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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Jan 12. 2019

부모가 아이의 입맛을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채식요리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당연히 집에는 고기가 없어서 이유식에서 꾸준히 야채로 맛있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채식을 하니 아이도 채식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있는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 주자 라는 신념으로 고기없이 아이식단을 구성하게 된것이 본의아니게 채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다행이 아이는 상위 95% 키에  감기한번 없이 잘 자랐다.  하지만 친척들과 만나는 자리와 어린이 집을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채식으로 아이를 키운다고 아이식단이 그것으로  유지되기는 힘들꺼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지점을 내가 어디까지 수용하고 아이를 위한 다는 내 신념의 기준을 어떻게 적용시켜야 되는지 고민이 된다. 이런 즈음 나의 고민과 비슷한 경험을 한 수강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


어릴 적부터 나는 건강을 매우 중요시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혹시나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 등 불량식품을 주진 않을까 늘 주의를 하셨고, 혹시 누군가가 (그 누군가가 할머니 일지라도) 그러한 음식들을 나에게 주게 되면 화를 내시곤 했다. 라면은 물론, 사탕, 젤리, 피자,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들은 집에서 본적이 거의 없었고 그 음식들이 왜 몸에 나쁜지 질리도록 설명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이런 아빠의 노력들은 나를 더 엇나가게 하였다. 특히 초콜릿, 젤리, 과자와 같은 음식에 집착이 생겼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집에서 먹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먹고 집에 들어오게 하는 습관을 생기게 하였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우유는 키를 크게 한다’는 상식을 믿었었다. 그리하여 초등학생때는 키 크고 싶은 마음에 우유를 하루에 1리터씩 꼬박꼬박 마셨다. 그 모든 집착, 습관, 잘못된 지식들은 내 몸을 망가트렸다.
 


나는 생리를 초등학교 5학년때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한번도 규칙적인 생리를 한 적이 없었다.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영향 불균형, 그리고 그에 따른 호르몬 문제로 인한 다낭성증후군 (여성 질환) 때문 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식습관을 고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나를 로푸드 수업까지 오게 하였다. 로푸드 수업을 들은 지금 다시 돌이켜 보니, 그동안 해왔던 나 나름의 노력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지식들로 인해 ‘건강’하지 못 했던 시도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든든한 아침식사는 건강한 식습관의 가장 기본 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로푸드 수업을 통해 아침시간에 과도한 음식섭취를 하는 것은 배출 기간에 음식을 섭취하게 됨으로 소화가 잘 안될 뿐 아니라 몸을 해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백질에 대한 오해도 있었다. 건강한 식단 이란 지방과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살아있는 음식 많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백질 또한 고기 뿐만 아닌 야채에서도 충분한 섭취가 가능하게 되었음을 통해 배웠다. 
 
음식 재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좋은 재료만을 사용한다 하여 건강한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적절한 배합이 중요하였다.
 
또한 생식이라 하면 셀러드 뿐이라 생각하였다. 평소 채식을 즐기던 나는 괜찮았지만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셀러드만 먹으라 강조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로푸드 수업을 통해 먹는 즐거움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하는 다양한 생식 ‘요리’ 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로푸드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먹는 것을 통한 몸과의 소통 이다. 단순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고 하는 것이 아닌, 어떠한 음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먹어야 몸이 건강하게 되는지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로푸드 수업을 배우면서 새롭게 배운 나를 살리는 지식들이, 즐거운 요리 방법들이, 건강해 지는 식습관이 지난 한달 반 동안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하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나는 물었다.


아버지께서 왜 그렇게 유별나게 식단을 관리 하셨나요?


 그녀의 아버지는  어릴적에  할아버지의 사랑의 독차지했다. 늘 할아버지는 사탕, 과자등 단것들을 챙겨와 밤에 자고 있는 아버지를 깨워서라도 그것들을 먹였고 과자,사탕먹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을 행복해 하셨다. 그런 할아버지의 기쁨뒤에 아버지의 고통이 있었다. 아버지는 단것을 먹기 힘들었고 그것들을 먹고 잔 다음날은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으며 어릴적 내내 피부가 좋지 않았단다. 이런 어린시절을 보낸 아버지는 딸에게만은 절대 그러고 싶지 않으셨고 남들과 다르게 철저한 식단관리를 해주는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자란 딸이 고백하는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이들의 식단을 어떻게까지 관리하고 조절해줘야 할까? 물론 최선을 다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 다만, 그것이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쳐 오히려 그것들에 대한 반감으로 넘어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아이가 스스로 식습관에 대한 정보와 지혜를 바탕으로 본인의 식습관을 바르게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부모로서의 가이드역할을 지혜롭게 해야 됨을 또 한번 깨닫는다.


부모의 역할은 정말 너무너무 많구나...


위 내용은 아래 개인블로그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ongsil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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