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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해 Feb 18. 2023

ADHD 와 살아내기(4)

시트콤이 죄는 아니잖아!

         

  내가 남편과 결혼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재미있는 남자’여서 였다. 예를 들면 휴일 저녁,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서 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집에서 뭘 먹으면 안 되. 설거지는 왜 이렇게 많아? 음식을 만들지를 말아! ”

 중간중간 욕도 섞어가면서 그렇게 짜증을 내다가 자기 말에 뭐가 꽂혔는지 갑자기 큭큭거린다.

 “음식을 안 만들면 뭐, 공기만 먹게?” 

내가 대꾸하다 남편이 웃는 모양을 보고 한 마디 한다. 

“병원에나 가라.”          


 




   자신이 한 행동이나 말에 옆 사람을 힘들게 해놓고 갑자기 웃는 행동은 처음에는

  ‘아, 이 사람은 매사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로 착착하게 만들었다. 물론 긍정적인 사람은 절대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先 행동 後 급후회이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도 시댁에서

 “아, 엄마, 음식 좀 짜게 하지 마. 난 엄마가 걱정 되서 하는 말이야.”

그러면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한 마디씩 한다.

 “너 먹는 거나 신경 써라.”

 매번 명절에 똑같은 말과 상황이 되풀이 된다. 남편은 현재 허리 사이즈가 XXXL 정도 된다. 그러니 시댁에서도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그러면 혼자 허허 웃으며 밥을 먹는다. 참고로 남편은 심한 편식가이다. 고기 반찬이 올라오지 않으면 그냥 콕 집어 너구리(라면)만 먹는다.           






  한 번은 아이와 놀이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편이

“아! 아! 왜 이러지?! 심장이 안뛰는 거 같애!”

 , “뭐라고? (당황해서) 그럼 차를 좀 세워봐. 내가 운전할게.”

, 급하게 남편의 맥을 잡아봤는데, 맥이 정상이었다. 한 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 나는 어이가 없었다

. “커피 좀 작작 마셔라. 대체 얼마나 마셨니?”

남편은 커피를 입이 심심하면 습관적으로 먹는 편인데, 원래 카페인이나 술, 담배가 몸에 안 받는 유형이다. 그나마 술과 담배가 몸에 안 맞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시댁 쪽 남자들이 다 술, 담배는 몸에 쥐약인 사람들이다. 남편은 그 일이 있고 내과에 가서 심장 초음파를 받았는데 정상으로 나왔는데도 아무래도 대학병원에 가서 24시간 심장 초음파를 받아야 한다는 둥, 의사가 돌팔이라는 둥 이상한 말들을 했다. 어쨌든 나중에라도 병원에서 커피 영향인 것 같다고 커피를 끊어 보라고 의사가 말해줘서 심장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더는 하지 않았다. 그 전에는 내가 잠시 산책 나간 사이 아이와 둘이 있다가 혼자 119를 불러 119차를 타고, 대학병원까지 간 적이 있다. 물론! 몸에 이상은 없었고 말이다.


          




 대장내시경도 습관적으로 받았다.

 “나 대장암 아닐까?!”

, “왜?”

 ,“대변에 피가 묻은 것 같애.” 

처음에는 동조해주었지만, 하도 병원에 가서 대장 내시경을 받겠다고 해서 한 번은 내가 남편이 자주 가는 내과를 직접 따라갔다. 내 위 상태보다도 남편의 대장 상태가 좋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너무 깨끗하다고 하실 정도였다. 남편을 옆에 두고 나는

  “그런데 왜 자꾸 대장 내시경을 받겠다고 할까요? 자주 받아도 안 좋은 거죠?”

하고 물었다.

  “당연히 안 좋죠. 2년마다 한 번씩 하면 좋죠. 그런데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해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 나서 당당하게 남편 얼굴을 봤다. 그 후로 더 이상 습관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받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성인이 산만하면 실수가 많다. 같이 산 10년간 남편은 손가락 절단, 허리 디스크, 코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이쯤되면 무슨 산업재해가 많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남편은 그냥 사무직이다. 손가락 절단은 슬리퍼 끌고 사다리 올라타다가 떨어져서 엄지 손가락이 아주 쬐끔, 아주 쬐끔 살집이 떨어져서 응급실에 실려 갔었고, 허리 디스크는 갑자기 10kg 가까이 쪄서 혼자 MRI 찍고 혼자 결정해서 수술하고 왔고, 코 골절은 핸드폰만 보고 가다 나무에 얼굴을 박아서 코가 박살나서 수술 받았다. 정말 시트콤이 아닌가 싶다. 수술도 내가 뭐라 할까봐 전날에만 내게 알려줬다. 결혼 초에 회사 사표 내는 것도 전날 말해주더니. 본인도 코 골절되고 나서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길을 걸어갈 때 핸드폰만 보고 걸어 다닌다. 남편의 시트콤 캐릭터는 유일무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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