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때쯤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아이들을 순탄하게 올려 보냈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내년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
거기에다 학교를 옮기는 시즌이면 그 불안함이 더하다. 수년 동안 몸담아온 학교에서 새 학교로 옮긴다는 것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는 동시에 최악의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몇 년 겪고 나니, 어떤 깨달음에 이르렀다. 교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라고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보자. 교사들은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내년에 만나는 반 학생 중 제멋대로 사는 망나니가 있을 확률, 좋으나 싫으나 함께 해야 하는 진상 학부모를 만날 확률, 업무는 하나도 안 하면서 '젊은 사람이 일 많이 해야지'하는 얄미운 소리를 하는 꼰대 동료가 동학년에 있을 확률, 조퇴도 내 마음대로 못 쓰고 눈치를 봐야 하는 관리자 밑에서 일할 확률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올해의 내가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며 이 한 몸 불사 질러 일을 했다고 해도 내년의 삶이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 학년 배정, 반 뽑기, 학교 뺑뺑이가 잘못 걸리는 순간 한 해가 꼬이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이 운이라는 말씀.
건방지고 못된 꼬맹이 하나가, 무례하고 거친 학부모 한 명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동료 하나가, 불합리함으로 똘똘 뭉친 관리자 한 분이 어찌나 개인의 삶을 억세게 만드는지. 운으로 시작해서 운으로 끝나는 일 치고는 꽤 참담하다.
우리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고 확실한 학생 훈육 시스템이 필요하고, 진상 학부모의 폭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 체계가 필요하고, 업무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관리자가 가장 절실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업무적으로도 성실하게 살아온 선배 선생님이, 학급 구성원을 잘못 만나 고소를 당하는 것을 보고 호되게 느꼈다. 내가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구나. 교직 생활의 불행은 개인이 막을 수 없구나. 그런 극단적인 일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선생님이 무언가 잘못했겠지.'
아니요, 어떤 교실에서는 주체와 상관없이 그런 일이 일어난답니다. 믿지 못하신다니, 당신은 참 운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