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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해 May 04. 2023

현재, 나의 온도 vs 내 아이에게 달려들, 미래

우리 아이들은 세계 여행을 해볼 수 있을까?


        

  난 인터넷 카페에서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의 하소연을 많이 들어봤고,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아이와 죽고 싶다”, “술, 담배를 하고 있다”, “살기 싫다”, “오늘도 맥주로...” 인터넷 카페에는 매일같이 이

런 글이 올라온다. 

  나는 예전 글에도 썼었지만 매일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먹고 있다. 처음에는 우울증 약만 먹다가 원래도 잠을 잘 설치는 편인데 남편과 아이가 번갈아 가면서 새벽에 나를 깨우기 때문에 수면제도 처방받았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우울증도 심해지고 다음 날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쏟아내서 아이의 주치의에게 부탁드렸다. 지금, 오히려 우울증 약은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은 조증처럼 된다고, 하지만 중독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정말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와 복용할 때의 나의 기분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어두워질라 치면 수면제를 먹고 빨리 자려고 하거나 우울증 약을 아차 했구나 싶어 얼른 약을 먹는다. 몇 년 간 이런 마음을 차단했더니 훨씬 내 삶은 유연해졌다. 물론 아이와 싸울 때는 또 다른 자아가 출현하지만 말이다.        



       




  

  가끔 나는 삶이 우울해질 때 젊은 시절, 혼자 씩씩하게 여행 다니던 모습들, 열심히 공부하려고 발버둥쳤던 날들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곤 한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듯 하다. 마치 그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내 아이가 겪을 미래에는 내가 혼자 여행하며 공부하며 배웠던 지혜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과연 일반 사람들처럼 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성인들은 회사도 다니며, 여행도 다니며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지혜와 지식을 얻어가겠지만 내 아이는 그럴 수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세계여행?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던가.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제발 tv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주길. 인기 연예인들의 보이기 위한 여행 프로그램 말고) 내가 삶이 힘들 때 좋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발달 장애인 아이들에게 보다 넓고 보다 좋은 기억들을 우리 어른들이 심어줄 수는 없을까. 지금 이 순간, 이 지경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단다. 라고..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어 다른 나라 여행은 정말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국내에서 갈 수 있는 박물관은 다 가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가 끝나서 사람들은 좀비 떼처럼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발달 장애인들은 항상 가던 그 센터, 그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은 있던 곳에서만 편안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도 있고, 그들의 부모도 어떻게 해서든 자립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인지, 재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수업은 시간 당 7 ~ 10만원 가까이 하고 있어서 여행은 쉽지 않다. 

  누구는 대치동에서 한 달에 500을 쓴다지만 좀 유명한 발달 장애인 센터 한 군데만 다녀도 흔하게 100인데 그런 센터를 일주일 내내 다닌다 치면 한 달에 700이다. 우리 집도 학원 한 군데 안 다니는데 센터만 거의 100이 든다. 아무튼 경제적인 이유로 여행이 쉽지 않고, 외박을 할 때는 아이들이 잠을 잘 못자서 여행을 가서도 부모가 힘들긴 하다. 하지만 또 어떤 지적인 문제가 있는 친구들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서 스스로 겪고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요즘 내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얼마 전, 학교폭력 신고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이에 대한 학교폭력이 있었고, 경계선 지능이라 하지만 투명한 울타리일 뿐인 장애등록과 “자, 이 아이는 장애인이야.”라고 말해야 다른 아이들이 배려해주는 이런 세상에서 내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왜 경계선 지능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사회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로 둔갑해서 살아가야 하는지 처절하게 깨달음이 왔었다.

 ‘아, 이 아이들은 이 사회를 고발할 수 없구나.’를 깨달았다. 나도, 엄마들도 내 기분과 온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쓰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 쓰기를 너무 안 시키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렇게 문해력, 문해력 하면서 말이다.) 나 자신도 힘이 약한 엄마일 뿐이지만 내 아이의 대변자가 되어야 하고 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항상 그렇듯 사회가 발달 장애인의 입이 되어 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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