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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해 Mar 06. 2023

엄마의 우울증

맞들 수 없는 백짓장

  

   나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더불어 수면제도 같이 복용 중이다.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3년 정도 되었다. 딸 아이가 경계성 지능과 ADHD 진단을 받고 나서는 발달 센터도 열심히 다니고 온라인 서점에서 VIP 등급을 받을 정도로 많은 책을 사서 밤에는 혼자 공부하고 낮에는 틈나는 대로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다. 발달 장애 아이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까치발 증상도 있어서 등산이 좋다 길래 아이를 데리고 등산도 다니고 1년에 두 번은 제주도 일주일 살이를 하러 가서 종일 오름을 오르고, 바닷길을 산책 했다. 그러자 1년도 안되어 나는 번 아웃이 왔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 상태는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지능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불안도 올라가서 아이의 ADHD 약 용량도 올렸다.       



    

   참고로 나는 전업주부가 아니다. 몇 년전까지도 차상위 계층이어서 결혼하고 몇 년간 과외와 학원 일을 병행했고 현재도 과외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 결혼 하고 몇 달간 남편이 월급을 주지 않아서 내 과외비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고, 또 딸 아이가 두 돌즈음 되었을 때 남편이 돌연 사표를 쓰고 와서는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점점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다. 딸 아이가 잠들면 밤에 발달 서적을 들여다보다 불현 듯 울면서 베란다 난간에 배달려 1층 바닥을 지옥 바닥 쳐다보듯 한없이 내려다보곤 했다. ‘지금 떨어져서 죽으면 119가 집 문을 부스고 들어올까?, 시댁에 가서 애를 맡기고 차라리 보란 듯 떨어져 죽을까?’ 별의별 생각을 하다 이러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추스르며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기를 몇 년을 했다.     



          

    내가 처음부터 우울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 전에 한 번 사람관계로 힘들어서 우울증 약을 복용한 적이 있고 그 이후로는 없었다. 산후우울증도 왔었다. 남편이 산후우울증은 모두 남편이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내 우울증에 대해 남편은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고 그저 내가 너무 나약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냥 지금은 담담하게 약을 먹는다. 아이와 공부하다 소리가 더 커질 것 같으면 ‘빨리 약이라도 먹고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부스팅한다. 우울증 약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아이를 공부시킬 때 툭탁툭탁거리며 감정소비가 많지만 감정에 휩쓸리게 되지는 않는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달까. 내 주위에 있는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엄마들은 거의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나는 불면증도 너무 심해서 약국에서 파는 수면보조제를 먹다가 그냥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면제가 나을 것 같아 매일은 아니지만 힘들 때 먹고 잠이 든다.          



      

    우울하다고 해서 어둠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한없이 바라볼 필요는 없다.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보면 내가 시도해 볼만한 것들이 꽤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처럼 블로그, 일기, 책읽기, 성경필사하기, 레진공예, 피아노, 바이올린, 등산, 넷플리스 .. 이렇게나 많이 있다. 누군가와 할 것을 기다리지 말고, 기대지 말고 그냥 스스로 이것저것 해보면서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레진공예도 코로나 19로 집안에 있는 동안 생긴 취미다. 어렸을 때 지점토 공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나서 레진공예 용품을 이것저것 사다보니 꽤 양도 많아졌고 키링같은 여러 가지를 만들게 되었다. 어려서 피아노를 한참 쳤는데 그냥 찬송가 반주할 정도로만 계속해서 쳤었다. 딸 아이가 피아노를 어려워해서 -3년 이상을 해도 계이름 외우는 것을 힘들어 한다- 피아노를 직접 가르쳐주다 학교에서 장기자랑으로 할 만한 취미를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바이올린도 몇 년 전 시작을 했다. 일반적인 다른 아이들과 진도는 갭이 크지만 예술은 어렸을 때 꼭 해야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인지라 아이 바이올린 할 때 나도 엄마들과 같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다.    




       

  일단 엄마가 뭔가를 뚝딱거리며 하고 있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처럼 하고 싶어한다. 내 요지에 부합되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만 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면 다른 걱정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편으로 이런 내 모습이 대견하다가도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의 숙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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