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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Sep 15. 2022

N의 일기와 S의 일기

그리고 S들을 키우는 나.





어느 날, 어느 웹 페이지에서 그런 글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나의 일기는 아이유 재질이다 vs 최강창민 재질이다




참 흥미롭지 않은가?


최소한 어린 시절에라도 일기를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 내 유형이 무엇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설프게 자가 진단하고픈 마음에 서둘러 클릭해서 읽어보니, 의외의 말이 적혀있었다.



아이유의 일기



아이유의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에 따른 내 '생각', '감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고,



최강창민의 일기



최강창민의 일기는 말 그대로 '있었던 일'의 나열들이라는 것.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에 따르자면, 아이유는 직관형인 N유형, 최강창민은 감각형인 S유형이라는 이야기.








이 글을 읽고, 나는 대체 어떤 유형의 일기를 쓰고 있었나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 반 아이들의 일기를 먼저 떠올려버렸다.



6년째 매일 검사하고 있는 아이들의 일기 속에는, 그야말로 '최강창민'이 쓸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에 놀러 갔고, 뭐 하느라 바빴으며, 그때의 부모님의 행동은 어떠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국어 교과서에도 '일기 쓰는 법'에 대해 그렇게 말하긴 하니까.



1.  있었던 일을 적어요.

2. 그에 따른 느낌과 생각을 적어요.



순서를 봐도 1번이 먼저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일기에는 써줄 말이 별로 없다. 특히 2번에서 말하는 '생각과 느낌'이 빠져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제일 난감할 때가 바로 그거다. 아이는 열심히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썼는데, 코멘트를 적는 나는 정작



머뭇... 거리게 되는 경우.


그런 경우 나는 대부분 '아주 멋진 주말을 보냈네요!'와 같은 두루뭉술한 총평으로 갈무리하곤 한다.

꾹꾹 눌러쓴 글씨들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S유형의 아이들을, 아니 글들을 키워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내가 봐도 해줄 말이 없는 일기가, 그들에게는 효용이 있을까? 느낌이나 상념이 없는 글이 얼마만큼의 울림을 남길 수 있을까.



되돌아보면 나의 일기도 그렇다.

학창시절 12년을 포함해 수십년동안 일기를 써왔지만, 내가 두고두고 곱씹어 읽는 글들은 전부 '숙제가 아닌 글'들이었다.

일어난 일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고, 내 감정을 온전히 서술했던 일기들, 그야말로 딱 N유형스러운 글들이 오래 남아있다. 책장 속에도, 가슴 속에도.




쓰기 교육의 문제, 대해 딴지를 걸고자 시작한 이야기는 아닌데, 어느 순간 세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유식'의 일기를 쓰게 할지 고민해보아야겠다. 이 순간을 길이 남겨 되돌아볼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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