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초유의 사태이다.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았을 교사들에게, '징계를 무릅쓴다'는 것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이들은 그 신청서를 뒤집어서 조심스럽게 내민다. 나는 그 신청서를 보고 눈시울을 붉힌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고, 계정에 줄곧 올린 글 중 교권 침해에 대한 글은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하루 내지 이틀 안에 삭제해 왔다. 그것은 교권 침해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교권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이기심이었다. 해당 학부모가 이 글을 보고 나를 고소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뭐라고 반박해야 할까, 속풀이 하는 글로 인해 내가 잃을 것이 너무 많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때 조금 더 용기 내어 발행 버튼을 눌렀더라면, 교권침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아주 작은 불씨라도 피워보려고 했더라면 ….
그런 죄책감으로 오래 앓았다.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온종일 괴로웠다. 그 무엇으로도 이 마음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마음으로 2023년 여름을 버텨왔다.
그 죄책감을 털고 두 다리로 서 보려고 하는 그 시작이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이 와중에 세 번째 책이 나왔다.
내 마음이 가장 맑고 명랑했을 때, 아이들과의 학교살이에서 장점만을 쏙쏙 찾던 시절에 쓴 글이었다.
내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이 교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 책은 yes24, 알라딘, 그리고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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