게 소개하는 방식이 더 좋겠습니다. '이야기꾼'의 첫 문장은 '나는 일상 속 사소한 경험도 재미있게 말한다'인데 독자는 '그 재미있게 말한, 그 얘기'가 가장 궁금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꾼'인지는, 글쓴이가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가 판단합니다.
글이 쉽지 않은 데다, 너무 많은 얘기를 나열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공연이론을 공부하다가 공연 기획 총괄과 작가로 참여하며 현장경험을 쌓은 얘기를 좀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풀어갈 수는 없었을까요. 괴테, 위버멘쉬(초인) 같은 키워드를 꼭 써야만 공연하며 성장해 간 이야기, 극장에 앉아 있는 순간이 글쓴이에게 주는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는 걸까요. 거듭 말하지만 뷔페식당에는 먹을 음식이 깔려 있지만 뭘 먹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란라면이라도, 나만의 일품요리를 만들어 내놓는 자신감과 용기를 더 발휘하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사이다 같다'라는 흔히 쓰는 표현으로 자기소개하는 것을 지양하기 바랍니다. 글쓴이만의 장점 매력 성장가능성을 표현하거나 상징하는 단어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본질을 꿰뚫는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문제의 핵심을 짚고,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책임감을 지닌 사람'이라고 쓰셨는데, 그 말씀을 믿고 수긍하게 만드는 구체적 근거는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그 근거들을 찾아서 자기소개서에 담으셔야 합니다.
'음식 재료는 육해공(陸海空) 모두 풍부한데 요리에 서툴러서 식탁이 빈곤하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케이스' 같습니다. '일기'는 '책장을 가득 채운 일기장'이라고 하시든지, 아니면 '일기장 100권의 기록'처럼 구체적 숫자를 써주시면 어떨까요? 일기에 어떤 내용을 쓰시는지도 궁금하고, 그렇게 오래 써온 일기가 글쓴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켰는지도 궁금합니다.
3. 불필요한 겸손과 쓸데없는 글 버릇은 소중한 분량만 잡아먹습니다
'결정장애'보다 그 본문 안에 있는 '일단 해보자'가 자기소개서에는 더 맞을 것 같아요. '나는 원래 결정장애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일단 해보자' 정신으로 극복했다. 그 정신과 태도가 나에게 이런저런 성취와 성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집요한'에서도 <성인이 된 후에는 독서를 즐겨하진 않지만>은 불필요한 문장입니다. '유년시절 독서에 발휘됐던 나의 집요함은 성인이 된 뒤 이런저런 분야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접근이 좋습니다.
'츄츄' 파트에서 <누군가는 “어떻게 강아지가 너를 소개하는 키워드가 돼”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썼는데 다음부터는 쓰지 마십시오. 이런 게 강의시간에 말씀드린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타인의 평가'를 불필요하게 신경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안 써도 공감할 사람은 공감하고, 비판할 사람은 비판합니다.
스페인어 공부와 스페인 교환학생은 소중한 경험인데, '낯선 나라'라는 키워드 안에 힘없게 담긴 것 같아 아쉽네요. 다른 학우의 '츄츄' 파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늦게 시작한 제2외국어는 스펙 한 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같은 불필요한 문장은 다시는 쓰지 마세요. 지면 아끼세요.
장점 매력 성장가능성 다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자기소개서는 '내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쓴 것처럼 읽힙니다. '이런 내가 싫다' '나쁘게 말하면 불효녀다' 같은 표현은 지양하시고, 자신의 특징과 장점이 드러나는 '부처' '대기만성형' 같은 긍정 키워드를 자기 것으로 잘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소소하고 담담한 에세이 같아요. 겸손의 미덕('범재' 등)은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주위 분들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나만의 장점 매력 발전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와 사례 일화 등을 계속 찾아서 메모하세요.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신뢰 책임감 성실 등 많은 덕목들과 연결되죠. 약속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세요.
'나는 방황했습니다'라고만 쓰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문을 받게 되지만, '이런저런 방황이 있었고 그걸 극복하며 나는 성장해 왔다'라고 하면 좋은 스토리가 됩니다.
'클로버'라는 키워드를 일단 손에서 놔줘 보세요. 프로페셔널 기자들도 어떤 단어, 어떤 표현, 어떤 문장 하나에 대한 애정('내가 이런 기막힌 단어, 표현, 문장을 생각해 내다니')이 너무 강해서, 그 때문에 글 전체의 맥락이나 구도가 어색해지는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마음은 너무 아프지만 '그 단어, 그 표현, 그 문장'을 통째로 들어내고 다시 틀을 잡습니다. 글의 완성도를 위해서요. '클로버'라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우고 '왜 친구들은 나에게 '너를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할까'에 천착해 보세요. 왜 그렇죠? 글쓴이는 어떤 매력, 어떤 마력을 지니고 있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나 일화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