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raw로먹는 여자 Jan 08. 2019

생채식을 요리하는 여자의 식단

커피드세요?

생채식을 요리하는 여자의 식단


강연을 가면 ‘커피 드세요? 이런 거 안 먹죠?’ 하며 담당자는 괜시리 우물쭈물해 한다. 채식요리를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 듯하다. 당연히 채식주의자일 것이며 음식을 가려 먹고 오직 건강만 생각하며 식당도 카페도 거의 안 가는 선입견이 있다. 

 8년째 채식 수업을 하면서도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질문은

 ‘선생님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생채식만 먹나요?’이다. 


나는 열을 가하지 않고 채소, 과일을 생으로 먹되 피자, 햄버거, 김밥, 케이크 등 일반 음식과 비슷한 모양과 식감을 자랑하는 레시피를 알려주기 때문에 내 끼니가 모두 이런 식일 거라 생각한다. 8년 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남모르게 동공이 흔들렸다. 잠시 양심을 외출시키고 질문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쓴다. YES라고 말해주길 기대하는 사람은 대부분 본인도 채식주의자이며 이 세상에 믿고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의로운 소수자처럼 조금 외롭고 도도하다. 반면 NO라고 외쳐주길 바라는 부류도 꽤 많다. 내가 먹는 것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하면 그들은 평생 이렇게 먹고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굉장한 안도를 느낀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해 0, X를 해주는 것이 굉장한 강의 스킬이라도 되는 양 나는 채식주의자들에게는 환심을 비채식인들에게는 안도를 주었다. 


사실 나는 2살 때부터 통닭 한 마리를 먹는 괴력의 영유아로 성장해 20대 중반까지 한 번도 고기가 없는 밥상은 상상할 수 없는 육식주의자였고 채소는 육식을 이쁘게 보이게 하는 장식 정도로 생각한 사람이었다. 이런 식습관의 누적 때문인지 20대 중반부터 1년 내내 설사를 하여 대장이 너무 얇아져 특수 치료가 필요한 원인불명 아토피성 피부병 때문에 얼굴 전체에 피가 흘러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어 우울증을 겪게 되면서 삶에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했던가? 잠시 우울증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던 중 로푸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로푸드라는 요리는 지독한 무기력증과 대인기피증을 앓던 나를 순식간에 사로잡았고 미치게 하였다. 그때부터 거의 1년 동안 가족도 친구도 만나지 않고 채식을 그것도 로푸드만 생각하고 연구하고 먹으면서 은둔생활을 했다. 피부병이 나았고 살이 빠졌다. 불면증과 우울증도 많이 사라졌는지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생채식만 먹으니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일반식을 먹는 사람들이 모두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늘 ‘어떻게 저렇게 불에 가한 요리만! 먹지? 그러면 영양소도 다 손실되는데... 요리가 죄다 양념 맛이군... 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기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음식들을 맛있다고 줄을 써서 먹을까?.. 참 미개하군.’ 이런 생각으로 혀를 찼다. 나는 그 당시 나처럼 먹지 않는 사람과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없었고 관계 맺는 사람들을 그 사람이 먹는 것과 연결 지어 평가했다. 


그런데 채식으로 인해 회복된 건강은 채식 때문에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찬 음식만 먹어서 항상 몸이 냉했고 으슬으슬했다. 성호르몬이 생기기 않아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고 늘 약간 몽롱하고 붕 뜬 기분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무슨 일 있냐? 왜 이렇게 힘이 없냐? 기운이 없어 보인다. 잘 먹고 다니고 있냐.’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고 어느 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다 쓰러져 크게 다칠 뻔한 일도 있었다. 남들보다 항상 건강한 음식만 먹고 이렇게 관리를 하는데 왜 또 아픈 걸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육식만 먹던 시절과 채식을 하는 동안 언제나 머릿속에는 먹을 것만을 생각하고 살았던 점은 똑같다. 욕망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같은 마음 작용이다. 음식에 대한 강박적인 마음, 집착, 예찬, 거부, 무시, 편견 등은 채식이냐, 육식이냐를 선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내 몸과 마음은 음식의 종류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과 방법을 바꾸었다.



우선 내 몸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뭐가 먹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언가를 먹고 나서 내 몸 상태가 어떤지를 세심하게 체크했다. 마음을 이렇게 바꿔 먹고 생각해보니 그렇게 뭐가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일단 주어진 대로 먹었다. 고기도 먹었고 과자도 다시 먹고 또 그만큼 과일 채소도 많이 먹었다. 한 번씩 고기를 먹으니 든든해져서 자꾸 간식거리를 찾아다니거나 어지럽지 않았고 그 좋아했던 새우깡을 먹어도 나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했다. 과일, 채소 역시 끼니로 먹기보단 부식으로 먹으니 오히려 몸이 따뜻해지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고 폭넓은 조리법을 배우고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가능한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 일단 남이 해준 음식은 무조건 감사하게 먹는다.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노동인 것을 8년간 부엌에서 밥벌이로 돈벌이 하며 살아본 사람으로 가지게 된 경의이다. 최대한 피하는 음식은 유제품과 튀긴 음식이다.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음식은 우유가 들어간 음식과 야채든 고기든 기름에 고열을 가해 튀긴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바로 올라온다. 그렇다고 유제품과 튀긴 음식이 건강의 공공의 적이란 것이 아니다. 건강한 유제품과 가열요리도 얼마든지 많고 이를 먹어도 전혀 탈이 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만, 채소도 먹으면 위하수 증상으로 배가 아픈 사람이 있듯이 각자의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숙적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본인에게 가장 건겅한 식단의 포인트를 정성을 들여 찾아보라 말하고 싶다.



내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로푸드, 채식 베이킹 등의 사진을 줄줄이 올리고 채식도 아름답고 멋지며 완벽한 건강식 이미지를 공지하면 사람들이 나에게 궁금증을 안고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사람들에게 약을 파는 심정으로 클래스를 한다. 그러는 중 질문이 날아온다 ‘선생님은 생채식만 하세요? 어떻게 먹어야 돼요?’ 내 동공과 목소리는 예전만큼 심하게 떨리지는 않지만 살짝 긴장한 채 ‘우리나라 제철 음식으로 만든 채식요리를 지향해요. 하지만 돈 주고 유제품과 튀긴음식 그리고 홈쇼핑에서 소개하는 다른 나라에서 배 타고 날라온 슈퍼푸드는 안 사 먹어요. 그런데 남이 만들어준 음식은 무조건 다 먹어요...


유제품을 튀겨줘도 먹을거예요!!’라고 말한다.



+위하수:위가 무력해서 근육이 아래로 쳐지는 증상, 음식의 소화흡수가 어려움.




이전 04화 우리는 채식카페 이지 건강카페가 아닙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