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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Jan 06. 2019

우리는 채식카페 이지 건강카페가 아닙니다

채식이 대세인 요즘...

건강과 환경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이 유행인 요즘 빵, 과자 등도 동물성 재료인 우유, 계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채식 베이킹이 같이 핫(hot)하다. 내가 운영하는 쿠킹클래스 공방은 채식요리 (rawfood: 열을 가하지 않는 생채식요리)를 가리키는 것이 메인으로 하는 곳이지만 친구이자 동료인 진복이를 만나서 본격적인 채식 베이킹 클래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사실 10년 동안 호텔에서 디저트에서 근무하였고 상수, 도곡동 등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한 경력이 있다. 디저트 한국 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두바이에서 대상을 받는 경험도 있는 일반 디저트계의 인재였다. 디저트를 최대한 달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향유하는 것이 미덕이며 건강한 디저트를 먹느니 차라리 밥을 2 공기 먹고 디저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설탕, 계란, 버터를 아끼지 않았던 그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자 상황이 달라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는 우유, 계란, 버터를 먹으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아토피가 있어 그녀가 만들어 주는 어떤 디저트도 즐기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진복은 나에게 로푸드, 주스 등을 열심히 배웠고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식재료의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바꾸어 나갔다.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로 계란 대신 아마씨 에그로 흰 밀가루 대신 앉은뱅이 밀가루, 쌀가루, 귀리가루 등으로 재료를 대처해 가면서 아이를 위한 건강 레시피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예전과 같이 입에 넣기만 해도 살살 녹는 달콤한 마법 같은 식감은 아니더라도 아토피가 생기지 않고 속도 편한 그녀만의 레시피는 남달랐다. 모양과 색은 일반 베이킹과 전혀 다를 것 없이 훌륭했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건강을 이유로 내가 채식을 먹는다는 상실감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게으름을 가장한 손맛을 주장하며 눈대중과 손 대중으로 레시피를 만들었던 나에게 진복이는 정확한 계량과 수치를 보는 법을 일깨워 주었다. 나의 레시피는 순식간에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마냥 맛과 모양이 달라졌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유능한 재능을 주고받으며 채식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맛?을 만들기 위한 레시피 연구에 신이 났다. 


 이후 거의 채식을 하게 된 그녀를 위해 서울에 유명한 채식 식당, 채식 베이커리 투어를 시작하였다. 가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채식인들과 건강에 특별히 유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몇몇 카페 및 식당을 후기와 SNS 인기도를 보고 무작정 방문하였다. 대부분 성실한 태도로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실험적인 곳들였고 일부는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진복과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많은 채식 카페들이 동물성 재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내세우며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데 그 재료들이 엉터리인 것이 많았다. 이태원의 아주 유명한 카페에서 오레오 과자로 만든 케이크가 있길래 오레오를 어떤 걸로 쓰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당당하게 ‘일반 오레오는 유제품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말레지아산 팜유 오레오를 사용하기 때문에 채식이에요.’ 순간 띵~하는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나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그 점원에게

 아니 생크림보다 팜유가 훨씬 몸에는 안 좋은데 어떻게 그런 재료를 사용해요?


라고 물으니 점원은 아까보다 더 당당한 목소리로

 ‘ 우리는 채식카페 이지 건강카페가 아닙니다.’

 ‘ 우리는 채식카페 이지 건강카페가 아닙니다.’


이런다. 아 이런 할 말이 없다. 그 점원 말 데로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이거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깨갱하며 우물쭈물 그 카페에서 돌아 나왔지만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이렇게 동물성이 붙은 말이 나쁜 의미이고 식물성은 무조건 다 좋다는 흑백논리 인식을 전제로 동물성 생크림 대신 식물성 크림을, 버터 대신 마가린을, 유제품 대신 팜유로 훨씬 값싸고 질 떨어지는 재료로 바꾸어 채식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는 곳이 아주 많았다. 채식이라는 말만 붙이면 그곳은 건강. 사랑. 자연이 모두 포함되고 인기 있는 카페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사진 출처 : 구글

또 다른 성수의 유명한 채식 베이커리를 가보았다. 통유리로 된 건물 외관에는( NO우유. NO 버터. NO동물성 재료)등 온통 NO.NO가 가득하다. 속으로 주인이 요즘 세상 모든 것이 싫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가게로 들어갔다. 오! 놀라웠다 채식 베이커리인 데도 불구하고 마치 파리*이트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화려한 모양을 자랑하는 빵들과 높은 생크림을 바른 케이크들이 즐비했다 이게 정말 채식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으로 몇 개를 집어 먹어 홀 가득한 사람들 사이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진복과 앉아 시식했다. 진복과 나는 먹자마자 마가린 냄새와 식물성 크림을 눈치챘다. 15년 일반 베이킹에 몸담았던 그녀의 혀는 생크림의 본질을 놓치기에 어려웠고 나는 그 집 빵을 먹고 난 뒤 10분 후 배와 사타구니에 아토피가 올라왔다.



인파들로 줄을 세우고 있는 연남동의 채식카페도 방문했다. 엄청난 인기와 인지도에 살짝 질투가 날정도였다. 사장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건강한 빵을 위한 자기만의 역사도 소개되어 있었고 재료에 장난을 치지 않고 맛있게 잘 만든 빵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두 개만 한 조각 파운드가 4,000원이나 했다. 다양하게 몇 개 집으면 2~3만 원은 훌쩍 넘었다. 또 우리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진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사용해도 우유, 계란, 버터를 사용하지 않는 채식 디저트가 이렇게 비싼 건 불합리하다. 이것은 채식이라 함은 ‘비싸다, 비싸도 된다, 비싸야 된다.’ 등의 선입견으로 아무한테나 팔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유기농 마케팅인 것이다. 

사진출처 : 구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우려하고 욕하고 한탄한 곳들은 여전히 유명했도 더 잘되었다. 채식의 인기가 더해지면서 이들처럼 되고자 하는 창업자들도 많아지고 있었다. 진복과 나는 고민했다. 소비자들이 일부 불량적인 채식 사업장을 알고 피해 가기를 희망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채식 카페가 많이 생겨나서 건강한 채식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 힘을 합쳐보기로 했다. 로푸드 레시피와 채식 베이킹의 조합을 시작했다. 채식 베이킹으로 창업을 하는 많은 분들이 일반 베이킹의 기본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먼저 파악했다. 그들은 대부분 건강, 이념 등의 이유로 이 사업에 종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베이킹을 해본 적 없이 바로 채식 베이킹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진복은 그런 점을 파악했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보를 정리했다 나는 불량 재료의 이해를 돕고 로푸드 레시피 중 베이킹의 조합을 이룰 수 있는 레 시피를 제공했다. 그래서 우리는 로푸드 디저트와 채식 베이킹 전문가 과정이라는 수업을 만들었다. 8년의 쿠킹클래스 운영과 15년의 디저트 카페 운영한 바탕으로 모든 노하우를 알려 주고자 노력했다. 채식 카페의 창업과 건강한 채식을 원했던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작한 수업이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진복과 나는 매주 2회 정도의 수업을 하면서 적어도 10시간을 함께 보낸다. 서로 늘 툴툴거리면서 일하지만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함께 만나며 소통하고 빵을 굽는 시간이 즐겁다. 처음에 우리가 만나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건강한 분노를 상기하며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늘 질문하고 논의하고 연구한다. 물론 언제나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질문들이 진복과 내가 함께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채식버터와 채식스콘을 둘만의 아이디어로 조합해서 창작한 비건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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