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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Dec 31. 2018

아무튼, 비건을 읽고

내가 쓰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무튼 비건

아무튼 시리즈는 3 출판사가 함께하는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다. 아무튼 피티니스로 시작해 발레, 택시, 양말까지 소소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에세이다. 아무튼 비건은 내가 꼭 쓰고 싶었지만 분하게도 위풍당당 ‘아무튼, 비건’이 출간되었다. 


어떻게 써진 글인지 궁금한 마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읽을수록 ‘나보다 훨씬 낫다.'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사람다운 삶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동물로 확대하여 연결 지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비건을 해야 하는 당위를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은 비건이라 하면 건강과 연결 짓기를 우선하지만 필자는 참 싫은 건강을 말하며, 오직 건강만을 지상 목표로 삼는 내 몸, 내 건강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추한 건강’을 경계한다. 건강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건강은 반드시 종합적으로 확장된 의미의 건강이어야 한다. 비건이라는 개념이 몸과 영혼, 자연의 건강 모두를 아우른다는 것을 주장한다. 



 꼭 비건을 할 수밖에 없도록 독자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의견들을 계속해서 제시한다. 작가는 공장식 축산, 자본주의와의 이해관계, 업계의 저항, 정크 비건에 관한 이야기 등 불편한 진실들을 끊임없이 쏟아내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되어도 여간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을 시작한다는 '채밍아웃'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관계가 불편해짐을 공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너무나 다양한 선입견들이 비건인으로의 삶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채식만 해서는 건강할 수없다! 단백질은 어디서 구하나?', '고기를 먹으면 힘을 못쓴다.'같은 비건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받게 될 필수 질문부터 시작해 '모두 비건하면 축산 업계 종사자들은 뭘 먹고 사느냐?'는 휴머니즘을 가장한 걱정과 더불어 ‘비건은 여성의 전유물이다’라는 페미니즘적 도발 등에 대한 비건을 시작하면서 올 수 있는 수십 가지 불편한 관심과 참연에 대해  수년간 한국에서 비건을 실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필자만의 모범 답안지 같은 힌트가 가득하다.


채식이 과격하다는 말을 들으면

‘몸을 혹사시키고, 천문학적인 의료비 부담을 초해하고, 동물을 끔찍하게 다루고, 환경을 파괴하는 육식이 아니라, 채식이 과격하다고?’라고 말하는 필자의 사이다 발언은 늘 주의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싫어 눈치 보며 비건의 정체성을 가능한 숨겼던 나에게 얼마나 통쾌함을 주었는지 모른다.


또 이 책은  비건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다큐멘터리, 도서, 웹사이트, 커뮤니티 모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슬쩍 비건을 권하고 싶을 때, 초심을 잃을 때, 통렬한 비판이 필요할 때, 신뢰가 가는 지식인의 한마디가 필요할 때 '등으로 분류한 것을 보면 꼼꼼하고 유머러스한 필자의 성격도 엿볼 수 있어 재미있다. 




책 본문 중간 내용 중 필자의 친구와의 의미심장한 대화 부분이 있다. 


‘넌 한국 사람들이 뭘 믿는다고 생각해?

우리가 믿는 건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라는 믿음이야’ p40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비록 작을지라도 조금이라도 달라질 거라는 변화를 믿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많은 비건인들이 한국에서도 늘어나고 있고 비건 음식 및 제품들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 역시 8년 전 처음 채식요리 스튜디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모든 사람이 만류했고 수입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8년간 나를 스쳐간 많은 수강생들을 비롯해 채식요리 쿠킹 스튜디오가 생겨났고 비건으로 외식할 곳도 꽤 많아졌다.


그렇다! 세상은 변한다!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타인의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생활방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영감과 자극을 주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한 사람의 힘(실천)이라도 결코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독자가 비건인이 되지 않거나 최소한의 비건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다면 당신은 자신만 생각하는 양심 없는 사람이거나 오로지 혀 끝(맛)으로만 살아가는 미개한 사람이다 라는 뉘앙스가 많다. 어찌 댔던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하지만 필자의 위치는 혼자 사는 프리랜서(작가) 비혼 남성이고, 환경 운동가이며 비건에 대한 가족들의 적극적 지지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도 한국에 살면서 비건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녹록함을 토로하는 마당에 다양한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살고 회사에 다니면서 늘 식구들이나 동뇨들과 어울리는 식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은 사람에게는 가혹한 책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한번 비건을 하기로 결심하면 모든 것을  단호하게 끊고 바꿀 수 있는 필자 같은 성격의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는 않다.(물론 상당히 매력적이 만)


나 역시 고민이 많다. 

나에게 건강이나 환경에 관심이 생겨 건강한 먹거리를 배우고 싶어 채식 요리를 배우러 온 사람들은 꼭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동물, 환경, 완벽한 건강식을 떠들어 대며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수강생들이 집에서 쉽고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최대한 간편하고 맛있는 비건 레시피를 늘 연구하고 개발한다. 비건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굳이 육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수 있는 레시피가 되도록 필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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